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화 거부하면서 키신저 만나는 중국에…백악관 “유감”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베이징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미국과 군사 대화에 응하지 않는 중국 국방부장(장관)이 최근 중국을 방문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을 만나자, 미 백악관이 ‘유감’의 뜻을 밝혔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0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민간인(키신저) 조차 중국 국방부 장관(리상푸)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데, 정작 미국과 대화하지 않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이며, 우리가 군사 통신 소통 채널을 다시 재개하려고 계속 노력하는 이유”라며 “통신 채널이 열려 있지 않고 긴장이 고조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계산 착오가 발생하면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키신저가 미국으로 돌아와서 무엇을 듣고, 배우고, 보았는지 (듣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오스틴 장관과 리상푸 부장(장관)의 회담을 제의했으나, 중국은 이를 거절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리 부장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풀리기 전에는 미-중 간 군사대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군사장비 전문가인 리 부장은 2018년 중국이 러시아제 무기를 사는 과정에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또 대만 무기 지원 등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섣불리 미국과의 군사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리상푸 부장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키신저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중 가운데 어느 한쪽도 상대방을 적수로 삼은 대가를 감당할 수 없다”며 “양국 군대는 의사소통을 강화해 양국 관계 발전에 긍정적인 성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1970년대 미-중 수교를 주도한 키신저 전 장관은 은퇴 뒤에도 꾸준히 중국을 방문하면서 미·중간 대화와 협력을 강조해 왔다.

중국의 키신저 환대는 이뿐이 아니다. 키신저 전 장관은 20일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다. 최근 한 달 새 미국 고위 관료 3명이 이 잇달아 방중 했지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만 시 주석을 만났다.

시 주석은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나 “중국인은 정의를 중시한다. 우리는 ‘라오 펑유’(오랜 친구)를 잊지 않을 것”이라며 “당신과 미국의 지식인들이 중·미 관계를 올바른 궤도로 되돌리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말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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