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L짜리 흰우유 3000원 시대 '코앞'
인포그래픽으로 본 세상
원유 가격 또 오를 채비
우윳값 인상 가능성 높아
밀크플레이션 언제까지
이번엔 우유다. 정부가 밀가루ㆍ라면에 이어 '우유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서울우유, 매일유업 등 국내 유업체 10여곳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농식품부는 업체들에 "유가공제품 가격 인상을 최소화해 물가안정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나서서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한 건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을 우려해서다. 낙농가와 유업체가 가격 협상을 통해 원유 가격을 인상하면 우유 가격이 상승하고, 이것이 다시 식품업계에 영향을 미쳐 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표➊).
지난해 원유 가격을 1L당 49원 인상했을 때 유업계는 흰우유 가격을 약 10% 올렸다.[※참고: 인상된 가격은 기본적으로 당해 8월부터 적용하지만 지난해엔 협상이 길어지면서 조정된 가격을 제때 적용하지 못해 10월 16일부터 12월 31일까지는 인상분에 3원을 추가해 L당 999원에 원유를 지급했고, 올해 1월부턴 49원이 인상된 996원을 적용했다(표➋).] 그 결과, 지난해 흰우유 1L 소비자 가격은 2800원대를 형성했다.
저출산 등으로 우유 수요가 점점 감소하고 있는 데도 원유와 우유 가격은 매년 인상된다는 점은 늘 논란이다. 우유 소비량과 가격 추이를 보면 2001년 146만5763t(톤)이었던 흰우유(백색시유) 소비량은 2021년엔 137만1011t으로 6.5% 줄었다. 반면 원유 가격은 517원에서 947원으로 83.2%, 우유 평균가격은 1370원에서 2597원으로 89.6% 뛰었다(표➌).
이런 국산 우유는 '비싸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국제 물가비교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7월 18일 기준 흰우유 1L당 소비자가격은 싱가포르가 3932원으로 가장 비싸고, 한국은 2745원으로 상위 다섯번째다. 중국(2500원ㆍ10위), 일본(1792원ㆍ44위), 미국(1301원ㆍ77위)과 비교하면 꽤 비싼 편이다(표➍). 그런데 여기서 또 한번 올릴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1L 우유 한팩을 3000원 주고 마실 날이 코앞이라는 얘기다.
유업계는 정부의 '물가안정'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가격 인상 자제 요구엔 난감하다는 분위기다. 유업계 관계자는 "흰우유는 매출 비중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제품이지만 마진이 거의 없어 원유 가격이 오르면 인상분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사룟값 인상 등으로 낙농가도 워낙 힘들어하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참고: 낙농가의 고통이 정말 사룟값 인상 때문인지는 556호에서 면밀하게 분석해볼 예정이다.]
낙농가와 유업계는 가격 협상 기한이던 19일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4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우유 가격은 머잖아 오를 게 분명하다. 밀크플레이션의 현주소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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