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섭의 내로남불] 김남국 `제명` 권고에…깜짝 놀란 민주당, 말이 없다
이례적인 '제명' 권고였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최근 거액의 가상자산(코인) 보유 논란이 일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에게 최고 징계수위인 '의원직 제명'을 국회 윤리특위에 권고했다. 헌정사에 현역 국회의원이 제명된 사례는 1979년에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가 유일했다. 최소한 징계 수위로 볼 때는 '역대급 사건'이라는 의미다.
유재풍 자문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 수준의 징계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가상자산 관련해선 제대로 소명이 안 된 부분이 있는 점과 그동안 해왔던 (거래)내역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며 "전체적으로 소명이 성실하지 못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도 '전체 거래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유 위원장은 심지어 징계 결정에 필요한 충분한 자료를 검토하지 못한 답답함을 쏟아내듯 "제도적으로 윤리심사자문위로 보낼 때는 윤리특위에서 어느 정도 조사를 해서 자료 주든지 해야지, 어느 기관이나 징계를 하려면 간사가 있어서 조사해서 의견을 듣는 것인데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말까지 했다.
김 의원은 앞서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일었을 당시 "초기 투자금 형성부터 가상화폐 거래 과정 일체에 그 어떤 불법·위법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해서 말씀드렸다"며 '인증샷'까지 찍어 보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도 응하겠다"고 했다. 말로만 아니라고 부정하는 그간의 정치권의 모습보다 훨씬 성실한 해명이다. 그러나 시계를 되돌려보면 이번 사태는 그가 당시 보였던 인증샷이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킨 측면이 크다. 그의 인증샷에는 증권계좌→가상화폐지갑으로 흐르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내용만 담겨있었다. 가장 핵심인 '언제 코인을 보유했고, 언제 코인을 매도했는지'를 확실히 할 수 있는 코인 거래내역은 빠져있었다. 결국 인증샷을 단서로 한 각종 추정들이 난무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의혹의 시발점이었던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이상 거래'를 판단하고 지적했던 '업비트'와는 또 다른 지갑이 발견됐다. '거액의 가상자산 코인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갔는지'를 궁금해하는 기존 의혹 외에 거짓 해명 논란이 새롭게 생긴 셈이다. 그렇게 김 의원 관련 의혹은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김 의원이 인증샷까지 내보이며 무결함을 입증하고 싶었다면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이를 증명할 가장 좋은 무대였다. 일반인들은 코인 거래가 생소할 수 있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자문위만 설득했다면 이후의 정치권에서 의혹 제기나 주장까지도 상당 부분은 '잘 몰라서 하는 주장'으로 치부하며 비껴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제대로 된 소명을 안 했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뒤집어 얘기하면 코인거래가 생소하고 오해할 수 있는 일반인에겐 인증샷까지 걸며 소명했으나, 전문가들을 상대로는 제대로 인증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김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제명 권고에는 유감"이라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이 형평에 맞게 적용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제 시선은 민주당으로 향하고 있다. 자문위가 낸 제명 의견은 어디까지나 의견이다. 확정 짓는 건 국회의 영역이다. 자문위가 징계 의견을 내놓으면 특위는 징계안을 징계심사소위로 넘겨 심의한 뒤 전체회의에서 징계 수위를 최종 결정한다. 그 이후에도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만 확정된다. 이때 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다. 이론적으로는 민주당의원 중 절반 이상만 반대해도 김 의원의 징계안 통과를 막을 수 있다.
과연 김 의원에 대해 민주당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 지금까지 자세로만 보면 민주당은 도덕적인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김 의원 사건에 적극적이던 초반의 모습은 실종되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초에는 당내에서 김 의원 건을 성실히 조사하겠다고 했고, 김 의원이 탈당한 뒤에도 조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김 의원의 자료 미제출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인상을 줬다. 김 의원을 향해 윤리자문위에 성실히 소명할 것을 눈에 띄게 압박한 적도 없다. 최근에는 당의 책임 있는 자세를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김은경 혁신위원장마저 '혁신위가 이 대표의 호위기구가 됐다'는 비아냥을 들으며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의원 건에 대해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절차가 속히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그간 국민의힘을 재벌·대기업과 연관 지으며 '거대 자본을 보유한 기득권 세력 자체이거나 혹은 그를 추종하는 하수인'쯤으로 규정지으면서, 자신들을 '서민들과 힘을 합쳐 거대한 세력의 횡포에 맞서는 가진 것은 없지만 정의로운 기사' 쯤으로 묘사해왔다. 그런데 정작 김 의원에 대해서 강하게 말하지 못한다면, 자신들이 비판해왔던 국민의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아닐까. 자신이 비판해온 모습과 똑같은 집단이 나는 그들과 다르다면서 정의를 외친다면 그야말로 '내로남불의 정석'이 아닐까.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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