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500개 읍·면·동에 재난안전주민행동 조직 만들자"
“국가는 재난 다 예측 못 해…주민 신고로 ‘골든타임’ 지켜내야”
(시사저널=김종일 기자)
"재난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 정부가 재난 예방과 관리를 다 할 수 있다고 말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인명 피해를 줄이는 쪽으로 재난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 혼자 재난의 모든 것을 막고 예방할 수 없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재난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재난의 골든타임을 지켜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7월18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 내내 재난 관리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야만 매년 반복되는 재난 속에서도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재난 시스템은 부처가 따로 놀고,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고, 무엇보다 재난의 위험을 사전에 경고하는 주민 등을 배제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에 이어 폭우로 또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될까.
"재난은 드러나는 얼굴과 형태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 2014년 세월호 참사, 2022년 이태원 참사는 형태만 다를 뿐 서로 같은 문제를 가지고 연결되어 있다. 사전에 재난을 경고했던 주민 신고 등이 행정기관들로부터 묵살됐다. 관(官)은 재난을 예측하지 못했고, 재난의 경고음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오송 지하차도 통제에 대한 요구가 사전에 있었지만 늦어져 참변을 키우지 않았나."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
"재난은 종류가 다양하고 상황이 24시간 계속 변화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재난을 예측해 사전에 대비하고 대응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런데 행정기관들은 책상에 앉아서 지도만 보고 '위험지역'과 '취약지역' 등을 정하고 분류한다. 그런데 실제 재난은 관이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훨씬 많이 발생한다. 바로 사람의 손이 탄 곳이다. 자연을 인위적으로 건드리면서 재난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으로 지질과 지형이 변했는데, 관은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재난 방지 대책을 소홀히 하는 것이다. 그런 곳들에서 인명 피해가 주로 크게 발생한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건가.
"그렇지 않다. 인명 피해가 난 재난 현장을 가보면 사고 직전에 위험하다고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거나 신고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난은 사고 대응이나 수습보다는 예방이 최선이다. 이태원 참사를 보라. 사고 후 119 구급대가 빨리 출동했어도 골든타임을 지켜 인명 피해를 다 막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전에 위험 신호를 잘 파악해야 한다. 이번에도 그렇지 않았나. 제방은 무너질 수 있다. 그게 인명 피해로 연결되는 게 문제다. 재난은 다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인명 피해는 줄이고 막을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면 된다."
대안은 무엇인가. 지금도 112, 119 신고체계는 있지 않나.
"재난 속 인명 피해를 막으려면 2중, 3중의 안전망이 필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관만의 힘으로 재난 피해를 다 막을 수 없다. 대통령 혼자 절대 못 한다. 현실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하루라도 빨리 도와달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역 주민들을 재난 시스템에 포함시켜야 한다. 서구권의 의용소방대처럼 우리도 주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지역 주민들은 현장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 게다가 각 지역에는 수십 년간 한 분야에 종사하고 퇴직한 베테랑들이 있다. 그들로 구성된 하부 풀뿌리 조직인 '재난안전 주민행동조직'을 전국 240여 개 시·군·구 및 3500여 개 읍·면·동 단위로 모두 만들어야 한다. 평소에 각 지역을 24시간 감시하고, 위험 조짐이 보이면 주민이 바로 경찰이나 파출소, 시청이나 구청 및 군청에 신고해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까.
"그래서 공익제보자를 우대해야 한다. 재난 예방을 위해선 공익제보자의 도움이 필수적인데, 고발자라고 몰아세우고 매장시키려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지역사회에서 철저한 신분 보호는 물론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세워야 한다. 여기에 재난 이후 원인조사보고서를 공개해 왜곡을 사전 방지하고, 사고 원인을 법규 개선에 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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