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대 전구체 기업, SK 방문...새만금 공장 착공 초읽기
공장 건설땐 연산 5만t 생산력 확보
새만금 산단 이차전지 허브 급부상
중국 최대 전구체 업체인 거린메이(GEM)의 허개화(Xu kaihua) 회장이 최근 방한해 SK온과 회동했다. 거린메이, SK온, 에코프로 3사가 전북 군산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 건설을 앞둔 가운데 착공이 임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새만금이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선정된 가운데 이번 회동이 성사돼 새만금이 더욱 이차전지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허개화 거린메이 회장과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 방문해 SK온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공장 건설에 대한 현황과 향후 협력 방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린메이 회장이 방한한 만큼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 등 SK온의 주요 임원들을 만난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방문은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이차전지 전구체 제조 공장 건설을 앞두고 이뤄진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3사는 지난 3월 합작법인(JV,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 설립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연내 새만금에 전구체 제조공장을 착공한다고 밝혔다. 투자하는 비용만 1조21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새만금개발청 개청 이래 제조 분야 역대 최대 규모다.
내년 말 1차로 연산 5만t(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5만t은 전기차 30만여 대 분(1대당 105㎾h기준)의 배터리에 필요한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전구체는 양극재가 되기 전 양극재의 원료가 되는 물질로 주로 니켈, 코발트, 망간을 섞은 화합물이다. 여기에 리튬을 더하면 양극재가 된다. 전구체는 양극재 원가의 약 65~7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구체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 안정화를 위해 전구체 내재화 노력에 박차를 가하는 추세다.
3사간 협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3사는 전구체의 원료가 되는 니켈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모로왈리 산업단지에 합작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이 공장에서는 니켈 원광으로부터 전구체 원료가 될 수 있는 니켈코발트수산화혼합물(MHP)을 생산한다. 내년 3분기부터 연간 순수 니켈 약 3만t에 해당하는 MHP를 양산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이자 매장국이다. 이곳에서 생산한 니켈 중간재 MHP를 한국으로 들여와 새만금 공장에서 가공할 계획이다.
3자 간 협약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고려한 동맹이기도 하다. IRA에 따르면 배터리 광물을 가공할 때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하는 부가가치가 전체의 50%를 넘어야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니켈을 한국에서 가공, 양극재로 만들어 북미로 보낸 뒤 최종 배터리를 SK온이 생산하는 식이다.
SK온과 에코프로 외에도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최근 이와 유사한 방식의 합작을 잇달아 체결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4월 새만금에 중국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연 10만t 규모의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5월 화유코발트와 경북 포항 블루밸리산단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구체와 고순도 니켈 원료 생산라인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달 중국 CNGR과도 손잡았다.
글로벌 전구체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70%가 넘는다. 사실상 완전히 중국을 배제하고 전구체 생산이 어려운 만큼, 합작 형태를 취하고 국내에 공장을 지어 대응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한국에서 전구체를 생산할 경우 북미에 우회 진출이 가능하다. 서로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한국은 전구체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이 같은 협력이 국산화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도 여겨진다. 실제 올해 상반기 전구체 수입액은 22억4162만달러로 이 가운데 중국 비중이 전체의 96.5%를 차지했다. 2020년 14억6532만달러에 그쳤던 전구체 수입액은 국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성장하며 2021년 27억4905만달러, 2022년 40억3014만달러로 꾸준히 증가했다. 중국산 비중도 80%대에서 96%대까지 크게 늘었다.
국내 생산율을 높이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상당수 기업이 중국 등 업체와 합작공장을 국내에 짓는 이유다. 특히 기업들은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된 새만금을 주목하고 있다. 새만금은 풍부한 물·에너지, 고속도로·항만 등 교통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또 새만금은 지난달 말 국제투자진흥지구로 지정돼 투자 기업에 5년까지 세제 혜택도 주어진다. 김지윤·한영대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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