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반도체 규제 중단하라"…양국 반도체협회 '한 목소리'
"中 반도체 시장 중요" 美 산업계 성명에 호응 나서
'샌드위치' 韓, 규제 전망에 촉각…中 추격전 우려도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정부의 대중국 추가 수출 통제 발표를 앞두고 협회 차원의 우려를 표명했다. 앞서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대중국 수출통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양국 반도체협회가 "규제를 중단하자"는데 호응하는 모양새다.
양국 반도체 협회가 협력 중요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자, 한국 반도체 업계도 대중 수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레시의 40% 가량을 생산하며, 우시에서는 SK하이닉스가 D램 전체 생산량의 50%를 생산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반도체산업협회(CSIA)는 최근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발전 유지를 위한 성명서'를 통해 "미국 정부는 반도체 관련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결과 글로벌 소비자의 이익이 훼손되고,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위태로워질 수 있으며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화가 위협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CSIA는 또 "중국 본토는 전 세계 무역 파트너에게 전 세계 기준 8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한 시장을 제공한다"며 "글로벌 공급망이 손상되면 세계 경제에 불가피하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피해는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의 분열로 이어질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통합과 세계 경제의 번영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CSIA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는 미국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전 세계가 공통으로 우려하는 대목이다.
美 정부 추가 규제 앞두고, 산업계 한목소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달 중 추가적인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처를 발표할 예정으로, 이를 앞두고 양국 산업계 모두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SIA도 최근 "세계 최대의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 대해 지속해 접근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SIA는 미국이 현재 적용 중이거나 잠재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대중국 제한 조치가 명확하게 규정됐는지, 일관되게 적용되는지, 동맹국과 완전히 협의가 이뤄졌는지 등을 업계와 전문가가 따져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추가 규제 조치가 나올 경우, 중국도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우려한다. 중국은 미국의 조치에 반발해 이미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제재하고, 반도체용 희귀 금속인 갈륨 등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섰다.
갈륨은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사용하는 원재료로기에, 당장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다만 앞으로 미국 규제 수위에 따라 중국의 보복도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韓 예외 적용 가능성에도 “불확실성 여전히 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현재 미국 정부의 장비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1년간 유예를 받은 상태로, 오는 10월께 유예가 끝난다. 또 미국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전제로, 중국 내 시설 투자를 제한하는 이른바 '가드레일' 규제도 적용받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추가로 대중 수출 규제를 유예하거나, 한국 반도체 기업에게 예외 적용을 해주지 않을 경우 극심한 사업 위축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 업계는 수출 규제를 예외 적용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고비를 넘겼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며 "중국 사업 리스크는 여전하고, 앞으로 이를 잘 풀어나갈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 상황이 장기화하면 자칫 중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중국은 미국 정부의 장비 수출 통제에 대응해 차근차근 장비 자급화를 도모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회사 베이팡화창은 최근 공시를 통해 올 상반기 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최대 155.8% 증가한 19억3000만위안(3400억원)으로 전망한 반면, 미국 장비 회사들은 실적 위기에 처했다.
한국 반도체 업계도 낸드 플래시 등 일부 메모리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올 들어 자국에서 개발한 반도체 생산 장비로 120단대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 2년가량의 격차가 있지만,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으로 장비 자급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중국 시장을 포기한 결과로) 미국 기술 기업들의 생산능력이 이전보다 3분의 1만큼 적어진다면 아무도 미국 공장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의 피터 베닝크 CEO도 "중국의 반도체 장비 자급체제 구축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궁극적으로 현실화 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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