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난민들, 흑해곡물 협정 중지 전 이미 아동들 굶주려-AP르포
다다브 지역 난민 36만명도 흑해곡물없인 굶을 판
[다다브 (케냐)=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소말리아에서 케냐로 탈출해 온 피난민 아브디카디르 오마르(30)는 여러 해 동안 , 극우파 군벌이 지배하는 전투지역에서 고생을 하다가 아내와 7명의 자녀들을 데리고 12일 동안의 여행 끝에 케냐에 도착했다. 전쟁을 피해서 음식과 안전을 얻기 위해서였다고 그는 AP기자에게 말했다.
그는 케냐에 온 다음 '놀랍게도' 평화는 찾았지만 음식은 구할 수가 없었다고 기자에게 털어 놓았다. 그는 옷가지와 천으로 만든 임시 막사 주변에서 시들어버린 옥수수의 씨앗을 심어 놓은 곳을 힘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이 곳은 케냐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큰 난민촌으로 비닐천과 나무조각 등 허접한 임시 움막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는 대규모 난민수용소이다.
가뜩이나 세계 식량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출하는 곡물선의 운항을 중지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 수십 만 명의 소말리아인들의 출국 행렬이 늘어나고 있다. 이 곳의 사례는 지구 온난화와 전쟁으로 외부 원조가 줄어들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농부였던 오마르는 소말리아를 수년간 지배하고 있는 알카에다 극단주의자들과 연계된 알-샤바브 정부에 농사지은 소출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바쳐야만 했다. 남은 식량으로는 수십년 만의 한발로 흉년이 든 소말리아에서 가족들을 먹일 길이 없어케냐로 탈출했다. 알 샤바브가 그의 남동생을 처형한 데 충격을 받은 탓도 있었다.
오마르 가족은 최근 몇 달 동안 케냐의 다다브에 새로 도착한 13만 5000명의 난민 중에 속해 있다. 소말리아 국경에서 90km떨어진 이 곳은 케냐 정부가 다시 피난민 등록을 받기 시작하면서 2월부터 난민들이 식량 지원을 받게 되었다.
다다브에는 등력된 피난민만 36만명, 등록하지 않은 피난민까지 하면 더 많은 난민들이 살고 있다. 이 수용소는 1990년대에 건설되었고 구시가지에 있는 철창이 달린 주택들이 줄지어 서있는 광경은 오래된 난민 지역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음식 배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 동안은 1일 영양 필요량의 80%를 지급해오다가 최근 기부액이 크게 감소하면서 60%로 줄어들었다고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은 밝혔다.
기부액 감소로 비상이 걸리자 세계식량계획은 지난 5월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에 대한 기부자와 기부단체의 총회를 개최했지만 주최측이 원했던 70억 달러 대신에 겨우 30억 달러를 모금하는 데 그쳤다.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중단 선언으로 특히 아프리카에 있는 다다브 같은 난민수용소들은 앞으로 원조액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종결된 이 협정은 그 동안 WFP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전세계에서 거두는 밀의 양의 80%를 조달할 수 있는 창구를 확보해 주었었다.
WFP의 신디 매케인 사무총장은 18일 현지 배급소에서 만난 AP통신 취재진에게 앞으로 식량구호 양을 더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심각한 식량부족은 물론, 어떤 경우에는 전혀 식량을 보내지 못하는 곳도 늘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어떤 지역의 수용소에서는 하루에 세끼 준비하던 식사를 두 번으로, 심하면 1번으로 줄이고 있는 형편이라고 그는 말했다.
현재 난민가족들은 매 달 쌀과 콩, 옥수수, 식용유와 현금 약간을 지급 받던 것이 절반 가량 줄어들어 3달러로 줄었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난민들의 영양 상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 예상된다. 다다브 시내의 세 난민 구역 가운데 하나인 하가데라에서는 이미 올해 상반기에 384명의 영양실조 환자가 발생해 지난 해 같은 기간의 347명 보다 빠른 증가를 보이고 있다.
다다브의 하가데라에 있는 영양실조 구급센터에는 울고 있는 아기들로 넘쳐난다. 30명의 환자를 볼 수 있는 이 곳에 56명이 와 있다.
국제구조위원회(IRC) 다다브 지역 책임자 바바라 무티모스는 앞으로 영양실조 아기들에게 지급하는 농축 땅콩 페이스트 조차도 원조금 부족과 굶주린 난민의 증가로 제 때 공급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7-8명의 자녀들을 거느린 아기 엄마들은 "그래도 소말리아에서 막연하게 굶주리며 죽음을 기다릴 때 보다는 낫다"면서 한살 된 아들이 영양실조로 위험해지자 이 곳에 와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케냐 정부는 현재 유엔과 함께 수십 만명의 국외 피난민을 어떻게 향후 케냐의 미래 사회의 일원으로 통합할 것인지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유엔 난민기구는 기부금이 줄어들 때일 수록 난민들의 처우를 위해서는 이들을 국민의 일원으로 통합 관리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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