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주한미군 철수'도 별 것 아니다?…북한이 바라보는 세계는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2023. 7. 2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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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7일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말하는 '전제조건 없는 대화'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같은 것을 논하자는 것일 만큼 북한으로서는 관심이 없다는 내용입니다.

김여정 담화에서 나온 북한의 주장은 다시 요약하자면 한국과 미국이 어떤 신뢰 조성 조치를 취한다 해도 북한과 한미 간의 적대적 대결이라는 본질적 문제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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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코리아 정식] 북한이 고민하는 '미국과의 장기적 대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7일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말하는 '전제조건 없는 대화'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같은 것을 논하자는 것일 만큼 북한으로서는 관심이 없다는 내용입니다. 북한이 이런 식의 입장을 내는 것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이번 김여정 담화에 북한이 바라보는 현 정세에 대한 시각이 비교적 잘 응축돼 있어 살펴보려 합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김여정 담화의 핵심은

김여정 담화의 핵심은 '한미와의 장기적 대결'로 요약됩니다.
한국과 미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고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관계없이 북한과 한미 간의 대결이라는 명제는 변하지 않으며, 이에 따라 북한은 한미와의 장기적 대결에 대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전략의 핵심은 북한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핵무기 보유입니다.
"우리는 윤석열이나 바이든과 같은 그 어떤 개인을 대상으로 하여 전략을 구사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특등앞잡이인 「대한민국」과 세계악의 제국인 미합중국을 상대로 장기전략을 세워야 하며 압도적인 억제력에 기초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망적인 안전담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 김여정 담화, 지난 17일

김여정은 북한이 바라보고 있는 국제정세를 이같이 요약하면서, 과거에 북한이 주장해 왔던 요구들은 이제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한미군사훈련 축소나 중단,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 중단,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같은 것들이 이제는 별 의미 없다는 주장입니다.
"설사 미국이 몇 년 전 전임자가 공약했던 미국남조선합동군사연습의 잠정중단과 같은 낡은 수를 또다시 꺼내 들거나 기껏 해서 연합군사훈련의 축소나 전략자산 전개 중단과 같은 가역적인 것을 가지고 그 누구의 구미를 돋워보자고 접어들 가능성도 예견해 볼 수 있다. 시간벌이를 위한 그런 얄팍한 술책에 넘어갈 우리가 아니다. 미 전략자산이 조선반도에 진입하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10여 시간이면 전개가 완료되고 합동군사연습도 병력을 재투입하여 재개하는데 길어서 20일이면 충분할 것이다. ... (중략) 오늘에는 「테러지원국」 모자를 벗겼다가 내일에 가서 다시 씌우는 것쯤은 미국 정치계에서는 식은 죽 먹기이다."

- 김여정 담화, 지난 17일

김여정은 특히 주한미군 철수조차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주한미군 철수는 북한이 전통적으로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한반도에서의 모든 외국군 철수라는 맥락에서 주장해 왔던 내용입니다.
"물론 환상적이기는 하지만 설사 미국이 남조선 주둔 미군철수와 같은 전략적인 속임수를 꺼내 들고 남조선으로부터 군대와 장비를 말짱 들어내간다고 해도 우리는 해외주둔 미군무력이 다시 들어와 「대한민국」을 군사요충지로 만드는 데는 보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

- 김여정 담화, 지난 17일

김여정 담화에서 나온 북한의 주장은 다시 요약하자면 한국과 미국이 어떤 신뢰 조성 조치를 취한다 해도 북한과 한미 간의 적대적 대결이라는 본질적 문제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오로지 힘으로써 한미에 대적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춰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 입장에서 볼 때 미국과의 대화는 현 단계에서 의미가 없습니다.
"현재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적실한 방도는 강도적인 미국사람들과 마주 앉아 오손도손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힘의 지위에서 충분한 실력행사로 그들의 강권과 전횡을 억제하는 것이다."

- 김여정 담화, 지난 17일

'미국과의 장기적 대결' 이미 수년 전부터 언급

'미국과의 장기적 대결'을 언급하는 북한의 주장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닙니다. 북한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이 같은 정세인식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해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미국으로부터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고 그러한 위협을 억제하며 그런 속에서 우리 국익과 자주권을 수호할 전망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실제적인 능력을 공고히 하고 부단히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상대해야 하며 그 이후 미국 정권 나아가 미국 전체를 대상해야 한다."

- 김여정 담화, 2020년 7월 10일
"미제국주의와의 장기적인 대결에 보다 철저히 준비되어야 한다는데 대하여 일치하게 인정하면서"

- 노동당 정치국 회의, 2022년 1월 19일
"김정은 동지께서는 누구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침해하려 든다면 반드시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우리 국가방위력은 어떠한 군사적 위협공갈에도 끄떡없는 막강한 군사기술력을 갖추고 미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씀하시였다."

- 노동신문, 2022년 3월 25일

문제의 본질은 '냉전체제'보다는 '북한 체제의 경직성'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렇게 미국과의 숙명적인 대결을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일까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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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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