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HMM 매각 올인…SM그룹, 완주 가능할까

2023. 7. 2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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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HMM 매각, 공고문 개시로 본격화
구주 및 영구채 1조원 전환… 4억주 매각 대상
매각측 대전제 “영구채 전환하되, 인수자와 협의”
SM그룹, SI 중 유일하게 인수 의지 밝혀 주목

[헤럴드경제=김상훈 기자]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에 대한 매각을 본격 개시했다. 그동안 HMM 매각의 걸림돌로 꼽혔던 영구채 문제는 1조원 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해 구주와 함께 매각하되, 잔여 영구채는 인수 후보자와 협의해 처리한다는 ‘대전제’가 깔렸다. 인수 가격 급등을 피하면서 배임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절충안을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변수는 매각 측이 제시한 방식을 수용할 원매자가 나타나느냐다. 현재 시장에서는 유일하게 인수 의지를 보인 SM그룹이 HMM 인수전을 완주할지도 주목하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해진공은 전날 HMM 경영권 공동 매각을 위한 공고를 냈다. 다음달 21일까지 예비입찰제안서를 접수받고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게 목표다.

이번 매각공고에는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 중인 구주 1억9879만156주와 오는 10월 콜옵션(상환청구권) 행사시점이 도래하는 전환사채(CB) 4000억원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6000억원 등 영구채 1조원 어치(2억주)를 주식으로 전환해 함께 매각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른 매각대상 주식은 3억9879만156주다. HMM의 총 발행주식수는 기존 4억8903만496주에서 2억주가 늘어 6억8903만496주로, 매각하기로 한 주식을 모두 인수한다면 지분 57.9%를 확보하게 된다.

다만 매각대상으로 약 4억주를 제시했으나, 매각 측은 원매자의 인수부담 등을 고려해 일부만 사갈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실제 매각공고에 매각 대상 주식 3억9878만주의 지분율을 38.9%라고 표현한 것도 남은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잠재발행주식총수(10억2503만9496주) 대비 지분이다.

이번 영구채 일부 전환은 강석훈 산은 회장이 강조해온 ‘빠른 매각’을 실현하는 한편 그간의 배임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은이 HMM의 영구채를 전량 주식 전환할 경우 잠재 인수자들의 자금 부담을 늘려 인수전 참여가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지적이 잇달았다. 또 현재 2만원 가량에 거래되는 HMM 주식을 영구채 전환가(5000원)에 취득할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하는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는 지적 또한 고려한 것으로도 보인다.

남은 매각 변수는 산은 등이 제시한 매각 방식을 수용할 수 있는 원매자가 나타나느냐다. 현재 업계에서는 SM그룹을 포함한 6개 기업이 HMM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등도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는데 이 중 인수 의지를 공식화한 곳은 SM그룹이 유일하다.

SM그룹 측은 HMM 인수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영구채를 주식으로 바꿀 경우 입찰에 응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상태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 인수가로 4조5000억원이 적정하다”고 밝혔다. 우 회장의 의중과 달리 산은 등이 영구채 일부 전환을 매각대상에 포함하면서 SM그룹이 입찰에 응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다만 산은 등은 잔여 영구채와 관련해 HMM의 상환권 행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산은 관계자는 “전환 여부에 대해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인수자와 협의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의 연내 HMM 매각 의지가 강한 만큼 어떻게든 인수자와 협의해 매각을 원만히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로 미루어볼 때 SM그룹의 HMM의 인수 전제 조건 역시 영구채에 대한 정부의 상환 허용인 만큼 일단 SM그룹이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전환권 및 신주인수권 행사 결정에도, SM그룹의 인수 의지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며 “인수 주체의 고민은 결국 ‘HMM의 시가총액’과 ‘경영권 획득이 보장된 지분율’로 산출 된 적정 인수 가격”이라고 말했다.

꺾이고 있는 해운업황은 또 다른 매각의 변수다. 지난해 HMM은 역대급 실적을 찍었지만 이미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영업이익 306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90.3% 감소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HMM 잠정 영업익이 1조869억원으로 전년대비 89%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이 크게 꺾인다면 추후 매각가 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산은이 해운 업황이 좋았던 지난해 매각을 추진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IB 업계 안팎에선 SM그룹이 인수의지를 밝힌 데 대해 현 상황에서 전략적투자자(SI) 중 잠재 후보자로선 유일하다는 평가와 함께 매각 불발 이후 오히려 다른 SI들의 관심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SM그룹이 HMM 지분 매입 등 인수를 염두에 둔 행보를 지속해왔고, 의지도 강하다”며 “다른 SI들의 경우 지금처럼 변수가 많을 때 경쟁하기 보다는 매각이 유찰되고 팔기 어려운 분위기가 고착화됐을 때 직접적으로 관심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awar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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