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과도한 체험활동” 지적.. 거제씨월드서 돌고래 또 죽었다
돌고래쇼 및 만지기 체험 등으로 ‘고래 지옥’이라는 비난을 사는 수족관 ‘거제씨월드’에서 큰돌고래 1마리가 폐사했습니다. 2014년 개장 이후 11번째 고래류 동물의 죽음입니다. 이 수족관은 큰돌고래 폐사 직전, 정부로부터 과도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선할 것을 권고받기도 했습니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미향 무소속 의원에 따르면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수족관 거제씨월드의 큰돌고래 ‘에이프릴’이 지난달 21일, 1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에이프릴은 지난 2014년 거제씨월드 개장 당시 일본 다이지에서 수입된 개체입니다. 에이프릴의 폐사 원인은 현재 부검 중인 관계로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거제씨월드는 에이프릴이 목숨을 잃기 전까지 10마리의 고래류 동물들이 목숨을 잃으며 동물보호단체 사이에서는 ‘고래 무덤’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2014년 개장 당시 이 수족관은 벨루가 4마리와 큰돌고래 16마리등 총 20마리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개장 9년 만에 절반이 넘는 개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폐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거제씨월드의 돌고래쇼 및 만지기 체험 등이 영향을 줬으리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고래류 동물을 전시하는 5개 수족관에 대한 관계기관(해양수산부, 환경부 등) 합동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거제씨월드의 과도한 체험 프로그램과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제씨월드에 대한 합동점검은 에이프릴이 세상을 떠나기 6일 전인 지난달 15일 실시됐습니다. 합동점검 보고서에는 거제씨월드의 돌고래쇼와 만지기 체험 프로그램에 대해 “정기적인 휴관, 휴식일 없이 연중 무휴로 운영되고 있어 과도한 체험활동 동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우려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점검단은 이에 대해 “월 1회 이상은 휴관하고 개체별로 정기적인 휴식 제공을 위한 운영방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했습니다.
에이프릴의 상태는 점검 당시에도 좋지 못했습니다. 점검단은 보고서에 에이프릴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명시했습니다. 보고서에는 “에이프릴의 활력 저하로 우려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암수가 분리되지 않은 사육 방식 탓에 암컷 큰돌고래가 임신했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큰돌고래 ‘마크’는 조사 당시 임신 상태였으며, 지난 16일 새끼를 낳았습니다. 현행법상 수족관 내의 번식 자체는 금지돼 있지 않습니다. 다만, 오는 12월 시행될 개정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에 따르면 수족관 내 번식은 불가능합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개정된 법 15조 2항에 따라 고래목의 신규 보유는 금지돼 있다”며 “여기서 보유동물을 '동물원 및 수족관에서 증식된 동물'로 정의(같은 법 2조 6항)한 만큼 번식 또한 금지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수부 역시 이같은 맥락으로 보고서에서 “암수 분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수족관 내 임신 등을 유발하는 만큼 개체 보호를 위한 지원 및 건강관리를 위한 관리방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검토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 대표는 “해당 법 시행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해수부가 다른 수족관에도 ‘번식을 막지 않으면 처벌될 수 있다’고 안내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고래목 신규 보유 금지 조항을 어길 시, 개정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제씨월드 고래류 동물들이 동원된 체험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거제씨월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온 해양동물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지난 4월 모니터링했을 당시, 임신 9개월로 추정되던 마크도 돌고래쇼에 동원되는 걸 목격했다”며 “마크는 돌고래쇼 뿐 아니라 지느러미를 붙잡게 하는 체험 프로그램에도 동원됐다”고 전했습니다. 돌고래쇼와 에이프릴의 죽음 사이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거제씨월드의 체험 프로그램이 돌고래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거제씨월드는 19일, 공지사항을 통해 마크의 새끼 돌고래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들은 “귀중한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해양동물관리팀이 24시간 돌보고 있다”며 “돌고래의 건강한 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과도한 관심은 삼가달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에이프릴의 폐사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동물단체들은 이미 보유한 개체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은 곳에서 얼마나 개체를 잘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윤미향 의원은 이에 대해 “거제씨월드에서 새로 태어난 새끼와 어미 고래 마크를 위해 철저한 관리와 관찰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개정 동물원수족관법 시행 이후 거제씨월드를 비롯한 고래류 보유 수족관에 변화가 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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