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배틀’ 진짜 무서운 스릴러였네

2023. 7. 2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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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20일 종영한 ENA 수목드라마 ‘행복배틀’은 무서운 드라마다. ‘악귀’보다 더 무서운 드라마다. 인플루언서인 여주인공 오유진(박효주)의 죽음을 둘러싸고 진실을 파헤치는 게 핵심이다. 그러면서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다.

유진의 남편인 강도준(이규한)은 직업이 버젓한 치과의사이며 잘생긴 엄친아지만, 불륜을 일삼는 인간말종이다. 강도준이 누구와 불륜을 맺었는지는, 여기에서 말하기가 힘들 정도로 쓰레기다. 아내 유진은 이런 남편을 죽여달라고 살인을 청부하려다 이내 취소한다.

오히려 강도준은 아내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세운다. SNS에 빠지면서 제어가 안되고 자기 머리속에서 구상한 세계가 진짜 있다고 믿어버리는 망상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아내를 정신병자로 만들어버린 것.

유진이 도준을 용납못하는 건 이해하지만 “남자구실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라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이런 말은 열등의식으로 뭉친 남편의 변태적 성매매 행위를 중단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자극할 뿐이다.

그러다 부부가 극단적인 다툼으로 아내 유진은 죽음에 이르게 됐다. 형식적으로 보면 유진이 투신한 것처럼 보여도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어릴 때 유진과 가족처럼 자란 장미호(이엘)는 도준의 불륜이 담긴 USB를 찾아나서는 문제해결사다. 거기에는 도준이가 유진을 죽이려는 의도가 있는 증거도 있기 때문에 도준은 필사적으로 USB를 먼저 확보하려 한다.

미호는 자신도 만신창이가 되고,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USB의 존재와 당시 사건 목격자 황지예(우정원)의 증언을 확보한다. 미호는 수사관 능력을 뛰어넘는 활약으로 이 사건을 해결하고, 진짜 행복의 의미를 화두로 던진다.

이럴 때는 정의의 화신인 미호를 도와주는 남자가 있기 마련이다. 직장 후배인 이진섭(손우현)이 미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담아, 시종일관 조력자 역할을 하지만,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게 문제. 그러니까 이엘만 죽어날 정도로 힘든 연기의 연속.

유진은 평소 이미 금이 간 남편과 사이가 좋은 것처럼 SNS에 포장한다. “지율, 하율 두 딸을 할머니에게 보내고, 오늘은 우리 남편과 나, 오붓한 시간 가지게 됐음”

특히 일상(음식, 패션)을 올리는 인플루언서들은 넷플릭스 ‘셀러브리티’의 세계처럼 멋있고 화려함을 추구한다. 내면보다 겉으로 보여지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미호는 종반에 “유진이가 죽으면서까지 감추고 싶었던 것은 진짜 행복, 유진이가 죽으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것은 가짜 행복”이라고 말한다. 주제와 연관된 문장이다.

무엇보다 ‘행복배틀’은 안방극장에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행복에 집착하며 살아가던 주인공들이 밑바닥으로 추락하면서 포기해서는 안 되는 근원적인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선사했다. 여기에 SNS, 맘카페(골드맘), 영어유치원 등 2023년의 리얼한 시대상을 가감없이 반영하며 공감을 자아냈다.

한편, 20일 방송된 ‘행복배틀’ 16회에서는 오유진(박효주) 죽음과 관련된 모든 진실이 밝혀졌고, 장미호(이엘)는 지율(노하연), 하율(허율)과 진짜 가족이 되기로 결정, 죽은 오유진과 진정으로 화해하는 결말로 해피엔딩을 완성했다.

이 날, 장미호를 납치한 강도준(이규한)은 자신의 계획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장미호와 함께 죽으려고 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송정아(진서연), 김나영(차예련), 이진섭(손우현)이 그들을 찾아냈고, “살려달라”고 발악하던 강도준은 경찰에 체포됐다. 오유진 살인 청부 녹음 파일, 목격자 황지예(우정원)의 증언 등 수많은 증거들이 그의 살인 혐의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렇게 치열했던 ‘행복배틀’도 끝이 나고, 엄마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송정아(진서연)는 하이프레스티지 아파트를 팔아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한때 오유진을 마음에 품었던 정수빈(이제연)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들이며 가정 역시 지키기로 결심했다.

김나영은 남편 이태호(김영훈)에게서 완벽하게 독립했다. 금수저 집안에서 자라 아빠와 남편에게 의지할 줄만 알았던 김나영은 송정아의 회사에 취업해 스스로 자립하는 데 성공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오유진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도 이를 묵인하고, 심지어 대규모 부동산 사기극을 벌였던 황지예는 교도소에서 죗값을 치렀다. ‘행복배틀’이 끝난 뒤에야, 딸 소원이의 존재 자체가 진정한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황지예였다.

장미호는 일에 집중하며 그동안의 일을 잊으려 했다. 그러던 중 장미호는 자신을 향한 저주로 가득했던 오유진의 고발문을 다시 보게 됐다. 하지만 읽지 않은 고발문의 끝에는 장미호를 유일한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오유진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결국 오유진을 위해 지율, 하율 자매를 맡기로 결정한 장미호. 그렇게 18년간 서로를 향한 오해로 반목했던 두 사람은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게 됐다.

‘행복배틀’은 ‘품위있는 그녀’, ‘내 이름은 김삼순’ 등 명품 드라마를 연출한 김윤철 감독과 동명의 원작 소설을 집필한 주영하 작가의 의기 투합, 이엘-진서연-차예련-박효주-우정원 등 믿고 보는 배우 조합으로 방송 전부터 주목받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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