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人 뜻 따라… 박물관 마당서 진도씻김굿으로 영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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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마지막 날에 쉼박물관 마당에서 진도씻김굿을 합니다. 우리 전통 장례의식에 대해 깊은 애정을 지녔던 고인을 잘 보내드리려는 천도(薦度) 행사입니다. 박물관에서 씻김굿으로 영결식을 하는 것은 초유의 일입니다."
박기옥 쉼박물관 관장의 발인일(發靷日)인 22일 진도씻김굿을 하는 것과 관련,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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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타계 ‘죽음도 쉼’ 깨달음
전통 상여놀이에 애정 남달라
“대통령 장례식때 리무진 대신
상여의식으로 해야” 평소 주장
“장례 마지막 날에 쉼박물관 마당에서 진도씻김굿을 합니다. 우리 전통 장례의식에 대해 깊은 애정을 지녔던 고인을 잘 보내드리려는 천도(薦度) 행사입니다. 박물관에서 씻김굿으로 영결식을 하는 것은 초유의 일입니다.”
박기옥 쉼박물관 관장의 발인일(發靷日)인 22일 진도씻김굿을 하는 것과 관련,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18일 88세로 타계한 박 관장은 생전 우리 전통 장례의식인 상여(喪輿)놀이에 애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자신의 살림집을 개조해 지난 2007년 개관한 쉼박물관 1층에 상여와 혼백을 모시는 데 사용한 요여(腰輿) 등을 들여놨을 정도이다.
이화여대 사학과 1회 입학생인 박 관장은 결혼 후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으나 70대에 박물관을 창립해 새 삶을 살았다. 2005년 남편(남방희 전 한려개발 회장)이 세상을 떠나자 죽음도 인간의 생명운동 과정에서 하나의 ‘쉼’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 계기였다. 서울 홍지동에 위치한 지하 1층, 지상 3층의 박물관은 장례 관련 유물들을 상설 전시하는 한편, 도깨비 인형 특별전 등을 꾸준히 열어왔다. 현대작가들의 주제전도 다채롭게 기획해서 선보였다.
“모든 인간은 누구나 ‘탄생의 문’을 통과해 세상에 나왔지만 결국 ‘마침의 문’을 한 번 더 지나가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다”는 것이 박 관장의 철학이었다. 그는 장례를 간소화하되 우리 전통을 현대에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대통령 장례식 때 서양처럼 검은 리무진으로 운구하지 말고 전통 상여 의식으로 해서 세계에 우리 문화를 알려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다.
고인의 이런 유지를 기리기 위해 문화유산국민신탁의 김 이사장이 진도씻김굿을 제안했고, 남상신 드라코 홍콩 대표를 비롯한 자녀들(3녀 1남)과 사위인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 등 유족이 동의함으로써 이번 영결식이 이뤄지게 됐다. 남 대표는 “많은 분들이 어머니의 뜻을 기리기 위해 애써주시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국가무형문화재인 진도씻김굿은 망자를 불러 맺힌 한을 풀어주고 자유롭게 이승을 떠나도록 돕는 의식이다. 단아하면서도 절제된 춤과 음악, 소리와 사설에서 문학·예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진도씻김굿 보존회 회장인 김오현 명인이 전승자 11명과 함께 21일 서울에 올라와 영결식을 준비했다. 김 명인은 “전통 상여를 모신 박물관에서 씻김굿을 하게 돼 큰 의미가 있다”며 “장례 의식에 걸맞은 굿으로 정성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 관장의 유해는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서 22일 쉼박물관으로 운구돼 씻김굿 형식으로 영결식을 치른 뒤 경기 이천 장지로 향한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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