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장관 청문회 파행···야당 “자료 거부 완전히 도 넘어”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1일 열렸지만 오전 내내 파행했다. 야당은 “자료 제출 거부가 완전히 도를 넘었다”며 청문회 연기까지 주장했다. 김 후보자가 각종 극우적 발언을 쏟아낸 유튜브 채널을 폐쇄한 것도 논란이 됐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이인영 통일부 장관 청문회도 자료 제출이 미흡했지만 예정대로 진행했다며 김 후보자를 옹호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이날 오전 10시 개최한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1시간여 동안 진행되고 중단됐다. 김 후보자와 가족의 신상 관련 자료 제출이 부실하다고 문제삼은 야당 의원들과 일단 청문회를 진행하자는 여당 의원들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자료 제출 거부가 역대급이라고 비판했다.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이용선 의원은 “후보 개인 가족에 대한 도덕성 검증 자료나 정책 검증에 필요한 자료 협조가 여당 의원도 이의제기할 정도로 안되고 있다”며 “거의 봉쇄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은 “12년 국회의원 활동하면서 수십회 인사청문회 등을 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라며 “후보자 스스로 인사청문회의 당연한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청문회 개최 이틀 전 기자회견을 열어 성실한 자료 제출을 촉구했음에도 달라진 게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은 “청문회 하는 사람들(의원들)이 (김 후보자) 자녀가 어느 학교를 다녔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청문회를 해야 하나. 지금까지 국회의 관행에서 볼 때도 전혀 없었던 새로운 일”이라며 “만약 이것을 우리가 용납한다면 국회의 국무위원에 대한 청문회 자체가 무력화될 뿐만 아니라 검증 수준이 퇴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것은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가 지난달 29일 내정 당일 폐쇄한 유튜브 채널을 복원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민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김 후보자의 유튜브 채널에 현안과 관련한 극우적이며 대북 강경일변도 내용의 방송들이 올라와 있기 때문에 정책 검증을 위해 유튜브 채널 공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민주당에서 제기돼왔다.
통일부 측이 채널 복구와 관련해 거짓 해명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의원은 “통일부 기조실장이 복구에 한 달 가까이 걸린다고 답을 해왔다”며 “(유튜브 운영사인) 구글 한국지사에 확인했더니 이건(채널 동영상들이) 백업돼 있고 본인이 입장을 밝히면 바로 복구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국회를 기망한 것”(박 의원), “통일부 공무원의 한달 걸린다는 거짓말에 속아넘어간 것”(이원욱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청문회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이런 상태에서 청문회를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자료 제출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호중 의원은 “자료 제출을 하고 유튜브를 복원시킨 다음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사례를 들며 김 후보자의 자료 제출이 부실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외통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석기 의원은 “김 후보자가 총 2146건의 자료를 제출했다”며 “권영세 장관 (청문회) 때보다 1.9배 많고, 이인영 장관 때 제출한 자료보다는 2.5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인영 장관 때도 자료 제출의 미비가 있었는데도 (청문회를) 진행했다”며 “청문회를 중단하거나 도저히 진행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의 유튜브 채널 폐쇄와 복구 거부가 정당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나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유튜브 계정 삭제 잘했다고 본다”며 “국무위원으로서의 입장이 중요한 것이지 과거에 했던 이야기를 갖고 망신주기 차원의 청문회를 이끌어가겠다는 생각을 하시는 건 아닌가”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같은 당 태영호 의원은 “(복구에) 한달 동안의 장기간 시간이 걸리는데 이걸 전제로 오늘 인사청문회를 여느냐 마느냐 논의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호 외통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김 후보자의 자료 제출 문제를 여야 간사 등과 논의하겠다며 회의를 중단했다. 김 후보자는 오전 내내 발언을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청문회가 정회되자 김 후보자는 미소를 짓는 듯한 표정을 보이며 자리를 떴다. 청문회는 이날 오후 2시 재개될 예정이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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