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잔 누구랑? 리허설 질문에 文 "조국인데 어찌하면 좋겠어?"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낸 윤재관 전 비서관이 청와대 시절 겪은 일을 토대로 <나의 청와대 일기>(한길사)를 20일 출간했다. 윤 전 비서관은 이 책을 통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윤 전 비서관은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청와대 첫 출근일부터 퇴임일까지 만 5년, 1826일 동안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청와대 행정관, 선임행정관, 부대변인을 거쳐,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했을 당시에도 조 전 장관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했다. 이 책에는 조국 전 장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청와대 시절 일화 등이 담겨 있다.
이 책 내용에 따르면 '못다한 이야기' 챕터에서 윤 전 비서관은 2019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당시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에 지명한 후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준비하는 과정을 묘사했다. 당시 윤 전 비서관은 사전 리허설에서 '지금 소주 한 잔 하고픈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가상 질문을 집어 넣었다. 해당 질문이 나오자 문 전 대통령은 "조국 전 장관인데 어찌하면 좋겠어?"라고 윤 전 비서관에게 되물었다.
정무적으로 파장이 클 터라 윤 전 비서관은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 등 대안을 제시했지만 문 전 대통령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국민과의 대화에는 이같은 질문이 나오지 않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추후 "마음의 빚"을 졌다는 말을 남겼고, 퇴임 후 제작된 <문재인입니다> 다큐멘터리에서 "소주 한잔 하고 싶은 사람"으로 조국 전 장관을 언급한 바 있다.
윤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시절 '김용균법'으로 여야 협상이 막힌 상황에서, 민정수석 국회 출석과 '김용균법' 처리를 연계한 당시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윤 전 비서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조국을 내주고 김용균법을 통과시켜 빈손 국회를 면한 것에 대해 국민은 높게 평가를 해주셨다"고 전했다.
윤 전 비서관은 특히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과정에서 실무 기획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화제가 됐던 '도보다리 회담'의 최초 기획자다. 윤 전 비서관은 이 책을 통해 어렵게 기획한 도보다리 회담이 무산될 뻔한 일화를 전했다. 그해 4월 25일, 회담을 이틀 앞두고 "남북합동 최종 리허설 때 북측은 매우 난감해하면서 불가 의견을 전달했다. 나로서는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이 문제삼은 것은 판문점 중앙에서 출발해 도보다리까지 200~300미터 사이에 있는 '위험 요인'이었다. 하나는 판문점 안에서 사용하는 기름을 보관하는 '유류탱크'의 존재였다. 또 하나는 도보다리 위로 흐르는 고압선이었다. 북한 측은 이 고압선을 두고 "이런 고위험 시설 아래로 국가 최고지도자가 걸을 수는 없다. 도저히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윤 전 비서관은 "유류탱크에 기름이 없으면 위험하지 않다. 고압선은 사실 악천후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제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했으나, 북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북측이 입장을 바꿔 가능하다는 말을 전해 와 남북 정상의 도보다리 회담 생중계가 가능해졌다. 윤 전 비서관은 당시 급하게 언론 설명자료를 작성하며 "그날 손끝으로 전해지던 심장 소리를 아직도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윤 전 비서관은 2018년 2월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북한 의전서열 1위 김영남 상임의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북측 대표단의 의전도 맡은 바 있다. 당시 북측 고위 인사에 관한 의전, 북측 실무단과의 사전 기획 협상 등과 관련한 다양한 경험들을 정리해 두었다. 추후 남북 실무 협상이나, 정상회담 등에도 충분히 참고가 될 만한 내용들이다.
윤 전 비서관은 청와대 사람들의 출퇴근부터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실생활 이야기, 문재인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며 겪은 일,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한 물밑 작업 등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윤 전 비서관은 국회의원 인턴으로 시작해 비서, 비서관, 보좌관을 거쳐 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청와대 행정관, 선임행정관, 부대변인, 국정홍보비서관을 역임했다.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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