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선거’ 새마을금고, 앞으로 선관위가 관리·감독한다

진상훈 기자 2023. 7. 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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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회장·이사장 선거 선관위 위탁 개정안 통과
깜깜이 선출로 무한권력에 부정선거도 빈번
2025년부터 선관위 주관으로 직선제 도입
경기 남양주시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 화도 호평지점의 모습. /뉴스1

새마을금고 중앙회장과 각 지역 금고 이사장을 뽑는 선거의 운영 주체가 정부 산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바뀐다. 지금껏 이사장 선거는 지역 금고가 자체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했는데, 이 과정에서 각종 부정행위가 발생하고 이사장들이 편법으로 오랜 기간 자리를 독점하려는 사례도 많아 새마을금고 비리의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21일 정치권과 금융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18일 본회의를 열어 새마을금고 중앙회장과 이사장 선거의 관리를 선관위에 의무적으로 위탁하는 내용을 담은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의결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2021년 새마을금고 중앙회장과 이사장 선거 직선제를 도입하고, 선거의 운영과 감독을 선관위에 위탁하도록 하는 내용의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을 통과했다. 이번 위탁선거법 개정안은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선관위가 관할하는 의무위탁 대상에 새마을금고를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25년 3월 치러지는 새마을금고 중앙회장, 전국 지역 금고 이사장 선거는 선관위가 주관하는 가운데 조합원 직접 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는 각 지역 금고가 자체적으로 치르거나 선관위에 위탁하는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왔다. 또 선거 방식 역시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직선제와 대의원 투표를 통해 이사장을 선출하는 간선제 중 선택하는 것이 가능했다. 새마을금고 전체 지역 금고 중 약 80%가 대의원 간선제 방식으로 이사장을 선출했다고 한다.

선관위의 통제가 없는 탓에 지금껏 새마을금고는 이사장 선거 때마다 여러 부정행위가 난무해 왔다. 지난 2019년에는 대구의 한 금고 이사장이 선거를 앞두고 대의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고, 충남 천안의 금고 이사장도 재임을 위해 금품을 건넨 것이 드러나 해임됐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3월 충북 영동의 금고 이사장 선거 과정에서 투표권이 없는 조합원이 참여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허술하게 치러지는 선거는 이사장들의 편법 연임에 악용되기도 했다. 현행 새마을금고법에서 이사장의 연임은 두 차례로 제한돼 있는데, 기존 이사장이 임기 만료를 얼마 남기지 않고 돌연 사임한 뒤 보궐선거로 다시 자리를 차지하는 방식이다. 이사장의 중임은 제한을 두지 않고, 사임 후 보궐로 다시 이사장이 되면 연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선관위가 개입하지 않는 대의원 간선제로 선거가 치러지기에 이런 편법 연임이 가능했고, 마음만 먹으면 ‘종신 집권’까지 가능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각 지역 새마을금고가 이사장들이 독점적으로 경영권을 쥐는 ‘현대판 호족 사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 박 회장은 20년 넘게 동울산새마을금고 이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뉴스1

특정 이사장들의 지역 금고 독점은 새마을금고가 내부적으로 병드는 근본 원인이 됐다.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은 각 지역 금고 이사장들 가운데 선출된 350명의 대의원이 참여하는 간선제 방식으로 선출된다. 이 때문에 중앙회장은 각 지역에 뿌리를 내린 이사장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중앙회의 내부통제는 제 기능을 거의 하지 못했다.

지난 2018년 선출된 박차훈 중앙회장 역시 이런 관행을 답습했다. 그는 1997년부터 2018년까지 20년 넘게 동울산새마을금고 이사장을 지냈고, 선거에서 비상근 이사장의 연임 제한 폐지 등 대의원들의 환심을 살 만한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다. 박 회장의 임기 5년 차인 올해 새마을금고는 33곳의 금고에서 대출 부실이 발생했고, 중앙회는 회장 측근들이 개입된 펀드 출자 비리까지 불거지며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로 홍역을 치렀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랜 기간 새마을금고는 ‘그들만의 선거’를 통해 소수의 권력자들이 284조원에 이르는 자산의 운용을 독점해 왔다”면서 “선관위 위탁을 통해 이사장 선출 방식이 투명해지고 개별 조합원의 참여가 활성화되면 장기적으로 부실 대출과 임직원 비위 등 여러 문제가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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