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 '1000억' 쩐의 전쟁, 인연 알고 보면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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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충무로에 활기가 돈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국내 4대 투자배급사가 일제히 신작을 내놓는다.
그 관계를 알고 보면, 이 경쟁이 더 흥미롭다.
여름 성수기 빅4 중 마침표를 찍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배경은 재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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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오랜만에 충무로에 활기가 돈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국내 4대 투자배급사가 일제히 신작을 내놓는다. 유명 감독과 흥행보증수표라 불리는 배우들도 즐비하다.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쩐의 전쟁'이다. '밀수'(감독 류승완), '더 문'(감독 김용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등 4편의 순제작비는 각각 180억 원, 280억 원, 250억 원, 200억 원으로 알려졌다. 도합 910억 원이다. 여기에 마케팅·홍보 비용이 포함되면 10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물러설 수도, 물러설 곳도 없는 이 대결에는 얽히고설킨 인연도 존재한다. 그 관계를 알고 보면, 이 경쟁이 더 흥미롭다.
#어제의 동지, 오늘의 적으로
올 여름 극장가에는 김용화, 류승완 등 2명의 '1000만 감독'이 뛰어든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들과 흥행을 함께 했던 배우들이 상대편에 섰다.
대표적인 배우가 하정우다. 하정우는 김 감독의 영화 '국가대표', '신과 함께' 시리즈 등에 참여했다. 두 사람이 합작한 관객 수만 3500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올해는 각각 '더 문'의 감독과 '비공식작전'의 주연배우로서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는 형국이다. 게다가 '비공식작전'의 또 다른 주인공은 주지훈이다. 주지훈 역시 '신과 함께'의 주역이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전작의 '원투 펀치'를 모두 라이벌에게 넘긴 셈이다. 류 감독 또한 하정우와 '베를린'을 함께 한 인연이 있다. 게다가 '더 문'과 '비공식작전'은 8월2일, 같은 날 개봉한다. 한 주 먼저 개봉된 '밀수'에게 상영관을 빼앗는 동시에 출발선이 같은 서로를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비공식작전'의 김성훈 감독 입장에서는 '주연 배우를 뺏어왔다'는 표현이 서운할 법하다. 두 배우 모두 김 감독의 전작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바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연출하고 하정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터널'은 712만 관객을 동원했고, 주지훈은 김 감독이 연출한 '킹덤'에서 활약하며 넷플릭스 전성시대를 열었다. 절친한 세 사람이 모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김 감독은 "늘 지금 촬영하는 영화를 '내 인생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면 대한민국에서 이 영화, 이 캐릭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에게 맡기고 싶을 것이고, 그 때 떠오른 두 배우가 바로 하정우와 주지훈"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용화 감독과 이병헌, 하정우의 관계는 또 다른 측면에서 얄궂다. 두 배우는 영화 '백두산'으로 825만 관객을 합작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제작자가 바로 김 감독이다. 이번 여름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 이병헌은 '콘트리트 유토피아' 편에 섰다. 세 사람이 모두 각각의 영화로 맞불을 놓는다. 섣불리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 힘든 난형난제 상황이다.
반면 또 뭉친 배우 조합도 있다. 영화 '시동'에서 엄마와 아들로 호흡을 맞췄던 염정아와 박정민은 '밀수'에서는 아군에서 적으로 상황이 뒤바뀐 후 끝까지 대립하는 원수지간으로 나온다.
#또 다른 주인공, '공간'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워낙 많은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신선한 소재를 찾는다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다.
그래서 여름 시장 빅4를 구분지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공간'이다. '그들이 어떤 공간에 놓였는가?'를 상상해본다면, 내가 볼 영화를 고르는 데 조금 도움이 된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여는 '밀수'는 1970년대, 바닷가 마을이 배경이다.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해녀들이 밀수에 동원된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김혜수·염정아 등 주연 배우들은 6m 깊이의 수저에서 물과 사투를 벌였다. 그 결과 액션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류승완 감독의 새로운 액션 영화가 탄생됐다. 수영에 능한 해녀들이 힘으로는 당할 수 없는 남성들을 물 속에서 자연스럽게 제압해가는 액션은 탁월하다.
'더 문'은 우주로 간다. 달 탐사 중 조난당한 막내 우주대원 선우(도경수)를 구출하기 위한 과정을 보여준다. 김 감독이 우주를 택한 건 수긍이 간다. 그는 이미 '신과 함께'의 저승, '미스터 고'의 고릴라 등 VFX와 CG가 돋보이는 작품을 수차례 연출했다. 그런 의미에서 '더 문'은 한국에서 특수효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김 감독의 야심작이라 할 만하다.
'비공식작전'의 배경은 중동이다.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한국 외교관 납치 사건을 토대로 이야기를 구축했다. 레바논의 황량한 환경은 휴가철을 맞은 관객들을 먼 나라 어딘가로 데려가기 충분하다. 다만 앞서 영화 '교섭'·'모가디슈' 등 비슷한 질감의 영화가 개봉한 적이 있다는 것은 '비공식작전'이 넘어야 할 산이다.
여름 성수기 빅4 중 마침표를 찍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배경은 재난 상황이다.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 시리즈가 원작으로,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은 황궁아파트 주민들의 생존기를 다룬다. 도시 한복판에서 발생한 재난 상황을 묘사한 미장센,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들의 군상이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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