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등생 맞나?…지배구조 취약기업 수두룩한 '코스닥글로벌'
평가등급 개선 못 하면 코스닥글로벌 존폐 위기로
한국거래소가 코스닥기업 가운데 재무실적과 지배구조가 우수한 '우등생'만 모아 지난해 11월 출범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이하 코스닥글로벌)에 정작 지배구조 취약 기업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시장 저평가 요인으로 지목된 비재무적 위험에서 자유로운 기업을 모은다는 취지로 출범했으나, 사실상 위험성에 노출된 것이다.
거래소는 코스닥글로벌 도입 초기 편입 기업들에게 지배구조 개선에 필요한 시간을 주기 위해 1년간의 유예기간을 줬고, 기업들로부터 내년까지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확약을 받아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유인책이 부족한 상황에서 1년 뒤에도 지배구조 개선이 불확실하고, 이에 코스닥글로벌의 유지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51개 중 20개 지배구조 C등급.. 편입 유지요건 '미달'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내 우수기업을 선별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21일 코스닥글로벌을 출범하고 51개사를 편입했다.
코스닥 글로벌 편입 요건은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이면서 최근 사업연도 및 최근 3사업연도 평균 매출액 3000억원 이상 혹은 영업이익 300억원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재무실적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거래소는 코스닥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지배구조까지 편입 요건에 넣었다.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으로 구성한 지수인 기존 코스닥150과 다르게 주주가치도 고려하는 우수기업을 선별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이에 한국ESG기준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준원의 기업지배구조 평가 B등급 이상만 코스닥글로벌의 편입 및 유지 조건으로 정했다.
한국ESG기준원은 지배구조 등급을 S, A+, A, B+, B, C, D 등 총 7단계로 구분한다. S~B+까지는 양호군, B등급 이하는 취약군으로 분류한다. B등급 이하는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있거나, 크다고 평가한다. 엄밀히 따지면 코스닥글로벌 편입·유지 요건인 B등급도 지배구조가 우수하다고 볼 순 없지만, 코스닥시장의 상황을 감안한 기준으로 보인다.
거래소가 B등급 이상만 코스닥글로벌 편입 요건으로 정했지만, 현재 편입 기업들의 지배구조 등급은 상당수 기준에도 못미치는 C등급에 머무르고 있다. 지배구조 평가등급이 없는 HK이노엔, 넥스틴(차기 평가까지 유예)을 제외한 총 49개사 중 20개사가 현재 C등급이다. B등급을 기록해 간신히 기준선에 턱걸이 하고 있는 기업도 18개사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측은 코스닥글로벌 도입 첫해에 지배구조를 미리 준비하기 어려운 기업들도 많아 첫해에는 C등급도 편입을 허용했고, 지난해 한국ESG기준원이 지배구조 평가 방법을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지배구조 등급이 전반적으로 낮아진 점을 고려해 1년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C등급 기업의 경우 1년 안에 지배구조를 개선해 등급을 올리겠다는 확약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위의 표에서 보듯 한국ESG기준원은 2021년 B등급으로 평가한 기업 상당수를 2022년에는 C등급으로 평가한 바 있다. 한국ESG기준원은 지난해 ESG 등급 평가에 대해 모범규준 개정에 따라 평가모형이 개정돼 전반적으로 평가등급이 하락했으며, 지배구조 관행의 실질적 개선이 없었을 경우 모형 개정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코스닥글로벌 편입 기업들의 지배구조 등급이 떨어진 상황에서 거래소의 게시 실수로 투자자 혼동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 코스닥글로벌 홈페이지에 게시한 편입 기업 ESG 등급을 2022년이 아닌 2021년 등급으로 게시했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에서는 덕산네오룩스를 제외하면 모든 기업이 B등급 이상이다. 하지만 2022년에는 상당수가 C등급이었다.
대체기업 부족하고 혜택도 물음표.. 유지 가능할까?
한편 코스닥글로벌 편입기업 51개사 중 39%에 달하는 20개 기업이 C등급으로 편입·유지 요건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향후 코스닥글로벌 존재 자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지 요건을 맞추지 못한 기업이 올해안으로 평가등급을 높이지 못해 편출(퇴출)당한다면, 대신 편입할 대체 기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ESG기준원의 지배구조 평가등급을 보면 B등급 이상을 받은 코스닥 기업은 39개사에 불과했다. 지배구조 등급 요건을 충족하는 코스닥기업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국거래소의 설명처럼 1년 뒤 등급 상향조정을 받겠다고 확약했더라도 기업 스스로 이해득실을 따져 코스닥글로벌 잔류를 포기하고 평가등급 상향에 적극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ESG기준원은 매년 11월 말 ESG 평가등급을 발표한다. 이 때 평가등급 B등급 이상을 받지 못하면 내년 3월 말 진행하는 정기심사에서 편출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 평가등급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외이사 수를 늘리고 감사위원회를 갖추고 ESG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며 "코스닥글로벌에 편입해 얻는 이점보다 손실이 크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현재 코스닥글로벌 편입 기업에 국문공시 영문번역 서비스, 상장 수수료 및 연 부과금 면제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특히 코스닥글로벌지수와 연계한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투자금 유입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현재 코스닥글로벌 ETF가 2종목뿐이고, 순자산 합계는 'KODEX 코스닥글로벌'(527억원)과 'TIGER 코스닥글로벌'(105억원)을 합쳐 632억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의 순자산총액 5564억원과 대비된다. 또 웹젠, 에코마케팅, 휴온스를 제외하면 모두 코스닥150에도 속해있는 기업으로 이미 펀드 자금을 받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수수료 면제는 1년에 1000만원도 안되는 수준이고, 코스닥150 소속기업은 기관 자금을 받고 있어 혜택이 와닿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을 만들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글로벌 세그먼트는 내년에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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