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 입맛대로 가공하는 세상이 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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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쨍쨍 내리쬐는데 살갗이 뜨겁지 않다.
돌고래들이 바다 수면 위로 솟구치며 수영하는데 바닷물은 한 방울도 튀지 않는다.
눈앞의 풍경이나 대화가 옵터로 순식간에 편집되는 기이한 세상과 사람들의 서늘한 대화로 근 미래의 황량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나무가 됩시다'는 생존을 위해 살생을 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원죄를, '사이보그의 글쓰기'는 특수 발명품을 이용하다 예상치 못한 위기를 직면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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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쨍쨍 내리쬐는데 살갗이 뜨겁지 않다. 돌고래들이 바다 수면 위로 솟구치며 수영하는데 바닷물은 한 방울도 튀지 않는다. 불꽃놀이가 펼쳐지는데 화약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한 남성이 “나가 죽어”라고 말하자 소녀는 “네, 조심히 가세요”라고 답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가공해서 보여주는 증강현실(AR) 기술 ‘옵터’. 옵터는 보는 것 뿐만 아니라 듣는 것도 입맛대로 바꿔준다. 정부가 옵터를 규제하자 사람들은 법망을 피해 바다 위 크루즈선에서 산다. 현실을 도피해 가상현실 속에서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장강명 작가의 신작 소설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이다.
옵터가 지배하는 현실을 그린 표제작은 자신이 보거나 듣고 싶어 하는 것만 수용하는 세태를 지적한다. 눈앞의 풍경이나 대화가 옵터로 순식간에 편집되는 기이한 세상과 사람들의 서늘한 대화로 근 미래의 황량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장 작가는 이 소설로 지난 2021년 심훈문학 대상을 받았다.
장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 표제작을 포함해 근 미래의 과학 기술의 명암을 그린 단편 일곱 편을 담았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이 가상 현실로 도피한 이들을 그린다면 ‘당신은 뜨거운 별에’는 극대화된 과학기술의 어두운 면을 블랙 코미디로 다룬다. 과학자들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 명목 하에 머리와 몸이 분리되는 생체 기술이 개발된 사회. 한 과학자의 머리는 섭씨 400도의 금성으로 보내지고 몸만 지구에 남아있다.
일본의 권위 있는 SF 문학상인 성운상의 해외 단편부문 후보작으로 선정된 ‘알래스카의 아이히만’도 포함됐다. 이 단편 소설은 타인의 기억을 주입받을 수 있는 체험 기계를 두고 발생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그린다.
소설집은 과학 기술의 발전이 공동체에 미치는 파장 뿐만 아니라 개인 내면의 파문에도 중점을 둔다. ‘나무가 됩시다’는 생존을 위해 살생을 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원죄를, ‘사이보그의 글쓰기’는 특수 발명품을 이용하다 예상치 못한 위기를 직면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장 작가는 이번 소설집의 장르를 ‘STS SF’로 명명했다. STS는 과학·기술·사회학(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픽션을 뜻하는 것으로 과학기술이 사회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장 작가는 ‘표백’과 ‘한국이 싫어서’ 등으로 우리 사회에 날카로운 화두를 던진 사실주의 작가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는 1990년대부터 ‘과학동아’등에 SF 단편과 칼럼을 쓰면서 SF에 대한 애정도 차곡차곡 쌓아왔다.
이현정 기자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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