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따라 온도 조절하는 ‘전기차 담요’…배터리 성능 지켜준다
더울 땐 8도 낮춰주고 추울 땐 7도 높여줘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은 온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온도는 대략 15~35도다. 온도가 이 범위를 벗어나면 성능이 저하된다. 특히 4도 이하, 46도 이상의 온도에서는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배터리에는 온도 조절 장치가 내장돼 있다. 그러나 이 기능은 운전 중에만 작동한다.
전기차 주차돼 있는 동안에도 배터리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중국 상하이자오퉁대 연구진이 주차 중인 전기차의 온도를 일정한 범위 내로 유지해 배터리의 성능 저하를 막아주는 전기차 담요를 개발해 <셀> 계열의 새 공개학술지 <디바이스>(Device)에 발표했다. 이 담요를 사용하면 더운 날엔 배터리의 과열을 막고, 추운 밤에는 배터리 온도를 높여 얼지 않게 할 수 있다.
이 담요는 두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다. 담요의 겉은 열과 빛을 반사하는 얇은 흰색 실리카(규소) 섬유를 소재로 하고, 여기에 빛 반사율을 높여주는 흑연과 비슷한 세라믹 소재인 육각형 구조의 질화붕소 조각을 입혔다. 실리카와 질화붕소는 빛 반사율이 96%나 된다. 담요 안쪽은 열을 가둬두는 알루미늄합금을 소재로 쓴 일종의 알루미늄 호일이다.
연구진은 이 담요에 ‘야누스 열 망토’(JTC=Janus Thermal Cloak)라는 이름을 붙였다. 서로 다른 성질의 소재를 결합한 것을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두 얼굴의 야누스에 빗댄 작명이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 이 담요가 전기차 온도를 더운 날에는 8도 가량 낮춰주고, 추운 밤에는 7도 가량 높여주는 것을 확인했다.
이 담요는 기본적으로 지구 대기의 복사 냉각 효과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문제는 이 방식이 여름에는 효과가 좋지만 겨울에는 온도를 더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따라서 외부 에너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복사냉각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연구진은 방출된 광자를 다시 이용하는 ‘광자 재활용’ 효과를 사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담요 아래쪽에 갇혀 있는 에너지를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두고 자동차와 담요 사이에서 보온 효과를 내도록 했다.
에너지 투입 않고도 온도 유지
연구진은 이렇게 해서 만든 담요를 2021년 10월 말과 12월 말, 2023년 4월 중순 상하이에서 실외에 주차된 전기차에 씌워 그 효과를 측정했다.
그 결과 담요를 덮지 않은 전기차는 한낮에 실내 온도가 50.5도까지 치솟았지만 담요를 씌운 전기차의 실내 온도는 22.8도에 머물렀다. 담요를 씌우지 않은 전기차의 실내 온도보다 무려 27.7도가 낮았다. 실외 온도보다도 7.8도가 낮았다. 한밤 중에는 담요를 씌운 차의 실내 온도가 실외 온도보다 6.8도 더 높았다. 특히 0도 아래로 내려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연구를 이끈 추이거항 교수는 “겨울밤에 실외보다 거의 7도 높은 온도를 유지한 건 처음”이라며 “놀랍게도 외부에서 에너지를 투입하거나 햇빛을 쪼이지 않고도 온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도 널리 쓰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연구진은 쉽게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담요 구조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예컨대 실리카 섬유를 더 얇게 하면 햇빛 반사율을 더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실리카 섬유가 쉽게 끊어지는 약점이 있다. 연구진은 내구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타협했다.
연구진이 선택한 실리카 섬유와 알루미늄, 질화붕소는 가볍고 내구성이 좋고 열에 강할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해 상품화하기에 유리하다는 이점도 있다.
냉난방용 전기로 인한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
연구진은 야누스 열 담요가 전기차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나 건물, 우주선, 미래의 달이나 화성 기지에서도 적정 온도를 유지해주는 도구로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실제로 800도의 고온과 영하 200도의 액체질소에 노출시키는 실험을 통해 열 담요의 내구성을 확인했다.
2021년 국제학술지 <에너지 리포트>에 발표된 스페인 세비야대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난방 및 냉방은 건물 에너지 사용의 38%, 총 에너지 소비의 12%를 차지한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아스워스 레이먼 교수(응용물리학)는 <사이언스뉴스>에 “열 담요와 같은 소재는 냉난방용 전기와 관련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도 폭염을 잘 견딜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16/j.device.2023.100008
calable and durable Janus thermal cloak for all-season passive thermal regulation.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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