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차기 회장 검증 기간 늘려…누구한테 유리할까
내외부 후보자 공정한 기회…정보 비대칭 해소에는 한계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인선에 돌입했다. 2020년보다 후보 검증 기간을 늘리고 내·외부 후보간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절차를 개선했다. 금융당국의 비판을 반영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롱리스트에 포함된 외부 인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전날부터 차기 회장 인선을 경영승계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다음 달 8일 숏리스트를 발표하고 9월8일에는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KB금융은 2020년에 비해 승계절차 착수 시기와 숏리스트 선정 시기를 약 3주 정도 앞당겼다. 윤 회장의 3연임이 결정됐던 2020년에는 8월12일부터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한 바 있다. KB금융은 전체적인 경영승계 일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숏리스트 선정부터 최종 후보 선정까지의 기간도 19일에서 한 달로 늘렸다. 후보자들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검증 기간을 확대한 것이다. 숏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도 2020년에는 한 번만 시행했으나 올해는 인터뷰를 두 번 하고 외부 기관을 통한 평판 조회도 실시한다.
최종 후보자군도 사실상 확대됐다. 다음 달 8일 1차 숏리스트 6명을 확정하며 다음 달 29일에는 2차 숏리스트를 3명으로 압축한다. 2020년에는 8월28일 최종후보군 4인을 확정한 바 있다.
KB금융은 9월8일 3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2차 인터뷰에서 심층 평가를 실시하고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자가 관련 법령에서 정한 자격 검증을 통과하면 회추위와 이사회의 추천 절차를 거쳐 11월20일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된다.
KB금융이 이번 회장 선임 절차를 개선한 것은 금융지주를 향한 당국의 비판과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감독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 절차의 정당성, 투명성 등을 지적해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초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 "롱리스트가 어떤 기준과 경로로 작성된 건지, 그중 어떤 방식으로 적격 후보자를 걸러 숏리스트를 만들 건지, 또 그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정량·정성적 평가를 하는 게 선출의 기초일텐데 과연 이를 위한 적정한 시간이 확보됐는지, 과연 이게 물리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가 업계의 모범을 쌓는 그런 절차가 될 수 있으면 한다"며 "평가 기준, 후보자 선정 등이 공평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KB금융은 이번 회장 후보 추천 절차 세부 준칙의 핵심 방향 중 하나로 '내외부 후보간 공정한 기회 제공'을 꼽았다. 내외부 후보간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외부 후보에게 내부 후보 대비 더 많은 인터뷰 시간을 제공한다. 또 외부 후보에게는 세부적인 평가기준과 KB금융의 내부자료를 충분히 제공해 내부 후보 대비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을 최대한 해소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인선이 내부 인사의 일방적인 우세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롱리스트에 포함된 외부인사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시장에선 주로 전직 장관이나 고위급 금융 관료, 협회장 출신, 외국계은행 CEO 등이 거론된다.
KB금융은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의 취지도 선제적으로 반영해 최고경영자(CEO)의 적극적 자격 요건에 대한 적격성을 살펴볼 수 있도록 세부 기준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회추위는 독립성, 공정성, 투명성을 핵심 원칙으로 이번 경영승계 절차를 진행해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n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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