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호전되자 돌아온 ‘3040 영끌족’…이자 폭탄 ‘불안불안’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7. 2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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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생애 첫 부동산 매수 12.5만명
2010년 이후 역대 최고치
주요 지표들 집값 바닥론 힘싣자
3040대 매수자 전체 63.2%
은행권 ‘주담대’ 4개월 연속 증가
내림세 금리 재상승 “부담 가중 우려”
영끌 수요가 몰린 서울 노원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아파트값이 반등세로 접어들고 거래량도 늘면서 주요 지표들이 집값 바닥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 대출)’이 다시 주택 매수에 나서는 신호가 나타나면서 더 늦기전에 집을 사야하는 것 아닌지 고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 정부의 규제 완화에 올해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1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국 생애 처음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 매매 이전 등기 신청 매수인은 19만8810명으로 전체 신청자 41만6877명 중 절반 수준인 47.7%에 달했다. 이는 통계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역대 추이를 살펴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39~40% 수준까지 치솟았던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비율은 2014년부터 35.1%로 대폭 감소했고 이후 지난해까지 10여년 동안 31.5~34.6%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역시 34.5%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기가 시작되며 관망하는 분위기가 이어졌으나 올해 규제가 대폭 해제됨에 따라 무주택자들 사이에서 집을 사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장되며 매수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생애 첫 부동산을 구입한 30대, 40대 매수자는 각각 7만7603명, 4만8091명으로 전체의 63.2%를 차지했다.

부동산 시장의 메인 수요층으로 판단되는 30·40세대의 움직임이 활발해진이유로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꼽힌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지역과 주택가격, 소득에 상관없이 80%로 완화했다.

또 대출 한도 역시 기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하고, 12억원 이하 주택을 매수하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겐 소득 기준을 따지지 않고 200만원 한도로 취득세를 면제했다.

최근 부동산 관련 지표들도 이들의 매수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의 주간 단위 아파트값은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늘고 거래가격이 완만한 오르며 8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 18일 발표된 실거래가 지수 또한 올해 1월부터 5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실거래가 지수가 올랐다는 것은 최근 직전 거래가 보다 높은 가격에 팔린 상승 거래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길었던 부동산 침체가 끝을 보이자 집을 사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건수는 약 3580건으로 지난 3월 3000건을 돌파한 후 4개월 연속 3000건을 넘기고 있다.

서울 아파트매매수급지수는 86.5로 지난 2월넷째주(66.3) 저점을 찍은 뒤 19주 연속 상승했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대출 규제도 풀리고 집값도 떨어진 상황에서 특례자리보금론 등이 출시되며 내 집 마련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금리 오름세에도 주택담보대출 중심 가계대출 급증
서울의 한 은행에 개인대출 안내가 되어있다. [이승환 기자]
문제는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또한 급증했다는 점이다.

특히 3년전 부동산 대세 상승기 때 이슈가 됐던 영끌족의 재증가가 주담대 액수 증가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발표한 ‘2023년 6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규모는 전월 대비 5조9000억원 증가한 106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가계대출 관련 통계를 산출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석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4, 5월에 이어 증가폭 역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은행 가계대출 규모를 역대급으로 끌어올린 것은 주담대 영향이 컸다. 은행 주담대 규모는 총 잔액 규모가 814조8000억원으로 6월에만 7조원 가량이 급증했다. 이는 월 주담대 증가규모가 7조8000억원을 기록했던 2020년 2월 이후 3년 4개월여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은행 주담대는 일반 개별 주담대가 3조7000억원 늘었고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모기지가 2조6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집단대출 역시 7000억원 가량 늘었고 전세자금대출 역시 증가 전환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주담대 급증 이유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올해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 증가를 지목한다.

최근 대출금리 상승세가 심상치 않는 상황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모처럼 돌아온 영끌족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이 4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결국 6개월 전 수준으로 다시 올라갔다. 은행들이 채권 발행을 늘리고 새마을금고 사태와 미국 금리 인상 압박 등 시장금리가 오를 요인들이 많아 변동금리 차주들의 부담이 커질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출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예금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당분간 대출금리도 상승 조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코픽스를 기반으로 산출하는 경우가 많아 코픽스 상승은 대출금리 인상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시장에서는 상단이 7%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을 지속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에 변동금리를 선택한 신규 대출자 비율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이들의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주요 지표를 봤을때 시장이 바닥을 다진 것은 맞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주택시장과 관련한 각종 지표가 개선됐음에도 매도 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집값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지금 매수를 원한다면 금리 인상의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면서 “서울 외곽에 위치한 구축의 경우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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