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교권침해 별로 없어” “낙인 안돼”…민주, ‘교권 강화법’ 반대했다

이가영 기자 2023. 7. 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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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교권 보호” 천명했지만
교권침해 학생과 교사 분리 등 담은 상정 법안
민주당 의원들 반대로 계류중
교권 침해 대응 완화 법안 발의하기도
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정문에서 시민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이 벌어지자 “교권 보호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법안이 이미 작년에 발의됐음에도, 민주당 의원들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정황이 국회 회의록에 남아있었다. 어떤 민주당 의원은 교권 침해에 대한 형사 고발을 ‘의무’에서 ‘재량’으로 바꾸는 법안까지 발의한 상태였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교권 침해행위를 한 학생에 대한 조치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작성하도록 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학교장은 지체 없이 교권 침해행위를 한 가해자와 교원을 분리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천우정 전문위원은 “학교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 학생과 가해자를 분리하도록 규정하는 것과 달리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경우 분리 조치의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피해 교원의 상당수가 휴가나 병가를 사용하고 있다”며 “취지는 타당하다”고 했다. 또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한 학생에 대한 조치 내용을 생기부에 작성‧관리하는 데 대해서는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되는 자료인 생기부에 기록됨으로써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므로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다. 정부도 법안에 긍정적인 뜻을 표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교육활동 침해 학생과 교원의 분리에 동의한다”며 “다만 분리 조치된 학생의 학습권 보호에 대한 조항을 추가해 조문을 정리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했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교권 침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적절한 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생기부에 ‘교권 침해했던 놈이야’ 이런 기록을 남기는 건 낙인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어렸을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굉장히 많은 실수를 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한다”며 “생기부에 낙인까지 찍는 방식으로 가면 학생과 교사가 원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5일 뒤 열린 소위에서도 강 의원은 “교권 침해로 문제가 되면 아이들이 징계 조치를 받는다”며 생기부에까지 기재하는 건 “이중 처벌”이라고 했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교권 침해 중 학생에 의한 비율이 적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실무자가 “2021년도 기준으로 90% 이상이 학생으로부터 침해가 발생했다”고 했지만, 서 의원은 “제가 교권보호위원회 활동을 해봤는데, 학생에 의한 침해는 별로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통계가 잘 안 믿긴다”고 했다.

결국 소위원장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이 안건은 위원님들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크다”며 “좀 더 숙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마무리 지었다. 이후 개정안에 대한 별다른 진척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20일 오후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추모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뉴스1

심지어 ‘교권 침해 대응 완화’ 취지의 법안도 민주당에서는 나왔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7월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한 형사고발을 ‘의무사항’에서 ‘재량사항’으로 변경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의무 고발 규정을 재량으로 변경할 경우 기존 보호조치보다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국교총, 대전‧전남 교사노조 역시 “교원 보호가 약화될 우려가 있으며 기존 보호조치보다 퇴행적 조항”이라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18일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 선택이 발생했다.

그러자 이재명 대표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용 2년 차 한창 열정으로 가득했을 신규 교사가 자신의 일터에서 삶을 내려놓는 선택을 했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며 “진상 규명에 따른 합당한 조치와 함께 교권 보호를 위한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비상식적인 교권 침해, 악성 민원과 소송에 대해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교권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데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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