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갑자기 멍울이 만져진다면··· 이 암 의심해 봐야

김태훈 기자 2023. 7. 2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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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경부암이 발생하는 부위를 나타낸 그림. 국가암정보센터 제공

갑자기 목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목소리가 변한다면 두경부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머리와 목을 아울러 가리키는 두경부에 생기는 암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므로 예방과 조기 발견이 필요하다.

두경부암은 머리와 목 부위, 자세히는 코, 부비동, 구강, 안면, 후두, 인두, 침샘, 갑상선 등에 발생한 모든 종류의 악성종양을 말한다. 국내 두경부암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 따르면 국내 두경부암의 연간 발생 건수는 2010년 4143건에서 2019년 5613건으로 9년 동안 35% 증가했다.

두경부는 호흡과 식사, 발성·대화 등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직이 촘촘히 모여 있고 뇌로 가는 중요한 혈관과 신경도 많은 부위다. 남인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곳에 암이 생기면 호흡, 음식 섭취, 발성 등에 문제가 생겨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다행히 두경부암은 빨리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율이 높은 것은 물론 두경부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외모에도 큰 변화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두경부암의 주요 위험인자는 흡연, 음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등이다. 흡연은 두경부암 발생 위험을 약 15배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주는 구강암이나 목구멍 속 기도와 식도가 갈라지는 주변에 생기는 하인두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하인두보다 윗쪽으로 편도가 있는 주변에 생기는 구인두암은 HPV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흡연율이 줄면서 후두암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반면, 바이러스로 인한 인두암과 비인두암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과 금주뿐 아니라 HPV의 감염을 막기 위한 백신 접종도 권장된다.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잘 알려진 HPV 백신을 접종하면 두경부암도 예방할 수 있다.

두경부암은 후두암이나 구강암 중 일부 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발암 초기 이렇다 할 이상 증상이 없거나 증상이 있다고 해도 이미 꽤 진행된 다음에야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후두에 암이 생기면 허스키하거나 거친 목소리가 나온다. 구강암이나 구인두암은 입이나 목에 알사탕이 있는 것처럼 멍울이 잡히고 울리는 목소리로 변하는 증세를 보인다. 목소리 변화가 2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입에 생긴 궤양이 한 달 이상 아물지 않을 때는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두경부암은 금식·마취 등의 준비 없이도 가능한 이비인후과 내시경 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두경부암이 어디까지 퍼졌고 전이가 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CT)으로 검사한다. 치료는 수술적 치료와 방사선·항암 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초기 두경부암은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와 같은 단독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암이 더 진행된 경우 여러 치료방법을 적절히 병합해야 한다.

특히 두경부는 수술 등의 치료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더 많다. 조직을 절제할 경우 치료과정 중 식사 등 영양공급 방법이나 기도 유지 방법, 의사소통의 방법에 대해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외모의 심한 변형, 목·어깨의 운동 장애와 통증, 치아 결손이나 부정교합, 구강 점막의 손상 등 다양한 후유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을 정밀하게 하면서 후유증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치료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남인철 교수는 “암을 절제한 후 환자의 남은 삶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두경부암 수술은 가능한 작게, 기능은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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