TV 연설로 사법개편 여론전 나선 네타냐후…국내외 지지 얻기 위한 몸부림
“기본법 개정으로 민주주의 강화”
모로코의 서사하라 영유권 인정 등
우호 세력 확보 위한 외교전 치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법부 무력화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본격적인 국내외 여론전에 뛰어들었다. 극우 연정은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이번 달 안에 사법개편 입법 절차를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전역으로 생중계된 TV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권력분립이 무너졌다고 느끼고 이를 정부가 바로 잡아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며 사법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연설 내내 사법부 무력화 정책을 ‘사법 정비’라고 표현하며 “이스라엘 내각의 기본법 개정이 오히려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법 정비의 영향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를 계기로 정부를 전복하려는 세력도 있다”며 몇 달째 계속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를 겨냥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내각은 지난 10일 사법개편안 가운데 장관 임명을 포함한 행정부의 중요한 결정을 사법부가 뒤집지 못하게 하는 법안에 대한 1차 독회와 표결을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행정부의 중대 결정을 제지할 수 있는 근거인 ‘합리성 판단 기준’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극우 연정은 오는 24일 2차 독회와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의회(크네시트) 여름 회기가 끝나는 30일까지 최종 3차 독회와 표결을 비롯한 모든 절차를 끝내겠다는 방침이다.
외신들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의 TV 생중계 연설이 야권과 시민단체를 설득해 합의하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국제사회 요구에 구색을 갖추려는 성격이 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야권과 협상을 시도했지만, 이들이 연정의 제안을 일방적으로 거부했다”며 “아무런 이유 없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기에 이스라엘군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예비군 일부가 복무 거부 선언을 하는 등 반발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도 네타냐후 총리에겐 부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예비군들의 복무 거부야말로 이스라엘 민주주의에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사법개편 지지를 얻기 위한 외교전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17일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서사하라 영유권을 공식 인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사하라는 1975년 스페인 통치에서 벗어난 뒤 영유권을 주장하는 모로코와 15년간 전쟁을 치렀다. 이후 모로코는 서사하라의 제한적 자치권을 인정하면서도 국토 80%를 장악한 채 국제사회에 영유권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모로코는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했지만, 최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공습 등에 우려를 표하며 거리를 둬왔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서사하라 영유권을 인정하자마자 네타냐후 총리를 초대하며 반겼다. 뉴욕타임스(NYT)는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내각에 모로코 정부가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야권은 반발했다. 야당인 국가통합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 연설 후 성명을 내고 “통합의 필요성을 논하면서 우리를 전례 없는 위기와 내전으로 내몰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반정부 시위대 지도부도 “그의 연설은 거짓과 선동으로 가득 찼다”며 “독재를 택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시민들은 일어나 저항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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