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성 인권운동가 “교도관이 알몸 수색하며 촬영했다” 폭로
BBC 인터뷰서 “카메라 앞에서 알몸 수색”
도덕경찰 단속 재개 등 여전한 인권 탄압
이란 당국이 히잡 착용 거부 운동을 펼치다가 수감된 여성의 알몸을 수색하고 촬영까지 했다는 폭로가 20일(현지시간) 나왔다. 여성들의 히잡 착용 여부를 단속하는 도덕경찰이 다시 거리에 투입되는 등 신정국가 이란의 폭정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 대표 여성 인권운동가인 모즈간 케샤바르즈는 이날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월 악명 높은 수도 테헤란 에빈교도소에서 겪은 고초를 털어놨다.
그는 “감옥에 있는 동안 보안 카메라 앞에서 3차례 알몸 수색을 경험했다”며 “‘왜 알몸 사진을 찍느냐’고 묻자 ‘향후 고문을 당했다는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케샤바르즈는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사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 사건 훨씬 이전부터 히잡 착용 거부와 축구장 등 공공시설 입장 캠페인을 펼친 인물이다.
BBC에 따르면 그는 3년간의 복역을 마무리하고 지난해 출소했지만, 이란 당국은 최근 국가 안보 저해, 이슬람교 모독, 부패와 음란 조장 등의 혐의로 12년 7개월의 징역형을 다시 선고했다. 케샤바르즈는 결국 망명을 선택했고, BBC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망명지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도관들은 우리를 모욕하고자 이런 짓(알몸 수색과 촬영)을 했다”며 “이란 정권이 우리를 침묵시키기 위해 비디오와 영상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익명의 다른 여성 재소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란에선 보통 마약 등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검사하기 위해 알몸 수색을 하곤 한다”면서도 “카메라 앞에서 알몸 수색을 하진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란 당국은 “이란에 대한 서방의 전면적인 선전”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달 이란 의회 법사위원장은 “여성 수감자들의 영상은 여성 교도관만 본다”고 말해 사실상 알몸 수색과 촬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수도 테헤란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BBC에 “교도소 규정에 따르면 폐쇄회로(CC)TV는 복도 등 수감자들이 움직이는 곳에만 설치돼야 한다”며 “카메라가 없어야 할 장소에서 촬영이 진행되는 것 또한 문제”라고 말했다.
케샤바르즈는 이 외에도 “월경 중 생리대나 탐폰을 강제로 빼앗고 격한 운동을 강요하는 등의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란 당국은 아미니 사망 이후 약 10개월 만인 지난 16일 도덕경찰을 투입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 단속을 재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스카프를 헐렁하게 썼다는 이유 등으로 도덕경찰에 체포된 여성은 일명 ‘재교육 시설’에 끌려가 사상 교육을 받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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