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중대사 이메일도 중국 해커에 털렸다”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 /로이터 연합뉴스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와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이메일 계정이 중국 연계 해커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지난 12일 백악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정부기관 등 25곳의 이메일 해킹 피해 사실을 발표한 이후 고위 당국자 두 명의 피해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해 3월 베이징에 부임한 번스 대사는 미 국무부 정무차관 출신으로, 최근 미·중 고위급 대화 재개의 중심에 있다. 중국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미 국무부에서 동아태 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고위 당국자다. 지난달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의 방중에도 동행했다. 현재까지 해킹 피해가 확인된 최고위직은 수출 통제 등 대중 경제 압박을 주도하는 러몬도 상무장관이고, 블링컨 장관은 해킹 공격에 노출된 정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해킹된 고위급들의 이메일이 기밀은 아니지만, 최근 잇따른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방중 계획이나 미국 내부의 대중 정책 논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안보상의 이유로 이번 사이버 보안 사건의 성격과 규모에 대해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사는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NYT)는 미국 정부가 이번 해킹의 주체를 공개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정부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연계 해커들은 지난 5~6월 미중 관계를 담당하는 고위 당국자를 정밀 겨냥해 공격했다. 이들은 5월 중순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365′를 쓰는 미 국무부와 상무부의 고위급, 미 하원 인사들의 이메일을 해킹했다. 특정 기관이 아닌 개인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해커들은 지난달 16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조사를 시작할 때까지 약 한 달 동안 활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킹 배후로 지목된 중국은 의혹을 부인하고 나섰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해킹 관련 질문에 “허위 정보”라면서 “세계 최대 해커조직은 미국 국가안보국이고, 미국이야말로 세계 최대 기밀 탈취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