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 출신' 바우어도 인정 "사사키, 대단한 재능"…그러나 배움의 대상은 日 에이스였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무언가 배우고 돌아가고 싶었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트레버 바우어는 20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히로시마현의 마츠다 줌줌 스타디움 히로시마에서 열린 2023 일본프로야구 올스타전 퍼시픽리그와 맞대결에 센트럴리그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동안 투구수 24구, 3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2실점 기록했다.
2020년 신시내티 레즈 시절 사이영상을 품에 안았던 바우어는 올 시즌에 앞서 요코하마 DeNA와 손을 잡으며 일본프로야구 무대에 입성했다. 바우어는 데뷔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었으나 한차례 2군으로 강등된 후 재조정의 시간을 가졌고, 전반기 12경기(2완투)에 등판해 6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의 성적을 남겼다.
당초 바우어는 베스트 12 투표에서는 팬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플러스원' 투표를 통해 센트럴리그 올스타 '막차'에 탑승했다. 일본은 팬과 선수단 투표, 감독 선발을 통해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에서 각각 31명씩의 멤버를 추린다. 그리고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다시 한번 팬들의 선택을 받는 '플러스원' 제도가 있는데, 바우어는 무려 36만 9446표를 받으면서 '신기록'을 작성하면서 센트럴리그 올스타로 선정됐다.
지난 17일 히로시마 도요 카프와 맞대결에 선발 등판했던 바우어는 올스타전 첫 경기가 열린 19일에는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하루 더 휴식을 취한 18일 센트럴리그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팬 서비스'의 끝판왕을 선보였다. 바로 상대 타자에게 무엇을 던질지에 대한 구종을 미리 알려준 뒤 투구를 하는 것. 바우어는 글러브 손짓을 통해 타자에게 구종을 예고하며 투구에 나섰다.
바우어는 센트럴리그가 0-1로 뒤진 4회초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만나미 추세이(주니치)에게 7구째 슬라이더를 공략당해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맞았다. 홈런을 허용했지만, 바우어의 표정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야말로 올스타전을 제대로 즐기기 시작했다. 미리 구종을 알려준 뒤 투구에 나섰지만, 모두가 안타를 치지는 못했다.
솔로홈런을 맞은 뒤 바우어는 야나기타 유키(소프트뱅크)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쿠레바야시 코타로(오릭스)와 야스다 히사노리(치바롯데)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 3루 위기에 몰렸다. 바우어는 침착하게 와카츠키 켄야(오릭스)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꿨고, 후속타자 코부카타 히로토(라쿠텐)을 1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일본에서의 첫 올스타를 마쳤다.
일본 '데일리 스포츠'에 따르면 바우어는 올스타전을 마친 뒤 "너무 재밌었다. 좋은 선수들과 멋진 팬들 속에서 올스타에 오른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며 "모든 구종을 예고한 대로 던졌다. 만나미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슬라이더를 조금 더 낮게 던졌다면 삼진을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즐거웠다"고 웃었다.
모든 구종을 예고했던 이유는 팬들을 위함이었다. 바우어는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뭐가 올지 알고 있으면 그에 맞는 가장 강한 스윙을 할 것 같았다. 나의 베스트와 상대의 베스트가 부딪히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야구의 승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구종을 예고하고 던졌다. 처음에는 타자들이 혼란스러워했지만, 모두가 힘껏 스윙을 해줘서 재밌었다. 팬들도 삼진이냐, 홈런이냐 등 이런 승부가 재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우어가 구종을 미리 예고하고 투구를 하고, 지난 19일 3루 주루 코치로 경기에 나섰던 것보다 더 큰 이목을 끈 장면은 따로 있었다. 바로 '퍼펙트게임'의 사사키 로키(치바롯데)와 일본을 대표하는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와의 만남이었다. 사사키는 최고 165km의 볼을 던지는 등 지난해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괴물, 야마모토는 2021-2022년 투수 4관왕, 정규시즌 MVP, 사와무라상까지 품에 안은 일본 최고의 투수다. 일본 언론은 사사키, 야마모토와 만남을 가진 바우어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바우어는 사사키, 야마모토와 어떠한 대화를 나눴을까. 평소 '괴짜'라는 별명이 따라붙는 바우어지만, 야구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굉장히 진지했다. 바우어는 "사사키에게는 어떻게 160km를 던질 수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대단한 재능을 가진 선수다. 그리고 던지는 것을 보니 흥미로운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바우어가 가장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야마모토와 대화. 야마모토는 지난해까지 왼발을 들어 올린 채 멈춤 동작을 가진 뒤 투구를 해왔다. 하지만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앞서 키킹을 하지 않고 던지는 투구폼으로 변신했다. 바우어는 "사사키, 토고 쇼세이(요미우리), 타이라 카이마(세이부) 등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눴지만, 무언가 배우고 돌아가고 싶었다"며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야마모토가 발을 들지 않고 던지는 것이었고, 이것을 오늘(20일) 경기에서 시도해봤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로 손꼽혔던 바우어는 일본프로야구에 순조롭게 적응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최정상의 레벨에 올랐던 선수임에도 발전을 위한 노력은 끊임이 없다. 바우어가 사사키, 야마모토와 나눈 대화를 통해 후반기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트레버 바우어(첫 번째 사진) WBC 대표팀 시절의 사사키 로키(두 번째 사진)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세 번째 사진), 왼쪽부터 사사키, 바우어, 타네이치 아츠키(네 번째 사진), 야마모토와 바우어, 타이라(다섯 번째 사진), 토고 쇼세이에게 구종을 배우고 있는 바우어(여섯 번째 사진). 사진 =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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