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지만 금융완화 재검토는 아직”…커지는 BOJ 고민

2023. 7. 2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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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CPI 3.3%…2% 인플레 목표 상회
가계·기업 부담 엔저 현상 해소 요구
2000년 디플레 심화 경험에 결단 ‘주저’
지난 5월 25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통화정책과 금융정책 권한을 쥐고 일본의 경제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정책 목표를 상회하면서 금융완화 정책 재검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일찍 정책 전환에 나섰다가 다시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21일 일본 총무성은 전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3%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달 3.2%보다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역시 3.3%로 나타났다.

일본 근원 CPI는 지난 2월 4년만 최고치인 4.2%를 기록한 뒤 3%대의 성장세를 유지하며 일본은행의 정책 목표치(2%)를 계속 상회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정책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환율 시장도 우에다 총재의 결단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달러당 144.49엔에 달했지만 인플레이션 현상에 금융완화 정책 재검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19일 138.6엔으로 하락(엔화 가치 상승) 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물가상승률 2%를 실현할 때까지 끈질기게 금융완화를 계속하겠다”고 밝히자 엔화 가치가 다시 하락하며 환율은 달러당 140엔선을 다시 넘어섰다.

오는 27~28일 열릴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단기 금리조작(YCC·수익률곡선통제) 조정 등 대대적인 금융 정책 완화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은행이 성급하게 출구로 돌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은행은 국내 은행 위기와 아시아 외환위기, 1997년 소비세 이상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1999년 정책금리를 0%로 인하하는 제로 금리 정책을 시행하며 비전통적 통화 정책의 신호탄을 쐈다. 2000년 2% 후반의 성장세를 기록하자 일본은행은 정책 금리를 0.25%로 인상했지만 이듬해부터 다시 국내외 경기가 빠르게 악화됐다. 결국 일본은행은 금융시장에서 국채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 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역대 최초의 양적 완화 정책을 도입해야 했다.

이 과정을 직접 경험한 우에다 총재로선 몇개월 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고 섣불리 금융완화 정책을 재검토하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0.1%인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일본은행이 절반 이상을 갖고 있는 일본 국채 가치가 하락하면서 평가 손실을 보게 된다. 현재 일본은행이 60조엔 이상 보유한 ETF 역시 시장에 내놓기는 쉽지 않다.

닛케이는 “금융 완화 정상화 과정을 밟을 경우 2025년부터 6년 연속 일본은행은 적자를 보게 될 것이고 ETF 운용수익마저 없다면 부채초과 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다”며 ETF 보유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엔저 현상이 이어질수록 일본 수출 대기업이 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데다 해외 여행객 유치로 지방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만큼 당분간 일본은행이 엔저 현상을 용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본 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일본을 방문한 외국 여행객은 1000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금융 완화 정책 재검토 없이 엔저 현상을 극복하긴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 기준금리 차이가 5.35%나 되는 상황이 이어지면 일본 정부의 환율 시장 개입으로도 엔저 현상을 통제하기 어렵다.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 에너지 등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서 서민 경제를 압박하고 중소기업의 도산을 야기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엔저 현상이 두드러진 지난 상반기 도산한 일본 기업은 총 4042곳으로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일본 통화 정책 입안자들은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증거가 더 많이 나올 때까지 단기 정책 금리를 동결하되 장기 금리에 더 큰 유연성을 허용함으로써 통화정책을 더욱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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