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삭기는 없고 6명이 임시제방서 삽질만” 지하도 참사 1시간 전 영상 공개
14명이 숨진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직전에 임시제방 공사가 허술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이 거듭 제기됐다.
21일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국회의원은 참사가 발생한 시각보다 1시간 40분 이전에 작업자들이 제방을 보강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사고 당일인 지난 15일 오전 7시1분에 주민 박종혁(63)씨가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영상을 보면 이미 강물이 임시제방 턱밑까지 차오르고 일부 구간에서는 미호강이 넘쳐 흐르는 모습도 보인다. 당시 작업자들은 임시제방에 올라 삽을 이용해 흙을 퍼 제방 위에 쌓기를 반복했다.
도 의원은 “(행정복합중심도시건설청은) 오전 4시부터 나와 작업했다고 했는데 7시까지도 근로자 6명이 삽으로 작업했고 중장비는 오전 7시 22분 이후 보인다”며 “엄청난 피해가 닥칠 현장에서 삽으로만 작업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영상을 제공한 박씨는 “행복청에서 사고 당일 오전부터 굴착기를 이용해 제방 공사를 했다고 주장해 영상을 공개하게 됐다”며 “톤백(대형마대)을 가져다 쌓아도 모자랄 판에 강물 수위가 상당한 오전 7시쯤 근로자 6명이 삽으로 흙을 쌓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제방이 한순간에 터져 참사가 발생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고 다음날 가보니 많은 물이 쏟아지면서 임시 제방 옆쪽 15m 구간 아스팔트가 파손될 만큼 월류 속도가 빨랐다는 것”이라며 “임시제방이 서서히 유실되다가 한순간에 팍 터진 것 같다”고 추측했다.
도 의원은 또 위험한 순간임에도 행복청의 대응이 안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까지 내용을 종합하면 오전 7시22분쯤 굴착기가 등장하는 데 주민이 소방에 신고한 오전 7시51분 사이에 굴착기 1대를 동원해 보강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장비 수백대를 동원해도 범람을 막지 못했을 텐데 근로자 6명만으로 조처를 하는 등 대응이 안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복청은 당시 인원과 장비 투입 규모를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하지 않는다”며 “금강홍수통제소에서 홍수경보를 내린 새벽에 모든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제방 붕괴를 막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호강 임시제방은 44m 구간으로 흙으로 다져 조성했다. 침수 사고가 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와는 300∼400m 떨어져 있다. 이 제방은 행복청이 미호천교를 가설하면서 헐어낸 제방 대신 임시로 세웠다.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쯤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 하천물이 흘러들어 차량 17대가 갇혀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임시제방 유실이 이번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무조정실과 경찰, 검찰은 이번 참사의 원인 규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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