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이 전용기의 ‘낮은 계단’ 오르고, 운동화 신는 까닭

이철민 국제 전문기자 2023. 7. 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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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에 오를 때에 동체에 딸린 낮은 계단을 이용하고, 정장 양복에도 종종 운동화를 신는 등 최근 행동에서 ‘조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미국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가 20일 보도했다.

올해 80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3번 이상 대통령 전용기에 오르면서 단수(段數)가 많은 외부 계단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마다 고령인 그의 건강은 구설(口舌)에 올랐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단수가 적은 전용기에 딸린 낮은 계단을 이용하고 운동화를 신는 바이든 대통령의 변화는 백악관 보좌진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그의 이런 ‘실수’ 가능성을 낮추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 대통령은 전용기를 오르내릴 때에 모두 26단(段)인 외부 계단을 사용하거나, 전용기 동체의 배 쪽에 장착된 14단짜리 낮은 계단을 사용한다. 외부 계단은 픽업 트럭에 장착돼, 전용기 앞 부분의 메인 도어에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폭우나 강풍으로 인해 길고 높은 외부 계단의 안정성이 우려될 때에, 미 대통령은 전용기 동체에서 바깥으로 펼쳐지는 낮은 계단을 사용한다.

에어포스 원의 동체 배 부분에 장착된 14단짜리 낮은 계단(위)과, 픽업 트럭에 탑재돼 동체의 메인 도어에 대는 26단의 외부 계단./자료사진

그러나 지난 주 영국ㆍ리투아니아ㆍ핀란드 3개국 유럽 순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에서 에어포스 원에 오를 때 쾌청한 날씨에도 예외 없이 동체에 붙은 낮은 계단을 이용했다. 물론 런던ㆍ빌뉴스ㆍ헬싱키 등 이들 순방국의 각 수도에 도착했을 때에는 공식적인 환영식이 활주로에 거행돼, 모두 외부에서 부착하는 높은 계단을 이용해 내렸다.

◇바이든, 3번 이상 전용기 오르다가 계단서 넘어져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3월 취임 후 두 달이 지나서 조지아 주 애틀란타로 가기 위해 전용기에 오르다가 넘어진 것을 비롯해, 지난 2월 폴란드 바르샤바를 떠날 때, 또 3월 초 앨라배마 주 셀마를 가기 위해 에어포스 원에 오르면서 계단에서 잠깐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3월 에어포스 원의 외부 계단을 오르면서, 연거푸 세 차례나 넘어졌다. /자료 사진

작년 3월에는 자전거를 타다가 신발이 페달의 클립에서 빠지지 않으면서 중심을 잃어 옆으로 넘어지기도 했다. 지난 달에는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연단 바닥에 놓인 모래주머니에 걸려 또 넘어졌다.

건강한 성인도 계단을 오르다가 헛디디는 일이 이따금 발생한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바르샤바에서 전용기에 오르다가 넘어진 것은 우크라이나 키이우까지 왕복 20시간의 기차 여행을 마치고 난 뒤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이렇게 자주 넘어지는 모습은 그와 보좌진으로선 결코 보이고 싶지 않은 광경일 것이다. 결국 블룸버그 통신의 한 기자가 전용기 내에서 대화를 하다가,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에게 가급적 전용기 동체에 딸린 낮은 계단을 사용하는 것은 어떠냐고 말했다고 한다.

◇늘 고집하던 ‘정장 구두’도 종종 ‘운동화’로 바꿔

바이든 대통령은 또 미국 내 여행에서는 종종 맨발에 운동화를 신는 것으로 스타일을 바꿨다. 그는 평소 정장 구두(dress shoes)가 아닌 신발은 ‘대통령스럽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주 유럽으로 떠날 때에나, 또 미국 내 여행을 위해 전용기에 오를 때에는 종종 맨발에 90달러짜리 스케처스 운동화를 신는 모습이 목격됐다.

지난 9일 영국 런던으로 떠나는 바이든 대통령은 맨발에 스케처 운동화를 신었다./트위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 인수 절차 기간 중에 반려견과 놀다가 넘어져 발목 뼈가 부러진 이후에, 종종 통증을 호소한다고 한다. 또 연례 건강 검진에선, 그의 걸음걸이가 더 뻣뻣해졌다는 진단도 받았다.

바이든이 지난 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열린 NATO 정상들의 만찬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고령인 그의 에너지를 유지해 실수 확률을 낮추려는 보좌진의 조치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비록 사석에선 보고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측근들에게 고함도 지르고 욕설도 하지만, 육체적 건강은 전보다 못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하면 퇴임 시 그의 나이는 86세가 된다.

◇ 오바마는 중국과 신경전 끝에, 외부 부착 계단 이용 못해

2016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에는 중국과의 신경전 끝에, 전용기 동체에 딸린 낮은 계단으로 활주로를 밟아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6년 9월 중국 항저우 공항에 도착한 뒤에, 중국과의 신경전 끝에 대통령 전용기 밑에 장착된 낮은 계단으로 내려야 했다./자료사진

미 공군은 통상 전용기의 메인 도어에 댈 외부 계단까지 방문국에 미리 수송한다. 그러나 당시 중국 정부는 자국의 외부 계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도착하기 직전에, 중국 정부는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픽업 트럭 운전기사를 배치했다. 현장에 있던 백악관 의전팀은 영어가 되는 중국인 기사를 요구했지만, 중국 정부는 거부했다. 시간적으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오바마는 결국 전용기의 낮은 계단을 사용해야 했고, 일부 미국 언론에선 이를 놓고 ‘계단게이트(Stairgate)’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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