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교수, 불법 경매장 큰 손이었다...거둔 수수료만 ‘수십억’

한 대학의 반려동물과 교수가 앞으로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뒤로는 반려동물 불법 경매장을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이하 비구협)는 지난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학교 반려동물학과 교수가 불법으로 경매장을 운영하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비구협 측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불법 동물 번식장과 이를 알선해 유통하는 경매장에 대한 비공개 조사를 진행해왔다”며 “불법 번식장에서 생산된 동물이 어떻게 펫샵으로 흘러가는지, 불법 매매 유통 큰손인 총책이 누구인지 밝혀냈다”고 밝혔다.

이들이 전한 유통 총책의 정체는 충격적이었다. 그는 대전의 모 대학 반려동물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 홍 모씨였다.

비구협은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이고, 사회 지도층 격인 교수 신분으로 온갖 불법을 조장한 자 이름을 밝히는 것이 사회에 더 공익적이라고 판단했다”며 교수 소속과 실명을 공개했다.

비구협에 따르면 홍씨는 불법 번식장에서 생산된 반려동물들을 동물생산업으로 정식 등록된 업장에서 태어난 동물인 것처럼 꾸며 경매대에 올렸다. 그가 이렇게 경매장에 들여온 불법 번식장만 40곳이 넘었다.

비구협은 그가 경매 때 필요한 ‘동물 개체관리 카드’도 위조했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법 조항에 따르면 태어난 지 60일 미만인 강아지는 거래할 수 없지만, 홍씨는 개체관리 카드상 정보를 조작해 강아지를 모두 태어난 지 61일 이상 된 것으로 위조한 것.

박인종 반려동물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JTBC 취재진에 “개만 갖고 가면 생일도 멋대로 써서 줬다. 하루에 300~400마리 강아지가 나오는데 어떻게 그 강아지들 생일이 다 똑같겠냐”고 전했다.

홍씨는 이에 대해 “(고령이신) 생산업자들을 대신에 써드린 것일 뿐이다. 업자들이 오히려 나를 속여 팔았다”며 개체관리 카드를 대필해 준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JTBC에 따르면 이 경매장에서 밝힌 1회당 중개수익은 약 700만원이었다. 지금까지 열린 경매만 1000회가 넘음에 따라, 거둔 수수료만 수십억에 달한다.

비구협은 “불법으로 유통되는 반려동물 경매장 2곳의 대표를 동물보호법 위반과 함께 개체카드 등을 조작한 혐의로 사문서위조죄로 형사고발 조치했다”고 전했다.

이어 “경매장을 통해 불법으로 반려동물을 유통한 불법번식장 총 48곳을 적발해 모두 형사고발 조치했다”고 부연했다.

홍 씨는 또 중국에서 번식 목적의 종견을 구입해 국내 불법번식장 및 허가번식장에 등에 한 마리당 평균 1000만원을 받고 팔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비구협은 “홍씨는 거액을 받고 팔면서 어떠한 매매 자료도 남기지 않았다”며 “그를 국세청에 조세 포탈 혐의로 신고하고 100억원에 달하는 경매 수수료에 대해서도 특별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윤정 온라인 뉴스 기자 mary170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