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못해낸 ‘K-위스키’ 만든 혁신장인 [헤경이 만난 사람- 김창수 김창수위스키증류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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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위스키를 만든다고 하면 관심을 받는데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위스키를 만들 수 없다고 했었죠. '대기업도 못하는 걸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냐'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가 바로 김창수(37) 김창수위스키증류소 대표다.
4호 캐스크와 함께 우리나라 위스키업체 중 최초로 하이볼 제품인 김창수 하이볼도 내놓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우리나라 위스키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소비자를 위스키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며 하이볼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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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운 점은 酒稅·기후·자본
위스키 인기 시들?...성숙화 과정
“지금이야 위스키를 만든다고 하면 관심을 받는데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위스키를 만들 수 없다고 했었죠. ‘대기업도 못하는 걸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냐’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저 비싸고 유난스러운 취급을 받던 위스키의 입지가 바뀌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 위주 소비가 자리잡으면서 위스키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위스키 제조의 경우 우리나라는 이제야 걸음마를 떼고 있는 수준이다. 막대한 초기 비용에 비해 소비 시장이 현저히 작아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도 쉽게 못 뛰어드는 이때 무모함과 용기로 무장한 한 개인이 과감히 자신의 이름을 붙인 위스키를 만들고 있다.
그가 바로 김창수(37) 김창수위스키증류소 대표다. 김 대표는 2020년 7월 싱글몰트 위스키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달 초 내놓은 4호 캐스크까지 2년간 4개의 제품을 출시했고, 모두 애호가의 호평을 받았다. 당연히 구매를 위한 ‘오픈런 현상’이 빚어졌다. 4호 캐스크와 함께 우리나라 위스키업체 중 최초로 하이볼 제품인 김창수 하이볼도 내놓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기대’했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내놓은 제품들은)완성품이 아니다. 그것을 위한 과정일 뿐”이라며 툭 내뱉듯 말할 뿐이었다. 최근 서울 용산구 남영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인근 식당에서 인플루언서들과 행사를 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던 그는 K-위스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위스키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스무 살 때부터 술을 만들고 싶었다. 그때부터 맥주, 와인 등을 공부하다가 위스키에 빠졌다. 그런데 국산 위스키가 없어서 ‘내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이야 위스키를 만든다고 하면 관심을 받지만 10년 전에는 절대 우리나라에서는 위스키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기업도 못하는 걸 네가 어떻게 하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위스키 제조 기술을 전수해 준 사람이 있나.
▶없다. 우리나라에는 위스키 전문가도 없다. 해외에서 배우려고 돌아다녔는데 언어적 문제도 있고 외국인으로서 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일본 치치부증류소에서 가장 많이 배우긴 했는데, 막힐 때마다 물어본 정도다. 혼자서 거의 다 했다. 나라마다 기후도 다르고 세금 제도도 다르고 위스키를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서 해외에서 배워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적었다.
-증류소 만드는 비용은 어떻게 조달했나.
▶처음에는 투자를 받으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20대 때부터 10년간 투자를 받으려고 준비했지만, 위스키 시장에 대한 거리감이 커서 쉽지 않았다. 기업에는 콘택트 포인트도 없었다. 주변에 돈을 빌려 달라고 많이 부탁했다. 30대가 돼서 주류회사에 다니고 ‘쓰리잡’까지 뛰면서 4년 정도 돈을 모았다. 지인에게도 돈을 빌려 자금을 마련했다. 지금도 빚이 10억원이 넘는다.
-요새는 투자 제안을 많이 받는다고 하던데....
▶투자의 경우 현재 들어보고 서로 조건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위스키라는 게 초반에 어마어마하게 돈을 쏟아붓는 산업이다 보니 (사업)초기 적자는 어쩔 수 없다. 위스키는 다음 세대가 돼서야 이익을 볼 수 있는 사업이다.
-우리나라는 기후상 ‘천사의 몫(Angel’s share)‘이 과한 점이 한계로 꼽힌다.
▶오히려 요새 트렌드는 ‘어떻게 하면 증발을 더 많이 낼 수 있을까’다. 미국 위스키도 그렇고 스코틀랜드에서도 증발이 많이 일어나게 하려 한다. 그래야 (만드는)시간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증발량이 많은 게 양적으로는 손해일 수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이익일 수 있다.
-김창수위스키의 특징은 스카치 위스키와 차별화인가. 둘의 차이점은.
▶(둘은)많이 다르다. 아직 저희 위스키가 (나온 지)2~3년밖에 안 됐다. (특징을)찾아나가는 과정이다. 온도가 높고 기온 편차가 크니 증발이 훨씬 많고, 화학적 변화가 다르니 맛도 다르다. 스카치(위스키)는 전통만 200년이 넘어, 법령상 제조가 까다롭다. 시대에 맞는 아이디어나 재밌는 실험을 못 한다. 우리(회사)는 우리나라에 있는 특수 재료를 활용하는 식으로 ‘그 외의 것’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GS25 등 유통사들과 협업하고 있는데....
▶국내법상 증류소가 직접 판매까지 할 수가 없다. 대기업의 시스템 안에서 분담해 주는 유통 파트너의 역할을 GS25 등에게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도 좀 더 편하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가장 많이 도와주는 유통사들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해외 진출 예정은.
▶일단은 꾸준히 위스키를 만들면서 점점 품질을 올리는 게 목표다. 정식 제품의 이름은 나오면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수출 문의는 지금도 많이 오고 있긴 한데 일단은 정식 제품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지난해까지 2년간 ‘위스키 붐’과 비교하면 요새 위스키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런 느낌은 별로 없다. 지금은 위스키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 시장 자체가 죽은 느낌이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화되고 성숙화되는 것 같다.
-오랜 위스키 애호가는 최근 위스키 열풍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 가격이 너무 비싸졌다는 불만이 많다.
▶그건 소수의 입장이기도 하고, 시장이 변하면서 불가피한 모습이기도 하다. 진짜 (위스키)마니아들은 이미 10년 전부터 차츰 가격이 오르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스키가 인기를 끈 기간이 짧고 급속도로 퍼진 경향이 있어서 가격 인상이나 희소성 문제가 더 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사실 근본적 문제는 우리나라의 세금 제도다. 거기서 오는 가격 인상 요인이 훨씬 크다.
-우리나라에서 위스키를 만드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뭔가.
▶첫째, 세금(주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위스키에 가격이 비쌀수록 많이 내는 종가세를 적용한다. ‘비쌀수록’에 해당하는 술이 위스키다. 위스키는 비싸야 가치가 오르는 술이기 때문에 세금도 많이 매겨질 수밖에 없다. 둘째, 기후다. 스카치 위스키가 200여 년 동안 전 세계를 지배하다 보니 대다수 사람이 ‘스코틀랜드와 우리나라는 기후가 완전 반대인데, 위스키를 만들 수 있냐’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셋째, 자본이다. 처음 만들 때 시설과 땅이 많이 필요하다. 증류기도 많이 비싸다. 더 큰 문제는 10년 동안 수익 없이 돈만 투자해야 된다. 그래서 대기업도 시도를 못한 거다.
-종가세 관련 동향은 어떤가.
▶관계부처에서 조언을 계속 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위스키산업이 전무했고, 주류사업 자체가 소형화되다 보니 정부 측에서도 법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세금뿐 아니라 법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정부 등에)하고 있다.
-지역특산주 문제도 ‘걸림돌’이라고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주와 지역특산주가 세금 혜택을 볼 수 있는 주종이다. 그러나 (위스키는)전통주 분류가 거의 불가능하다. 지역특산주는 관련 법령이 현실적이지 않아, 정부에서 정비를 하려 하고 있다고 들었다. 지역특산주는 지역 재료를 쓰는 제품인데 맥주·위스키·브랜디를 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사례를 밝힐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편법’을 쓸 수도 있어서 관련 법령의 정비가 필요하다. 위스키는 이번에 (법령이 바뀌어도 지역특산주에서)빠질 확률이 높다. 그래도 앞으로 위스키도 (지역특산주로)분류되면 관련 농산물의 쓰임새가 늘고 국내 산업도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위스키 같이 높은 알코올 도수의 술에 탄산수와 얼음을 타서 마시는 술 ‘하이볼(Highball)’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저렴한 가격대에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점이 비결로 꼽힌다. 그러나 위스키를 희석해 마시는 하이볼은 특유의 향과 맛을 즐기는 위스키 본연의 문화와 상충된다는 지적이 있다. 마니아 사이에서는 되레 관련 문화를 퇴행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김 대표는 “우리나라 위스키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소비자를 위스키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며 하이볼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다. 이어 “알코올 도수가 높은 위스키는 국물이나 매운 요리가 많은 한식과 안 어울리지만, 하이볼은 페어링이 돼 한식과 부합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김 대표는 GS리테일과 협업한 김창수 하이볼을 출시했다. 현재 GS25에서 판매 중인 김창수 하이볼은 김 대표가 상품 레시피부터 디자인까지 모든 작업에 참여한 제품이다. 스코틀랜드 숙성고에서 직접 선정한 스카치위스키를 바탕으로 김창수위스키를 블렌딩했다.
이하림 GS리테일 음용식품팀 MD는 “이번 하이볼은 애호가를 위해 오리지널·얼그레이, 젊은층을 위해 진저 제품을 출시했다”며 “ 하이볼 카테고리에서 매출 1~3위에 항상 올라가 있다. 그중에 오리지널이 가장 상위에 있다”고 말했다.
정리=김벼리 기자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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