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에선 선택 아닌 필수… 주목받는 배터리 재활용

정재훤 기자 2023. 7. 2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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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배터리셀 및 소재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업계와 시장의 관심이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은 7~10년 정도로, 앞으로 사용 후 배터리 물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했고, 유럽연합(EU)도 배터리 공급망의 순환 경제를 골자로 한 법안을 최근 통과시켰다. 대규모 해외 투자를 진행 중인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 재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은 중국 위주로 형성된 배터리 원료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면서, 배터리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기업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생산라인 증설 및 기술 개발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보관 창고에 비닐에 싸인 배터리들이 천장 높이까지 쌓여있다. /조선DB

21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지난달 본회의에서 ‘지속 가능한 배터리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에 따르면 오는 2030년부터 생산되는 배터리 소재 가운데 코발트 16%·리튬 6%·니켈 6%를, 2036년부터 코발트 26%·리튬 12%·니켈 15%를 재활용 원료로 사용해야 한다.

지난해 발효된 미국의 IRA 역시 미국 또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 또는 가공했거나, 북미에서 재활용된 광물이 정해진 비율 이상을 충족해야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명시했다. 이 비율은 올해 40%에서 매년 10%포인트(p)씩 늘어 오는 2027년 80%로 확대된다.

현재 국내 배터리 재활용 업체 중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성일하이텍이다. 삼성SDI, SK온과 협력 관계를 맺은 성일하이텍은 국내뿐만 아니라 헝가리, 중국, 폴란드, 인도 등에 9개의 전처리(배터리 회수·파쇄) 공정을 수행하는 ‘리사이클링 파크’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기준 연간 스크랩 및 배터리 처리능력은 13만3000톤(t)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만들어진 블랙파우더는 후처리를 전담하는 ‘하이드로 센터’로 이동해 습식 공정(산성 용매를 이용해 금속을 추출)을 거쳐 연간 리튬 2000t, 니켈 2640t, 코발트 1680t을 생산한다. 성일하이텍은 새만금에 하이드로센터 제3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2025년 완공 시 리튬 7000t·니켈 1만560t·코발트 1200t의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3개 공장 생산량을 합하면 전기차(아이오닉 기준) 약 30만대를 만들 수 있는 물량이다. 성일하이텍은 오는 2030년 리사이클링 파크를 30곳, 하이드로센터를 5곳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김형덕 성일하이텍 이사는 최근 SNE리서치가 주관한 ‘제1회 배터리 리사이클링 데이′에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재활용 공정도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 파일럿 라인에서 생산성 테스트를 거친 뒤 오는 2026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LG화학 등과 협력하고 있는 새빛켐은 습식 공법으로 고순도 니켈·코발트·망간 황산복합액을 연간 9600t(2022년 기준) 생산하고 있다. 고객사 규격에 맞춰 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을 조절한 액상 형태의 전구체 복합액을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사 입장에서 공정이 간소화되는 효과가 있다.

새빛켐은 현재 1공장(폐산)과 2공장(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 LG화학과 고려아연 계열사 켐코(KEMCO)의 합작회사 ‘한국전구체주식회사’에 납품하기 위해 3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오는 2026년 전구체 복합액 생산능력은 기존보다 3배 늘어난 3만t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 2019년 폐기물 처리업체 인선이엔티를 인수해 사용 후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여기에 전처리 업체인 아이에스비엠솔루션, 후처리 업체 아이에스티엠씨까지 자회사로 두고 있어 조달-생산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조성했다.

아이에스비엠솔루션은 경기 화성시에 연간 7000톤t 분량의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전처리 공장을 짓고 있다. 오는 2025년부터는 오창에도 전기차 약 1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순환시설을 단계적으로 건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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