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 선 아이들에게…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어린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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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이들의 삶이 관심으로부터 사라지는 일을 종종 겪는다.
광역 교통망이 갖추어진 곳에서만 어린이가 자라는 것은 아닌데 우리는 그걸 자주 잊는다.
그들은 버스에서 내려 걷다가 날마다 같은 갈림길에서 헤어지는, 거의 유일한 이웃이다.
아이들의 이런 분투를, 그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모르면 모른다고 정직하게 말하는 작품이 있어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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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윤슬 글·양양 그림│웅진주니어
우리는 어떤 이들의 삶이 관심으로부터 사라지는 일을 종종 겪는다. 그럴 때면 정해진 순서처럼 하나하나의 존재는 ‘그 사람들’로 뭉뚱그려진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을 지나는 어린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선행학습에 시달리는’이라거나 ‘핸드폰 중독에 빠진’ 같은 수식어를 달고 묘사된다. ‘갈림길’은 이러한 무심한 집단적 지칭으로부터 한 명, 한 명의 어린이가 지닌 고민·아픔·갈등을 구출해낸다. 세 편의 동화를 읽었을 뿐인데 찬물로 세수한 것처럼 정신이 든다. 그들은 학교가 끝나면 어떤 길을 걷고 누구를 만나는지,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지 섣불리 다그치지 않는 방식으로 조명한다.
‘갈림길’의 유나와 아연은 아침저녁으로 버스가 세 번 다니는 동네에 산다. 광역 교통망이 갖추어진 곳에서만 어린이가 자라는 것은 아닌데 우리는 그걸 자주 잊는다. 그들은 버스에서 내려 걷다가 날마다 같은 갈림길에서 헤어지는, 거의 유일한 이웃이다. 우리는 동화에서 “여기가 싫다”고 똑바로 말하는 어린이의 목소리를 만난 지 오래됐다. 윤슬 작가의 동화에는 튕겨 나갈 듯 팽팽한 10대 초반의 어린이들이 나온다. 아연이는 유나에게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구해주는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위험한 것도, 아픈 것도 도시 아이들과 마찬가지이지만 2023년의 동화에는 산촌의 어린이가 거의 나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모든 문장과 장면들이 선명하게 문학적이다. 옅은 얼룩처럼 희미하게 번지는 그림은 이 이야기들과 맞춘 것처럼 어울린다. 동화책의 그림이 작품의 감동을 흡수하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느끼게 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안간힘을 쓰며 서로 돕는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 괜찮아질 거라고 서로 격려한다. 아이들의 이런 분투를, 그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모르면 모른다고 정직하게 말하는 작품이 있어서 반갑다. 그리고 그 작품이 간곡하게 아름답기까지 하다니 고맙다. 116쪽, 1만25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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