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K-팝 그룹·韓제작 미드… 다른 문화 ‘포용’ 해야 판 커진다”

안진용 기자 2023. 7. 2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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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콘텐츠 ‘넥스트 스텝’ - (6) 전문가 5인의 제언 <끝>
위기 아닌 새 동력찾는‘전환기’
IP 생산 국내 한정시키지 말고
韓 제작 시스템 안에서 품어야
세액공제·교육시스템 구축 필요
官 개입보단 공정한룰 만들어야
창작자·제작사·플랫폼은 ‘공생’
그래픽 = 권호영 기자

2023년 7월 현재, K-콘텐츠의 위상은 역대 최고치다. 지난 4월 방미 기간 넷플릭스 CEO를 만난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문화 동맹”임을 공고히 하며 약 3조3000억 원에 이르는 투자를 이끌어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발표한 ‘2022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K-콘텐츠 총매출액은 148조1607억 원으로 같은 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매출 합(143조1081억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속 발전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긴 어렵다. 단단한 시스템이 아닌 몇몇 스타와 콘텐츠가 텐트폴 역할을 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입대로 인한 부재만으로도 적신호가 켜진다. 또한 ‘오징어 게임’의 경우 ‘한국인이 만들었나?’라는 질문에는 “예스(Yes)”라 외칠 수 있지만 ‘한국의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할 수 없다. 자본이 곧 이름표라 ‘오징어 게임’은 미국 기업인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위기론과 찬양론이 공존하는 이 시점을 K-콘텐츠 시장의 새로운 동력을 찾는 ‘전환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이하 박), 이규탁 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탁),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봉)를 비롯해 정경문 SLL 대표(정), 김제현 스튜디오드래곤 대표(김)의 제언을 대담 형식으로 엮었다.

◇현재 K-콘텐츠 시장은 위기인가.

봉 : 위기라 볼 수 있는 측면이 분명 있다. 일단 제작 기반이 약하다. 개인의 역량에 기댄 성과가 많은 탓이다. 그래서 주요 플레이어의 부재가 크게 느껴진다.

정 : 대규모 적자를 보는 국내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의 위기가 K-콘텐츠의 위기로 직결되고 있다. 투자가 축소됐고, 방송사들도 광고 매출 악화로 구매력이 현저히 약해졌다. 반면 제작비는 급격히 상승했다.

김 : 시청자들의 소비량이 줄어든 건 아니다. 다만 국내 경기 불황이 길어지며 플랫폼들이 수급량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향후는 ‘물량 경쟁’보다는 ‘웰메이드 경쟁’으로 전환될 것이다.

탁 : ‘위기’보다는 ‘과도기’ 혹은 ‘전환기’란 표현이 옳다. BTS를 이을 그룹이 보이지 않는다 했지만 여러 걸그룹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그 결과 상반기 K-팝 음악 수출액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BTS가 K-팝을 세계에 알린 것처럼 새로운 국면을 이끌어 갈 새로운 주역이 등장해야 한다.

◇K-콘텐츠의 확장성을 고민할 단계다. K-콘텐츠의 범주를 넓혀야 하나.

탁 : 최근 외국인으로 구성된 K-팝 그룹들이 늘고 있다. K-팝 시스템 아래서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소비된다면 K-팝의 범주로 봐야 한다. 대신 그 제작 주체는 한국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가·인종·민족에 따른 문화 충돌이나 문화 전유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확장해가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동반돼야 한다.

김 : K-팝 제작 시스템을 일본에 이식해 탄생시킨 일본인 그룹 INI, JO1, 니쥬 외에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해 애플TV+에서 서비스한 미국 드라마 ‘더 빅 도어 프라이즈’도 확장의 예로 들 수 있다. 지식재산권(IP) 생산 국가를 꼭 국내에 한정시킬 필요가 없다고 본다.

박 : 포용과 배제, 두 가지 관점으로 볼 때 문화는 무조건 포용으로 가야 한다. K-콘텐츠 시스템 안에서는 퍼포머가 누구든 품어야 확장 가능하다.

◇그동안 K-콘텐츠는 민간 주도로 성장해왔다. 선순환을 일굴 시스템 구축을 위해 관의 지원이 필요할까.

박 : 문화에 관이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심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공정한 ‘룰’을 만드는 것이다. 콘텐츠를 일군 창작자들에게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를 바로잡는 동시에 여러 성과에 대한 빅데이터를 모아 가시적인 연구 결과를 보여주는 것도 관의 역할이다.

봉 : 역할을 나눠야 한다. 민간이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관은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거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있는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상상력을 펼칠 수 없으면 안 된다. 논에 심기 전 모판에서 새싹이 자랄 수 있는 교육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곳간을 풀어야 한다. 나라가 걷을 세금을 줄여서 부담을 더는 세액공제는 직접적 도움을 준다.

정·김 :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를 국가전략기술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정부의 발표를 환영한다. 콘텐츠산업이 국가전략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자본력에서 월등히 앞선 해외 콘텐츠 회사들과 경쟁하는 국내 콘텐츠사들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K-콘텐츠는 국가의 신(新)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까. 그 역군인 K-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갖출 덕목은 무엇인가.

봉 : 문화 콘텐츠 시장은 무조건 성장한다. 인간은 두 가지에서 만족을 느낀다. 기술의 발전에 따른 삶의 질 향상, 그리고 문화 향유를 통한 정신적 안정이다. 인공지능의 발달과 전기자동차가 전자라면, 후자를 이끄는 글로벌 주자가 K-콘텐츠다. 만족감을 주는 문화는 어디서든 통한다. 그러니 K-콘텐츠는 미래 먹거리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박 : 문화는 무형의 가치에 가깝다. 그래서 인식이 나빠지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한국적 콘텐츠’를 다루는 데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의 정체성만 앞세운다고 각광받는 K-콘텐츠가 되는 건 아니다. 그 안에는 ‘보편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 모든 다름을 초월해 함께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해야 할 단계다.

정 : 창작자와 제작사, 플랫폼이 공생해야 한다. 그래야 기획·제작 경쟁력이 생긴다. 코로나19 시기는 오히려 내부 결속을 통해 그 경쟁력을 세계에 보여준 기회였다. 그 결과 팬데믹과 플랫폼 위기 속에서도 K-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다. 발굴한 원천 IP를 발전시킬 인력풀을 구성하고, 이를 유통·전파하는 플랫폼 기업 간 밸류체인을 탄탄히 구축해야 한다.

■ “올해 7900억 금융지원… 뒤에서 밀어주는 정책 만들 것”
박보균 문체부 장관

“‘뒤에서 밀어주는 정책’을 추진합니다.”

박보균(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목도한 K-콘텐츠를 향한 세계인의 관심을 지속시키기 위해 이 같은 지원 방침을 밝혔다.

박 장관은 K-콘텐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키우려는 현 정부의 방향에 발맞춰 K-콘텐츠의 수요가 높은 세계 각국을 방문했다. 박 장관은 20일 문화일보와 나눈 서면 인터뷰에서 “4월 미국, 6월 베트남 국빈 방문에 동행하면서 전 세계인이 K-콘텐츠에 열광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했다. 외교의 결정적인 장면에서도 ‘문화’가 핵심 키워드로 작동했다”며 “K-콘텐츠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국가전략산업이자 글로벌 경기침체 속 수출 전선의 구원투수”라고 평했다.

K-콘텐츠의 성과는 수치로 증명된다. 2022년 기준 수출액은 약 133억 달러로 이는 2차전지(100억 달러), 가전(81억 달러), 디스플레이 패널(25억 달러)의 수출 규모를 능가한다. 박 장관은 콘텐츠 자체 매출뿐만 아니라 여기서 파생되는 부가 산업을 주목하며 “K-콘텐츠의 영향력은 소비재 등 연관 산업의 수출을 견인하며 프리미엄 효과로 나타난다”면서 “긍정적 이미지가 전파되며 K-화장품 수출이 연평균 26% 증가했고, ‘오징어 게임’에 노출된 라면은 프리미엄 효과 속에서 1년 사이 수출액이 67% 늘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세액공제 등의 지원책을 두고 업계는 “가장 실질적으로 가시적인 도움”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7900억 원가량의 정책금융이 제공되고, 내년에는 1조 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기조는 철저하게 유지한다. “좋은 콘텐츠가 계속 제작되도록, 정부는 민간의 창의력이 마음껏 발휘될 수 있도록 ‘뒤에서 밀어주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운을 뗀 박 장관은 “향후 10만 개 영세 콘텐츠 기업의 해외 비즈니스를 돕는 원스톱 거점을 지난해 10개소에서 2027년에는 50개소로 늘린다. 아울러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콘텐츠 전문 인력을 3년간 1만 명 양성하고,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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