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 “‘셀러브리티’로 두 번째 출발? 선입견 없이 봐주셨으면”[MK★인터뷰]
1998년 가수로 먼저 데뷔한 이동건은 활발한 배우 활동으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 ‘낭랑 18세’ 등으로 인기를 얻었고, 2004년 ‘파리의 연인’에서 “이 안에, 너 있다”는 대사로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드라마 ‘미래의 선택’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7일의 왕비’ ‘여우각시별’ ‘단, 하나의 사랑’, 영화 ‘B형 남자친구’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등에 출연했다.
4년 만에 돌아온 이동건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조윤희와 2017년 결혼해 이듬해 12월에는 첫딸인 로아를 품에 안았지만, 결혼 3년 만인 2020년 협의 이혼했다.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셀러브리티’를 통해 복귀했다.
Q. 오랜만에 작품을 선보인 기분이 궁금하다.
“공개된 건 오랜만이지만 저는 공백없이 촬영에 들어갔던 상황이다. 1년 정도 촬영하고 1년 정도 후반작업이 들어갔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만난 느낌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Q. 대본을 보고 어떤 부분에 매료되었을까.
“제가 모르는 세상이라고 처음에 생각이 들었을 때는 ‘내가 할 수 있을까?’ ‘화려하고 젊고 이런 드라마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김철규 감독님이 연출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잘못해도 잡아주시지 않을까 감독님을 믿고 대본을 봤는데 너무 흥미로웠다. 제가 모르는 세상의 이야기기도 하고, 워낙 인물 구성이나 사건도 굉장히 짜임새있고 신선하고 자극적으로 만들어진 대본이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진태전 밖에 없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해서 다른 배우가 하는 것보다 내가 조금 더 잘할 수 있을까?’, ‘내가 가진 장점이 드러나고 단점은 감출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데, 진태전이라면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감독님의 작품들 선후배한테 들었던 이야기를 통해 꼭 한 번 작업하고 싶었다. 감독님에 대한 믿음, 대본에서 느낀 충분한 흥미와 재미, 멋진 롤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으로 했다.”
Q.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부분이 정확히 어떤 부분인지 궁금하다.
“이중적이랄까. 초반에는 따뜻한 남편, 능력 있는 변호사라는 면이 비치다가 어떤 중요한 사건 앞에서 내면이 드러나고 막 뿜어내고 거침없이 나가는 부분이. 사람은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하고 저도 제가 연기할 때 뿜어낼 수 있는 에너지에 비해 저한테 가진 이미지는 부드럽고 나이스하다고 생각한다. 내 이미지, 할 수 있는 연기를 통해 반전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Q. SNS를 소재로 한 드라마인데, SNS를 잘하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작품을 통해 깨달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저는 SNS를 ‘셀러브리티’로 배웠다. 전혀 문외한이었고, 지금도 네이버에 검색하고 구글에 검색하고 그런 게 더 편하다. ‘셀러브리티’ 대본에서 이런 세상이 있고 이런 세상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 열광하는 것이고 이 안에서 큰 힘이나 인기를 얻게 되면 얼마나 파워풀해지는지도 ‘셀러브리티’를 통해 실감했다.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모르는 세상의 세계라서.”
“첫 번째 이유는 자신이 없어서다. 사진 찍는 거나 보여주는 것에 대해 자신이 없고 그런 성향이 아닌 것 같다. 제 사진을 찍거나 그런 일이 별로 없다. 억지로 SNS를 하기 위해서 할 자신이 없었던 게 큰 이유였고 SNS에 대한 팬들과의 소통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늘 상상은 한다. 잘하고 싶고, 때가 있지 않을까?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
Q. 그동안 쌓아왔던 이미지와 다른 악역 캐릭터였다. 부담감이 꽤 있었을 것 같다.
“악역 빌런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7일의 왕비’에서 연산군 역할을 하면서 그때도 ‘내가 할 수 있을까?’ ‘나한테 이런 얼굴이 있을까’ 너무 두려움에 떨면서 첫 촬영 갔던 기억이 있는데 엄청나게 빠져들더라. 감독님이 연출해주셨는데 저한테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고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그 한마디가 저한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것 같다. 다른 배우를 침범하지 않고 연기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작품을 통해 마음대로 찍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연기하면서 너무 재미있음을 느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표정을 짓고 나에게 이런 목소리가 있었나 하는 목소리를 냈고. ‘7일의 왕비’를 통해 빌런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그래서 진태전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Q. 진태전을 연기하고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에너지가 막 쏟아져나와야 하는 장면에서 오버페이스가 나오기도 할 텐데, 이번에는 김철규 감독님은 그걸 탁 눌러주시는, 이런 디렉션을 받았다. 그러면서 한없이 폭발하는 것과 간만의 차이로 누르는 것에 분노 연기를 배우지 않았나 싶다.”
Q. 함께 연기한 이청아, 강민혁, 박규영 등 배우들과의 호흡이 좋았다.
“저랑 가장 많은 신을 한 배우는 이청아 씨다. 매우 차분하고 내면이 강한 배우였다. 늘 여유 있고 스태프들과 배우들과 주변을 잘 챙기고, 늘 웃고. 하지만 굉장히 집중력이 좋고 극중에서도 그랬지만 제가 상처 주고 사고치고 이런 걸 옆에서 안타깝게 바라보고 저를 강제로 하려는 게 아니고, 약간의 진태전은 아내에게 약간의 모성애를 느낀 것 같다. 저보다 나이도 어리시고 하지만 선배같고 의지하게 되는, 의지가 강한 분으로 기억된다.”
“민혁 씨는 같은 소속사고 믿는 친구고 성향을 너무 잘 안다. 선하고 착하고 그런 사람인 걸 알고 있어서 스스럼없이 현장에서 대화하고 주고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촬영하면서 날 세우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되게 즐거웠다. 어떤 장면에서 예상치 못하게 저를 놀라게 하고 연기적으로 에너지를 품어낼 때 당황스럽고 재미있고,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하게 되고 주고받는 게 즐거웠던 것 같다.”
“박규영 씨 같은 경우에는 첫인상부터 예의 바른 후배였다. 엄청 깎듯 하고 선배님선배님이라면 매번 대해주셨고, 저한테는 예의 바르고 연기적으로 그런 친구라고 느꼈다. 서아리라는 역할은 제가 상상한 톤과 달랐다. 작품을 보고 박규영 씨가 잡은 그 톤이 너무 좋더라. 굉장히 좋은 배우고 혼자서 이끌어갈 수 있는 친구구나 싶었다. 자기 연기에 굉장한 중심이 서 있는 배우다. 자기 것을 잘하고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너무 잘하는 배우구나 생각했다.”
“오히려 진태전의 양면적인 모습인 것 같다. 그 부분이 준경이와 베스트 프랜드처럼 처음에 지냈다고 생각하는데, 그 두 사람의 교류나 아내와 준경이가 연락하는 것에 대한 한없이 너그럽지 않나. 마치 셋이 친한 친구처럼. 열등감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한 방에 보여준 것 같다. 준경이와 대립이 점화돼서 열등감까지 폭발하는 작용을 작가님이 보여준 것 같다. 열등감을 이렇게 표현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고민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대본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그런 신을 연기하면서 고민할 게 없었던 것 같다.”
Q. 실제 이동건 배우는 열등감이 있는 편인지 궁금하다.
“열등감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저도 제 직업 뿐만 아니라 시시때때로 느끼는 편이다. 자존감이 높은 편이 아니다. 조금 더 재능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고, 저 사람은 엄청 잘하네 이런 생각은 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환하고 싶은 게 제 욕심인 것 같다.”
Q. 진태전과 이동건 배우의 싱크로율은 몇 프로인가.
“저하고 정말 다른 사람이다. 저는 굉장히 차분한 사람이고 감정을 드러내는 거에 대해 쑥스럽고 조심스러워 하는 스타일이다.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은 여유있는, 물질적인게 아니고 사람자체가 여유로운 그걸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정반대라고 대답하겠습니다.”
Q. ‘셀러브리티’가 공개 2주 차에 넷플릭스 비영어권 TV드라마 시청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전혀 몰랐다. 제 계정으로 매일 보는데 1위를 못하더라. 아쉽고 그랬는데 너무 기쁘고요. 너무 감사하네요 재미있게 봐줘서.”
“실시간 반응은 보기가 무섭더라. 딴거하다가 보이면 피하는 편이다. 좋은 말은 좋지만 이유없이 제가 다운될 수도 있으니까. 친구들 중에 부지런한 녀석들이 좋은 기사, 실시간 순위가 좋은 걸 저에게 업데이트 해줬다. 일부러 찾아보거나 연연하는 스타일이 아닌걸 알아서, 몇몇 친구중에 부지런한 친구들이 업데이트를 해줬다. 좋은 이야기가 있으면 안 좋은 이야기도 있을 테지만 불안한 심리에서 칭찬을 하면 좋으니까 좋은 이야기만 귀담아들으려고 했다.”
Q. 스스로에게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촬영하고 제 작품을 즐기지 못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너무 아쉽고 후회되고 부족한 부분이 제 눈에는 많이 보인다. 기대이상으로 나오는 건 100분의 1인 것 같다. 그래서 솔직히 저는 매 장면 매컷이 후회되는 것이 많다. ‘왜 저렇게 했지?’ ‘얼굴이 왜 저렇지?’ 하나부터 열까지 후회되는 것만 보이는 성향인 것 같다. 즐겁게 보지 못하고 조마조마하게 봐서 모든 장면이 아쉽고 후회되는 것 같다. 그래서 늘 잘하고 싶고, 다음에 더 잘하고 싶고. 저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환하려고 사는 것 같다. 다음에는 더 잘해보자 그런 생각 많이 해본다.”
Q. 두 번째 출발을 시작하는 느낌이다. 몇 년 사이 여러 가지 일을 겪고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 지켜보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게 가장 솔직한 마음인 것 같다. 늘 10년 주기로 뭔가 말씀하시는 새로운 시작의 주기가 오더라.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 배우들, 모든 직업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삶에 흐름이 있는 것 같다. 제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더라. 얼마나 몸을 맡기고 순응하고 발버둥 칠 것이냐 그게 중요한 것 같다. 저는 2번째가 아니라 3번째 시작점인 것 같다. 시작이 저는 감사할 정도로 좋다. ‘셀러브리티’를 할 수 있었고, 글로벌한 시청자들이 보는 작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첫 작품으로 가질 수 있어서 행복하다. 좋은 기운을 가지고 긍정을 통해 더 좋은 작품이 올거라고 확신한다. 더 좋은 작품에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거고, 선입견 없이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나영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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