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지대 허용 않는 완벽주의… 만성적 망설임증을 낳다[출판평론가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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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걱정이 많은 사람이 있다.
만성적으로 망설이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이기적이고, 배려 없고, 고집 세고, 믿을 수 없거나 미성숙하다고 비춰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한편으로 "완벽주의, 확실성에 대한 갈망, 후회에 대한 두려움"이 만성적인 망설임을 심화시키곤 한다.
그래야만 걱정이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며, 실수를 방지하고, 문제 해결을 돕는다는 "걱정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깨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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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걱정이 많은 사람이 있다. 주변에서 한마디씩 한다. 일어나지 않을 일, 신경 쓰지 말라고, 그리고 덧붙인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우리가 걱정했던 무수한 일 중 실제 일어난 일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를 불안하거나 불편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되는 사건과 상황들을 예측하면서 경험하는 불안”, 즉 예기불안(anticipatory anxiety)을 안고 살아간다. 미국의 심리학자 샐리 M 윈스턴과 마틴 N 세이프가 함께 쓴 ‘오늘도 망설이다 하루가 다 갔다’는 현대 사회에 만연한 예기불안과 그 유형,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책이다.
예기불안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자 좋지 못한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공포” 또는 “시작한 일들을 성공적으로 해내지 못할 수 있는 두려움”이다. 때론 어떤 상상만 해도, 때론 과거에 경험한 공황발작 등의 기억 때문에 나이를 불문하고 나타날 수 있다. 공식적인 진단명이 아님에도 “거의 모든 불안 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예기불안이 “만성적인 망설임”이라는 또 다른 상황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망설임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만성적인 망설임은 “선택을 못 하는 것이 자신의 일반적인 태도와 방식으로 굳어진 경우”여서 삶 자체가 무너진다. 만성적으로 망설이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이기적이고, 배려 없고, 고집 세고, 믿을 수 없거나 미성숙하다고 비춰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불안에 사로잡힌 사람은 “위험부담에만 초점을 맞추고 확률은 무시”하면서, 늘 최악을 상상한다. 기억이란 “믿기 어렵고 회고할 때 수정되기도” 하는데, 그마저도 선택적으로 불러냄으로써 판단 자체를 어렵게 한다. 한편으로 “완벽주의, 확실성에 대한 갈망, 후회에 대한 두려움”이 만성적인 망설임을 심화시키곤 한다. 완벽주의는 회색지대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모 아니면 도식의 유연성 없는 생각”을 낳는다. 흔히 완벽주의가 완벽만을 추구한다고 생각하지만, 역으로 “형편없다고 평가”하는 경우도 많다. 양극단을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사소한 결정조차 고통스러워하고 위험 부담이 크다”고 느낀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확실성을 추구하는 것도, 후회를 죄악시하는 것도 결국 어떤 선택이든 망설이게 한다.
예기불안과 만성적인 망설임을 극복하기 위해선 “메타인지적인 시각에서 자신의 경험을 관찰하는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 즉 “생각은 다만 생각일 뿐이고, 감정은 다만 감정일 뿐, 생각과 감정 모두 사실이 아님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걱정이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며, 실수를 방지하고, 문제 해결을 돕는다는 “걱정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깨뜨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일은 스스로를 판단하지 않고 현재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다소 극적으로 (혹은 오역이 분명한)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면, 나름 유용한 읽을거리가 될 수 있다. 340쪽, 1만8800원.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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