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밀수‘, ‘비공식작전’… 여성 투톱과 남성 투톱의 연기 대결 [엄형준의 씬세계]
엄형준 2023. 7. 21. 11:30
빅4 중 2편 시사회 가져… 순차적 개봉 앞둬
밀수, 여성의 우정이 테마…바닷속 장면 백미
70년대 복장에 복고 코드…레트로 열풍 기대
비공개작전은 브로맨스… 차량 액션신 주목
하정우 연기 비중 커… 감독, 음향 작업 공들여
역사적 배경 두 영화, 남녀 연기·서사 방식 대결
밀수, 여성의 우정이 테마…바닷속 장면 백미
70년대 복장에 복고 코드…레트로 열풍 기대
비공개작전은 브로맨스… 차량 액션신 주목
하정우 연기 비중 커… 감독, 음향 작업 공들여
역사적 배경 두 영화, 남녀 연기·서사 방식 대결
영화계의 ‘여름 빅시즌’ 경쟁이 시작됐다. 올해 여름 개봉하는 한국영화 ‘빅4’로 꼽히는 ‘밀수’, ‘비공식작전’,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중 앞의 두편이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공개했고, 나머지 두 편도 조만간 시사회를 갖는다. 올여름엔 ‘빅4’ 외에도 정우성의 첫 장편 연출작이자 김남일과 함께 출연하는 ‘보호자‘와 유해진이 주연을 맡은 ‘달짝지근해: 7510’이 가세하고, 외화로는 이미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PART ONE(파트1)’, ‘바비’외에 핵 개발 실화를 다룬 ‘오펜하이머’가 여름 시장에 합류한다.
이처럼 많은 영화가 개봉하면서 영화계엔 전통적인 여름 흥행과 ‘1000만 관객’ 달성에 대한 기대감과 ‘제로섬 게임’, 혹은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는 분위기다. 다양한 영화는 극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관객 수가 기대만큼 늘지 않으면 영화가 아무리 좋아도 흥행 성적이 저조하거나 손익분기점에조차 이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빅4’ 작품 중 첫 타석에 들어서는 건 ‘밀수’로 오는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밀수는 김혜수·염정아가 여성 투톱으로 극을 이끌고,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가 색깔 있는 역할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영화의 배경은 1970년대 후반으로 당시의 거리, 의상, 음악이 잘 녹아있다. 때때로 등장하는 자막마저 예스러운 궁서체다.
실제로는 군산으로 볼 수 있는, 영화 속 가상의 해안 도시 군천에 공장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바다 생태계가 파괴되자, 생계가 막막해진 선주와 해녀들은 외항선이 바다에 떨구고 간 밀수품을 건져, 국내 유통상들에게 건네주는 밀수 사업에 뛰어든다. 그리고 여기에 밀수를 통해 큰돈을 벌려는 이들이 엮인다.
이번 영화에서 류 감독이 특히 크게 공을 들인 건 한국 영화로서는 새로운 시도인 바닷속 장면이다. 이 장면의 촬영을 위해 6m 깊이의 수조가 만들어졌고, 실제 바다에서도 촬영이 이뤄졌다. 수영도 못하는 염정아와 물 공포증을 가진 김혜수, 그리고 다른 해녀들은 바다 장면 촬영을 위해 3개월 전부터 수중 훈련을 했다고 한다.
영화의 핵심 테마는 해녀인 조춘자(김혜수)와 엄진숙(염정아)을 중심으로 한 여자들의 우정이다. 하지만 영화에 악센트를 주는 건 대부분 남자 배우들의 몫이다.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수위 있는 호텔 액션신은 조인성의 존재감과 류 감독 특유의 색깔이 드러난다. 공들인 바다 장면은 대형 스크린과 여름에 걸맞게 시원한 느낌을 주는 대신, 팽팽한 긴장감은 부족하다.
격정에 휩쓸림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팝콘 무비’로 70년대풍의 분위기에 다소 과장된 연기와 웃음 포인트가 ‘레트로(복고) 열기’에 부합할 수 있을지가 흥행의 관건이다.
8월2일 ‘더 문’과 함께 개봉하는 ‘비공식작전’은 밀수보다도 빠른 지난 13일 시사회를 가지며 일찌감치 흥행몰이에 나섰다.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비공식작전’은 1986년 레바논에서 주한대사관 외교관이 괴한들에게 납치됐다가 1년9개월 만에 살아 돌아온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는데, 영화 속 ‘작전’은 상상의 산물이다. 오래된 사건임에도 여전히 외교관 귀환 과정은 ‘기밀 딱지’가 붙어 있다.
이야기는 오랫동안 소식이 끊겨 죽은 것으로 생각됐던 외교관이 어느 날 외교부에 전화를 걸어 보안코드로 구조요청을 보내면서 본격화된다. 학벌에 밀려 중동·아프리카 담당을 벗어나지 못하는 외교관 ‘민준’(하정우)은 이 전화를 받고, 미국 주재원이 되려는 열망으로 작전에 지원한다. 납치범에 몸값을 전달하고 외교관을 데려오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임무처럼 보이는데, 공항 경비대부터 지역 갱단까지 몸값을 노리면서 민준은 쫓기는 신세가 되고, 우연히 타게 된 택시에서 한국인 ‘판수’와 인연을 맺는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도망 액션’에서 영화를 빛나게 하는 건 하정우의 관록이다. 좀 모자라 보이는 듯하면서도 진지한 하정우는 낯익지만, 흡입력은 여전하다. 주인공이 직접 총을 쏘는 장면은 거의 없지만, 국내외를 오가며 촬영한 차량 추격전은 영화를 인상 깊게 만든다.
영화는 앞서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과 ‘밀수’, 같은 날 개봉하는 ‘더 문’과의 스크린 경쟁 속에, ‘아이맥스’관 상영을 포기하는 대신 ‘돌비시네마’ 상영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 김 감독은 시사회 후에도 몇 장면을 손볼 만큼 음향에 마지막까지 공을 들였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먼저 시사회를 가진 두 영화는 닮은 듯하면서도 대비되는 몇 개의 포인트를 가졌다.
‘밀수’와 ‘비공식작전’ 모두 짧은 기록만 남아 있어 궁금증을 유발하는 과거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밀수’가 좀 더 과거인 박정희 정권 시대를, ‘비공식작전’은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둔 전두환 정권 시대를 배경으로 해, 각기 다른 과거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두 영화 모두 투톱을 내세웠지만 밀수는 여성, 비공식작전은 남성이 서사의 중심에 있다. 밀수는 여러 배우가 얽히며 영화가 변주되고, 비공식작전은 단일한 골격의 사건에 배우의 연기로 살을 붙였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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