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농락’한 전설의 해커 케빈 미트닉 사망
한 때 미 연방수사국(FBI)이 ‘가장 잡고 싶어한 지명 수배자’로 불린 유명 해커 케빈 미트닉이 5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미트닉이 지분 일부를 소유한 인터넷 보안 업체 노비포(KnowBe4)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커”가 지난 16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췌장암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1963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미트닉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대중에 널리 보급되기 전인 10대 때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컴퓨터를 해킹했다.
1990년대에는 정부 웹사이트를 비롯해 모토로라, 노키아,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유명 기업 네트워크 시스템에 침입해 수백만달러의 손해를 입히며 유명세를 탔다. 그는 실리콘밸리 재력가들을 포함해 약 2만여건의 신용카드 정보를 훔치며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2년여간 도피 생활을 하며 FBI 추적을 피했다. 해킹 능력을 활용한 그의 도피 행각은 범죄 자체보다 주목을 받기도 했다.
1993년 미트닉이 캘리포니아의 통신 시스템에 침투해 자신을 쫓는 FBI 요원을 도청, 추적을 피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밖에도 해킹으로 FBI 요원들의 동선을 파악해 이들이 급습하기 전 도넛 한 상자를 남겨둔 채 사라지는 등 수사 당국을 농락하기도 했다. 당시 미 언론들은 미트닉을 ‘FBI가 가장 잡고 싶어하는 컴퓨터 무법자’라고 불렀다.
그는 도피 생활을 이어가던 와중에도 일본계 미국인 보안전문가인 쓰토무 시모무라의 e메일을 해킹해 그를 인종차별적으로 조롱하는 등 자신의 해킹 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결국 이로 인해 덜미가 잡혔다. 이에 격분한 시모무라는 FBI를 도와 미트닉을 추적하기 시작했고, 결국 시모무라의 도움으로 FBI는 1995년 미트닉을 검거할 수 있었다. NYT 등 주요 언론은 두 해커의 대결을 “인터넷상의 결투”라고 표현하며 주목했다.
이후 미트닉은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2000년 보호관찰관의 허가 없이 3년간 인터넷과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다는 조건으로 출소했다.
미트닉은 스스로를 오해받는 ‘천재’이자 ‘개척자’로 묘사했다. 그는 출소 직후 성명을 통해 호기심에 해킹을 했다며 “내 범죄는 단순한 무단 침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석방 후 미 상원에 출석해 자신의 해킹이 “지식과 지적 도전, 스릴, 현실로부터의 탈출에 대한 탐구였다”고 말했다.
2011년 출간한 회고록에선 금전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해킹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책에서 “체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상대를 이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상대의 왕국을 약탈하거나 재산을 탈취할 필요가 없다”고 썼다.
미트닉의 지지자들은 그가 지나친 수사와 언론 보도의 희생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그가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을 당시 12개 이상 도시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해커 커뮤니티도 그의 석방 운동에 나섰다.
석방 후 그는 보안 전문가인 ‘화이트 햇(white hat)’ 해커로 변신했다. 2003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사이버 보안 컨설팅 회사 ‘미트닉 시큐리티 컨설팅’을 설립했다. 2011년에는 피싱 관련 보안 교육을 하는 노비포의 ‘최고 해킹 책임자’가 됐다.
미트닉은 개인 정보나 심리 상태 등을 이용해 정보를 빼내는 이른바 사회공학적 기법을 자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e메일과 전화통화를 통해 특정인을 사칭, 회사 하급 직원에게 정보를 넘겨 받는 식이었다. 이 때문에 그의 해킹 실력에 비해 명성이 부풀려졌다는 평가도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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