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존도 높은 韓, 수출 부진 두드러져…美수출은 증가"
중국과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부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반기 이후 수출 부진이 완화되겠지만 지역과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대외여건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출 구조 다변화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21일 발간한 '최근 우리 수출의 특징 및 시사점'(BOK 이슈노트)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김상훈 차장과 남석모·이승호·최준 과장, 유지원 조사역, 아태경제팀 박동훈 과장이 작성했다.
보고서는 "최근의 수출 부진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 위축에 따른 글로벌 공통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및 IT(정보통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에서 두드러진 모습"이라며 "이들 국가들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예상보다 약하고 글로벌 IT경기가 위축된 데 따른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중 우리나라의 지역별 수출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을 보면 △중국(-26%) △아세안 주요5개국(-21.4%) △일본(-10.7%) 등은 감소했다. 반면 △미국(+0.3%) △EU(+4.9%) △중동(+14%) 등 지역으로의 수출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 우리나라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7.9%까지 올랐다. 대중국 수출 비중(19.6%)과 격차가 1.7%p(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대중국 수출이 부진한 건 IT 경기 부진 영향이 크다. 보고서는 "2022년 기준 대중국과 아세안 수출 내 IT 비중은 각각 51%, 46.3%로 대미국(28.2%)과 EU(21.8%)에서보다 크게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 경기 둔화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 속에 우리나라가 수혜를 보며 대미국 수출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은 견조한 노동시장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경기 둔화폭이 크지 않았던 데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과학법 등 시행으로 공장 건설도 늘고 있다"며 "휴대폰과 기계류, 자동차 수입이 많이 이뤄지는 등 대미 수출에서 수혜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미 수출 비중이 머지않아 대중 수출 비중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은이 지역별 수출 차변화 원인을 정략적으로 분석한 결과 대중국 수출의 경우 중국 봉쇄조치 이후인 2022년 4~12월 대비 올해 1~4월 수출 감소의 65%는 중국 자체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경기적 요인'으로 분석됐다. 나머지 35%는 중국 내 점유율 하락과 관련한 '경쟁력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이후 IT 경기 부진이 완화되더라도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과거와 같은 큰 폭의 수출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한은은 특정 지역·품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수출 구조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중국은 향후 소비시장으로서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간재에 편중된 대중 수출 구조를 최종재 등으로 다변화 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EU의 경우 역내 공급망 강화 움직임을 감안해 기술경쟁력 확보 등의 노력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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