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해서 되레 쓸쓸한 순간에 대한 배려…애써 무심한 붓터치 [e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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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그림'이라고 할 때 떠올릴 장면이 아닌가.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화가는 있는 듯 없는 듯 애써 무심한 붓터치로 일관해내고.
작가 김재학(71)의 '붓'이 돌아왔다.
작가는 구상화단에서 독보적인 붓힘을 가진 화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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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화단서 독보적인 붓힘 가진 화가
외현 그대로 그려내기보다 내면 옮겨
시대 최고의 꽃을 온몸으로 끌어안은
은·유리·도자기화병이 써낸 '화양연화'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무릇 ‘그림’이라고 할 때 떠올릴 장면이 아닌가. 낯익은 정물이 군더더기 없이 제자리에 놓였고, 마치 그게 세상의 전부인 양 세세하게 ‘기록’한 화면. 가령 은제화병에 꽂힌 한무더기의 분홍장미가 내뿜는 절정의 생명력을 캔버스에 그대로 심어낸 저 그림이 말이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화가는 있는 듯 없는 듯 애써 무심한 붓터치로 일관해내고.
작가 김재학(71)의 ‘붓’이 돌아왔다. 작가는 구상화단에서 독보적인 붓힘을 가진 화가로 꼽힌다. 대상을 캔버스에 끌어들이는데 누구보다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 똑같이 잘 그려낸다는 의미와는 좀 다르다. 대상의 외현보다 내면을 옮겨낸다고 할까. 사물을 긁은 못난 상처 하나에도 마음과 붓을 주는 식이니까. 눈으로만 들여다본다면 보이지 않을 사연에까지 귀룰 기울이는 거다.
‘장미-3’(2023)은 작가가 오랜 화업과 함께해온 ‘꽃과 화병’이란 소재의 연작 중 한 점이다. 장미·작약·양귀비 등 한 시대 최고의 꽃을 온몸으로 끌어안은 은·유리·도자기화병이 써낸 ‘화양연화’ 중 한 편인 셈인데, 밋밋하다 못해 적적한 배경 앞에 덩그러니 세워 그들이 품었을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봤다. 너무 화려해서 되레 쓸쓸한 그 순간에 대한 배려라고 할까.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선화랑서 여는 ‘김재학 개인전’에 걸었다.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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