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김민재와 더불어 34회 등정과 12연패 야망 이룰 바이에른 뮌헨[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34-12-김민재.’ 마치 암호 같다. 물론 아니다. 독일 분데스리가(DFL) 최고 명가(名家)인 바이에른 뮌헨(FCB)이 새로 내세울 만한 캐치프레이즈다.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에서 회자할 화두쯤일 듯싶다.
분데스리가 34회 우승(1963년 출범 이전 1회 포함)과 12연패는 김민재(26)와 더불어 이루겠다는 FCB, 곧 ‘디 로텐(Die Roten: The Reds)’이 품은 2023-2024시즌 염원이다. 국수주의 혹은 ‘국뽕’에서 비롯한 헛된 망상이 아니다. DFL이 공식 누리집에 올린 뉴스다. 그것도 버젓이 톱뉴스(8월 19일 현재·이하 현지 일자)로 올려놓았다. 이쯤이면 객관적이요, 보편성을 띤 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김민재가 어떻게 FCB 수비를 강화할까(So macht Min-jae Kim die Bayern-Abwehr besser)” 제목의 이 기사에서, DFL은 대단한 역량을 갖춘 김민재가 FCB의 야망 실현에 큰 힘이 되리라고 내다봤다. DFL은 “김민재는 FCB의 수비 안정화에 주축이 되리라 보인다. 나아가 전방에 크게 힘을 실어 줄 것이다”라고 그를 무척 높게 평가했다.
DFL, 김민재를 FCB의 아킬레스건인 수비력을 강화할 묘방으로 손꼽아
“수비는 리그 우승의 원동력이다.” 축구계의 ‘철칙(鐵則)’이다. 공격이 한 경기의 승패를 가름한다면, 수비는 페넌트 레이스가 펼쳐지는 대장정의 리그 패권 향방을 좌우하는 제1요소다. DFL은 이 격언이 FCB의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봤다.
2022-2023시즌은 FCB에 험난한 가시밭길이었다. 비록 우승했을망정 고난의 여정이었다. 시즌 최종전에서야 선두를 달리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BVB)를 제치고 극적으로 먼저 정상에 발을 들여놓았다. 승점(71)은 같았고, 골 득실 차(54-39)로 역전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수비가 약점으로 작용한 데서 맞닥뜨린 고초의 길이었다. 38실점은 FCB 역사에 기록될 만한 ‘부끄러운’ 기록이었다. 2018-2019시즌부터 이어진 30점대 이상 실점(32→ 32→ 44→ 37→ 38)의 아킬레스건을 여전히 치유하지 못하고 있음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FCB는 2012-2013시즌부터 11연패의 신기원을 창출했다. 그런데 수비 측면에서, 전·후반기로 명확하게 나뉜다. 전반기(2012-2013~2017-2018시즌)는 20점대 이하(18→ 23→ 18→ 17→ 22→ 28)의 탄탄한 수비력을 뽐낸 반면, 후반기(2018-2019시즌~)는 허약해진 수비력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수비력이 정점에 다다랐던 2015-2016시즌 17실점에 비하면 두 배 안팎으로 무너진 민망한 수준이다. 유럽 5대 리그 가운데 유일하게 34경기를 치르는 분데스리가에서, 17실점(경기당 평균 0.5)은 그야말로 ‘자린고비’ 수비력이라 할 만하다. BVB가 우승한 2011-2012시즌에도, 허물어지지 않았던 FCB의 수비력이었다. 22실점으로 BVB(25실점)에 우위를 점했을 만큼 철벽을 형성했던 FCB였다.
이처럼 지난 시즌 FCB의 고전 원인을 ‘수비 붕괴’에서 찾은 DFL은 김민재를 ‘수비 복원’의 해결책으로 분석했다.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수비진에 새로운 ‘페인트칠(Anstrich)’을 원하는 FCB가 김민재를 그 재료로서 낙점했다는 풀이였다.
“2017-2018시즌을 끝으로, FCB는 그 다음 시즌부터 30점대 실점의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FCB 팬이라면 누구라도 달가워하지 않을 현상이다. FCB도 이 약점을 간파하고 수비 강화를 위해 최고 수준의 선수, 곧 김민재를 영입했다.”
DFL은 김민재의 빼어난 태클 능력에 착안해 그에게 ‘괴물(Monster)’이라는 별호를 붙였다.
“인상적 외모와 상대를 두렵게 하는 태클에 어울리는 별명이다. 공을 차지하려는 욕망과 고통의 두려움 없이 몸을 내던지는 태클은 상대를 압도한다. 뛰어난 예측력과 위기 상황 파악력을 바탕으로 상대 공격수에게 과감히 맞선다.”
또한, DFL은 김민재의 플레이 메이커 자질에도 주목했다.
“김민재는 단지 강인함만으로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중앙 수비수로 각광받은 게 아니다. 양발을 모두 잘 쓸 뿐만 아니라 빼어난 빌드업 능력까지 갖췄다. 후방에서 보이는 플레이 메이킹 능력은 발군이다. 데이비드 알라바(2010~2021년), 제롬 보아텡(2011~2021년), 마츠 후멜스(2016~2019년)와 같은 일류 ‘플레이어 오프너(Player Openers)’가 떠난 뒤, FCB에서 찾을 수 없었던 단면이다.”
FCV가 다가오는 시즌에 부풀리는 야망이 – 34회 우승, 12연패 – 영글어 간다. 시즌 개막 전부터 분데스리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한국인’ 김민재가 그려 나갈 활약상과 맞물려서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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