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30년 보신원 업주가 반려견 목욕업체 사장으로

박성제 2023. 7. 21. 08: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개고기를 먹는 식풍습도 최근에는 많이 변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과정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복을 맞은 21일 개고기 식용 금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산 북구에서 아버지와 함께 반려견 목욕업체를 운영하는 설지윤 댕댕이 목욕마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고민을 이어 가다가 새롭게 창업한 가게가 바로 반려견 목욕업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9년 폐업한 부산 구포 개시장, 반려견 놀이터·소공원 변신
"폐업 의미 살려 반려동물 위한 업종 선택"…동물친화도시 조성
2018년 복날 앞두고 케이지에 갇혀 있는 개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개고기를 먹는 식풍습도 최근에는 많이 변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과정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복을 맞은 21일 개고기 식용 금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산 북구에서 아버지와 함께 반려견 목욕업체를 운영하는 설지윤 댕댕이 목욕마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설씨네 업체가 있는 이곳은 2019년까지만 해도 부산 최대 규모 가축시장이었다.

'구포 개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이곳은 한국전쟁 이후 형성돼 60년 동안 운영됐다.

설씨네 가족도 이곳에서 30년 동안 보신원을 운영해왔다.

그러다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폐업을 요구하는 동물보호단체의 집회가 이어지면서 갈등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설씨네 가족을 비롯한 상인들은 지속적인 토론과 협의를 거쳐 2019년 7월 폐업에 합의했고, 구포 개 시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상설 개 시장이 완전히 폐업한 곳은 여기가 전국 최초다.

2019년 구포 개시장 역사 속으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설씨네 가족은 폐업할 당시만 해도 평생 생계를 이어온 보신원의 문을 닫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고민을 이어 가다가 새롭게 창업한 가게가 바로 반려견 목욕업체다.

설씨네 가족은 구포 개 시장이 철거된 뒤 들어선 상가 건물에 점포를 열었다.

설씨는 "업종 변경 전에는 동물보호단체의 항의와 집회 때문에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구포가축시장 폐업의 의미를 살려서 반려동물을 위한 업종을 선택했다"며 "마침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많이 늘어난 데다 반려동물 관련 업종으로 전환하는 게 어떠냐는 구청의 권유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구 관계자는 "폐업 당시 다른 업종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도 동물복지와 관련된 업종을 선택한 것인데, 동물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살 위기 구포시장서 구조된 개 11마리 새끼 출산 [연합뉴스 자료사진]

실제 설씨네 가족은 유기 동물을 위한 봉사도 이어가고 있다.

유기동물 입양자에게 매달 2회 무료로 목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설 대표는 "이 일을 하면서 동물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라보게 됐다"며 "버림받은 유기 동물을 입양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혜택을 드려 유기 동물 입양을 확산하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폐쇄한 개 시장 자리에 '반려견 위한 애견카페'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재 60년 넘게 개들이 울부짖던 자리는 지자체와 상인들의 노력 끝에 반려견 놀이터와 소공원 등으로 변신한 상태다.

다른 지역에 있는 일부 개 시장의 경우 폐쇄 이후에도 고기 판매가 계속됐지만, 이곳은 아니었다.

북구 역시 사회적 환원 차원에서 반려동물을 위한 호텔, 카페, 장묘 등 각종 서비스 비용을 할인해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북구 관계자는 "생명 존중을 위한 동물 친화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동물복지 관련 시설을 지으려 할 때면 사람을 위한 공간이 우선 필요하다는 민원이 여전히 들어오는 현실이지만 앞으로도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psj19@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