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리오프닝 특수 잠잠’ 韓 경제 회복 시나리오 차질… “의존도 낮춰라”
효과 미미…철강·석유화학 등 타격
그간 중간재 내재화 작업해 온 중국
“中 살아나도 예전 같은 특수 없어”
정부, 무역구조 대전환 전략 수립 중
중국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한국 정부 경제팀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 회복 시나리오의 전제 중 하나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였던 탓이다. 반도체·석유화학·철강 등 주요 수출 분야 기업들이 리오프닝 특수를 누리지 못한 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무역구조 대전환 전략을 수립해 중국 의존도를 계속 낮춰간다는 방침이다.
◇ 기저효과에도 전망치 밑돈 中 2분기 GDP
21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전(前) 분기(4.5%)보다는 높은 수치지만,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전망치 7.1%에는 미치지 못했다. 특히 올해 2분기 성장률은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봉쇄로 성장이 부진했던 전년도의 기저효과가 작용했음에도 기대 이하였다는 점에서 시장에 큰 실망감을 안겼다.
최근 중국 경제에 깔린 어두운 그림자는 이뿐이 아니다. 지난달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21.3%로 집계됐다. 앞서 5월에 20.8%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이 기록을 1개월 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중국의 6월 소매판매 증가율도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3.1%에 그쳤다.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 4월 18.4%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뚝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성장률 부진의 주범으로 작년부터 이어져 온 부동산 경기 침체를 꼽는다. 중국부동산정보(CRIC)에 따르면 중국 100대 부동산개발업체의 6월 신규 주택 판매액은 5267억위안(한화 약 95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1%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전국 부동산 개발 투자액도 5조8550억위안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9% 줄었다. 중국 부동산은 젊은 층이 줄고 도시화 속도가 둔화하면서 공실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 잠잠한 리오프닝 효과에 흔들리는 수출 기업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문을 굳게 닫았던 중국이 올해 들어 리오프닝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국제사회가 거는 기대치는 높았다. 많은 나라가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교류하며 경제 활동의 많은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수출은 물론 첨단 산업에 쓰이는 핵심 광물 상당수를 중국에서 들여오는 한국 경제도 중국 리오프닝에 환호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리오프닝이 중국 자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별 영향을 주지 못하자 ‘상저하고(上低下高)’를 기대해 온 한국 경제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특히 그간 중국 수출에 주력해 온 반도체·철강·석유화학·화장품 등의 업종과 중국 관광객 덕을 봤던 카지노·호텔·면세점 등이 고전하고 있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개선 시점이 지연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기대했던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미미하다”고 했다.
영국 해운분석업체 MSI의 ‘2023년 1분기 시황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철광석 물동량은 작년보다 1%(1700만톤) 증가한 15억3500만톤으로 예상된다. 이전 전망치인 2.1%(3200만톤) 증가에서 반 토막 났다. MSI는 “중국 내 부동산 개발 침체가 이어지고, 신규 주택 착공 면적이 급감하는 등 철강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 산업부 “연말까지 ‘무역구조 대전환 전략’ 수립”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 경제가 살아나더라도 한국이 예전과 같은 특수를 누리긴 힘들다고 말한다. 중국 정부가 오랜 기간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내재화를 꾸준히 시도해 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쌍순환’이란 불리는 내수 강화 정책을 앞세워 수입에 의존해 온 여러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간재 중심의 대중 수출 정책을 구사해 온 한국에는 큰 악재다.
중국 정부의 내재화 노력은 이미 ‘한국의 대중 무역 흑자 축소’라는 형태로 서서히 결실을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 흑자는 2013년 628억달러를 정점으로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양국 무역 규모가 사상 처음 3000억달러를 돌파한 2021년에도 무역 흑자는 2013년의 절반도 되지 않는 243억달러에 머물렀고, 작년에는 중국 경기 둔화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12억3500만달러로 하락했다.
결국 한국 경제의 생존을 위해서는 지나치게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조언이 나온다. 강내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국 내수 영향력이 금융위기 이후 축소되고 있어 앞으로 중국 경기가 회복돼도 대중 무역수지가 흑자 폭을 빠르게 키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무역협회에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무역구조 대전환 포럼’을 구성하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산업부는 앞으로 5개월간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올해 연말까지 ‘무역구조 대전환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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