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 2574억 떼였다…이경수 회장, 책임 커지는 이유
이경수, 지분 절반 투자한 미국법인도 수천억 대여
"미국법인 체질개선 중, 올해부터 성과 나올 것"
코스맥스가 계열사에 등에 빌려준 4622억원 중 절반 이상을 떼일 상황에 처했다. 이미 대여금 중 절반 이상은 떼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손실로 처리했다. 코스맥스에 돈을 빌린 일부 계열사 중에는 오너가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책임 경영을 다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3월 기준 코스맥스는 특수관계자에 대해 총 4622억원을 빌려주고 있다. 회사별 대여금을 보면 △코스맥스네오 125억원 △코스맥스향약원 22억원 △씨엠테크 29억원 △매드스퀘어 16억원 △코스맥스아이큐어 5억원 △코스맥스 웨스트 2억4396만달러 △코스맥스 USA 8657만1390달러 △PT. 코스매스 인도네시아 358만8961달러 △코스맥스 재팬 3000만 엔(JPY) △코스맥스(타이랜드) 컴퍼니 리미티드 2억9500만 바트(THB) 등이다.
코스맥스는 총 대여금 4622억원 중 2574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하고 있다.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대여금에 대해 장부상에 미리 손실로 처리했다는 의미다. 대여금에서 대손충당금을 뺀 순장부 금액은 2048억원에 불과하다.
가장 큰 빚을 진 계열사인 코스맥스 웨스트의 달러 빚을 한화로 환산하면 3000억원이 넘는다. 코스맥스는 올해 1분기에도 코스맥스 웨스트에 77만 달러를 추가로 빌려줬다.
코스맥스 웨스트는 2017년 미국 화장품 제조업체 누월드(NUWORLD)를 5000만 달러에 인수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 회사(SPC)다. 2013년 설립된 코스맥스 USA가 운영 중인 오하이오 솔론의 기초 화장품 공장과 함께 누월드의 뉴저지 색조 화장품 공장을 운영한다는 계획이었다.
코스맥스 웨스트의 초기 자본금 중 절반인 1500만 달러는 코스맥스가 댔고, 나머지 1400만 달러는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이 개인적으로 투자했다. 이 회장이 개인적으로 코스맥스 웨스트 지분 46% 가량을 확보한 것이다. 책임 경영 차원이었다.
오너의 개인 자금이 투입된 투자였지만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연결기준 코스맥스 웨스트의 당기순손실은 △2020년 1037억원 △2021년 894억원 △2022년 827억원 등 매년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올 1분기에도 13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현재 코스맥스 웨스트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난 3월 기준 자산은 1957억원, 부채는 5881억원이다. 자본이 마이너스(-) 3924억원에 이르는 것이다.
코스맥스는 코스맥스 웨스트의 자본금 163억원을 모두 손상차손으로 처리했다. 2019년 38억원, 2020년 124억원 등이다. 손상차손은 자산의 가치가 하락한 만큼을 비용(손실)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자본금이 전액 손상차손으로 처리되면서 현재 코스맥스 웨스트 장부가는 0원이 됐다.
작년부터 코스맥스 웨스트는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있다. 현재 코스맥스 USA의 오하이오 솔론 공장 부지 등 149억원 유형자산을 매물로 내놨다. 솔론 공장의 일부 장비는 누월드의 뉴저지 공장으로 이전했다. 올해 1월엔 코스맥스 웨스트의 종속회사인 코스맥스 USA는 누월드를 흡수합병했다. 지배구조가 코스맥스→코스맥스 웨스트→코스맥스 USA로 변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사업을 확장하다 보니 초기에 본사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 대여금이 많이 들어갔다"며 "특히 미국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많이 어려웠는데, 세계 1위 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작년부터 미국법인이 체질개선에 나섰고 올해부터 성과가 나올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정상화되면 대여금은 다시 돌려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코스맥스가 이 회장이 개인으로 지분을 일부 가진 회사에 대규모 자금을 빌려주고, 제대로 돌려받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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