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제재 안되니…유해한 콘텐츠∙인터넷 방송인 ‘도피처’된 해외 플랫폼

김건호 2023. 7. 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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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에서 활동하며 동료 인터넷 방송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수위 높은 욕설과 혐오표현을 서슴지 않았던 인터넷 진행자 A씨는 아프리카TV로부터 몇번의 경고 끝에 영구정지를 당했다. 하지만 A씨는 플랫폼을 유튜브로 옮겨 다시 자극적인 방송을 진행해오고 있다.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등 자극적인 콘텐츠를 진행하다 아프리카TV에서 정지를 당한 B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해외 플랫폼 틱톡에서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도 콘텐츠를 진행하며 제재를 당하기는 했지만, 여러 개의 계정을 생성해 비슷한 콘텐츠를 이어간 바 있다.

아프리카TV가 유해 콘텐츠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인터넷 방송인들이 해외 플랫폼을 ‘도피처’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해외 플랫폼들은 부적절한 콘텐츠에 대해 사후 규제정도만 진행하는 등 제재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부의 자체 규제 항목에 따라 실시간 필터링, 모니터링 등을 통해 유해 콘텐츠를 줄이려는 다른 플랫폼의 자정 노력이 헛되이 되면서, 일부 사례가 온라인 콘텐츠 산업 자체의 문제로 변질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후 제재 등 소극적 대응에 그치는 해외 플랫폼, 부적절한 라이브 스트리밍은 막을 방법 부족해 

21일 인터넷방송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옮겨 다니며 콘텐츠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해외 플랫폼들이 느슨한 규제를 유지하는 이상 근본적으로 유해 콘텐츠를 근절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실제 해외 플랫폼을 통해 범죄 행위나 자극적인 콘텐츠가 송출되는 등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인터넷 방송 특성상 법적 규제가 어려운 상황 속, 플랫폼들이 실효성 있는 자율 규제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해외 플랫폼인 유튜브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따라 유해 콘텐츠를 차단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없이 모호하다. 방대한 콘텐츠의 양 때문에 AI에 의지한 필터링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특정 단어가 포함되거나, 과거 유해 콘텐츠와 비슷한 이미지를 차단하는 정도다.

VOD의 경우 사후 제재 등을 통해 수익을 제한하는 노란 딱지를 붙이거나 영상을 삭제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문제는 라이브 스트리밍 콘텐츠다. 전세계에서 진행되는 실시간 콘텐츠를 모니터링하기엔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더군다나 서버와 운영자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응도 어렵다. 실제로 최근 라이브 방송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C의 경우에도, 라이브 스트리밍이 종료되기까진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신고에 대한 대응도 불투명하다. 악의적 시청자들의 신고에 의해 정상 콘텐츠가 삭제되는 등 한계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해 콘텐츠를 진행하더라도 처음은 경고에 그치고, 최초 경고로부터 90일 이내에 위반사항이 발생해야 2주일 정지가 진행되는 등 원론적 조치에 그친다. 이 때문에, 일부 유튜버들은 여러 개의 계정을 사용해 한 채널이 제재를 당하더라도 다른 채널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하는 등 느슨한 규제를 교묘히 피해 부적절한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다. 또 라이브 스트리밍이 진행된 계정이 정지되더라도, 2차 콘텐츠까지는 삭제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부적절한 콘텐츠에 대한 일괄 삭제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정지 조치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틱톡이나 트위치 등 다른 해외 플랫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틱톡의 경우 스트리밍 중 음주를 하면 경고, 누적 시 후원 중단까지 다양한 규제를 두고 있지만, 유저들은 새 계정을 계속 만드는 수법으로 제재를 우회하고 있다. 일부 인플루언서들의 경우, 아예 처음부터 부계정을 같이 운영하며, ‘여기서 정지되면 부계정으로 오라’고 홍보할 정도다. 트위치의 경우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성인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또한, 부적절한 콘텐츠를 발견해 이용자가 이를 신고하더라도, 라이브 스트리밍이 중단되기까지는 통상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아프리카TV에서 제재를 받고 해외 및 타 플랫폼으로 이동해 활동하는 BJ들. 온라인 캡처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에서 활동하다가 제재를 당한 BJ들이 해외 플랫폼으로 옮겨가 버젓이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플랫폼이다보니, 콘텐츠가 더욱 선정적, 폭력적으로 변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콘텐츠는 결국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게 되는데, 이미 국내 플랫폼에서 유명세를 얻은 BJ인 경우가 많아, 방송을 진행한 해외 플랫폼이 아니라 국내 플랫폼이 질타를 받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전부터 사후까지 통합 프로세스로 유해 콘텐츠에 대응하는 아프리카TV. 아프리카 TV 제공
◆사전부터 사후까지 통합 프로세스로 유해 콘텐츠에 대응하는 아프리카TV

이 때문에 국내 플랫폼뿐 아니라 해외 플랫폼들의 관리감독 의무를 더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인터넷 방송에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관련 법안이 단기간에 마련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인터넷 방송에 대한 이해 없이는 실효성 있는 규제 마련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해외 플랫폼들도 일정 체계에 따라 유해 콘텐츠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두고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문제가 뒤늦게 발견되더라도 뒤늦은 사후 조치만 형식적으로 진행될 뿐이다.

이에 원론적인 기준만 마련할 것이 아니라, 실시간 모니터링을 24시간 유지,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진행되는 유해 콘텐츠의 경우 일정 시간내 차단, 유저 신고가 누적될 경우 콘텐츠에 대한 블라인드 조치 등 구체적인 자율 규제 시스템 마련이 우선시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아프리카TV는 유해 콘텐츠 근절을 위한 자체 규제 체계를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아프리카TV는 사전 대응에서부터 실시간, 사후 조치까지 콘텐츠에 관련한 전 과정에 부적절한 콘텐츠를 차단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먼저 BJ가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하기 전 단계에서부터 유익한 정보와 유의사항에 대한 교육, 웹툰을 통해 주의할 점을 알리기, 클린 콘텐츠 조성을 위한 캠페인 진행 등 유해 콘텐츠 차단을 위한 사전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모니터링팀을 상시 운영하고 음란물을 차단하는 ‘태권S’, 욕설 채팅을 차단하는 ‘태권A’ 등 자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유해한 콘텐츠의 필터링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들도 유해 콘텐츠를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유저 신고센터를 통해 유저들의 신고를 받고 운영자가 신속하게 대응하는 등 실시간 조치에 나서고 있다.

아프리카TV에서 부적절한 콘텐츠를 진행한 BJ는 ‘운영정책’에 근거해 사안의 이슈 및 수위, 내용의 경중을 고려, 일시 및 영구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더불어, 유해 콘텐츠를 진행할 위험이 있는 BJ에 대해서도 정기교육 및 지속적인 미팅을 통해 경각심을 심어주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플랫폼만 엄격한 규제 재도를 운영하는 것으로는 유해 콘텐츠를 근절하기 어렵다”며 “해외 플랫폼들도 실시간 콘텐츠 모니터링에 더해 즉각적으로 부적절한 콘텐츠를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고 설명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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