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원 "연기로 성찰, 성장할 수 있다면 그뿐…더 바랄 것 없죠"
연극배우 출신…"연기는 늘 고통스럽지만, 확실한 쾌감이 있죠"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라서, 돈이나 명성까지 바라지는 못 하겠어요. 연기를 통해 저 스스로를 성찰하고, 성장할 수 있다면 그뿐이에요."
드라마 'SKY 캐슬', '동백꽃 필 무렵', '사랑의 불시착', '사이코지만 괜찮아'. 나열된 작품들 속에서 우정원이 얼굴을 비춘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저 배우 누구냐'는 질문은 늘 그를 따라다녔다.
짧은 몇 장면만으로도 정체를 궁금하게 만들었던 우정원이 첫 주연작 '행복배틀'에서 그간 쌓아온 연기력을 맘껏 펼쳐냈다.
ENA 드라마 '행복배틀' 종영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본사에서 만난 우정원은 "전보다 느끼는 감정이 다양하고, 감정의 고조가 큰 역할을 맡게 돼서 기뻤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우정원은 엘리트 학부모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 '하이 프레스티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워킹맘 황지예를 연기했다.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딸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무리하면서까지 이사를 왔지만, 엄마들 커뮤니티에 속하지 못하고 겉돈다.
우정원은 황지예를 다른 '하이 프레스티지' 엄마들과는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사소한 디테일을 살렸다.
그는 "자격지심 때문에 오히려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며 "과장되게 어깨를 굽혔고, 목을 약간 앞으로 뺀 채 눈을 치켜뜨면서 올려다보는 자세 등으로 황지예를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황했을 때 더듬는 말투, 눈을 깜빡이는 행위 등 사소한 부분에서 캐릭터의 열등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워킹맘으로서 자부심도 있지만, 금수저로 태어나 고생 한 번 하지 않고 많은 것들을 누리는 다른 엄마들에게 질투와 열등감을 느끼던 황지예는 결국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넌다.
부동산 사기로 수십억을 벌어들인 황지예는 극초반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우정원은 "큰 변화의 폭을 묘사할 수 있는 캐릭터라서 배우 입장에서는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모습을 대비시켜가며 보여주는 연기가 재밌었다"며 "시청자 반응을 자주 찾아보는 편인데, 얼굴을 막 찌푸려가는 연기가 좋았다는 반응이 가장 기분 좋았다"고 꼽았다.
"외모가 잘나서 배우가 된 경우가 아니라서, 카메라 앞에서 각도 등을 생각해가며 얼굴을 예쁘게 비추는 요령을 잘 몰라요. 그래서 카메라에 비친 제 모습을 보기 힘들 때도 많죠. 표정을 막 쓰면서 하는 제 연기가 더 실제같이 느껴져서 좋았다는 말이 되게 듣기 좋았어요."
우정원은 지난해 드라마 '슈룹'에서 간택후궁 고귀인 역으로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다양한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며 실력을 쌓아온 연기자다.
2007년부터 4년간은 경기도립극단의 차석단원으로, 2015년부터는 3년간 국립극단의 시즌 단원으로 활동해왔다. 이후에도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2018), '인형의 집'(2018), '배신'(2019), '분장실'(2021)등에 출연했다.
2014년 KBS 드라마 '빅맨'으로 TV에 처음 얼굴을 비쳤고, 이후에도 다양한 작품에서 단역과 조연을 거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대사 몇 마디 없는 단역이더라도 늘 최선의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애써왔다.
우정원은 특히 '동백꽃 필 무렵'에서 곽덕순(고두심)의 젊은 시절 역으로 오디션을 보러 가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그는 "만삭인 상태에서 남편 혼을 달래는 굿을 하는 연기로 오디션을 봐야 했는데, 맨몸으로 그 연기를 하기가 두려웠다"고 떠올렸다.
"보자기를 돌돌 싸매서 옷 안에 넣었고, 세수하지 않은 얼굴로 머리도 이상하게 묶었어요. 머리에 흰 리본 꽂고, 한 손에는 소지품을 넣은 검은 비닐봉지를 들었죠. 오디션장에 도착했는데, 감독님이 집에서부터 그 차림으로 나왔다는 걸 바로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제 진심을 봐주셨기 때문에 잘 편집해주신 것 같고, 그 덕분에 시청자분들께서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우정원은 앞으로도 무대와 TV 앞을 오가며 활발한 연기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올해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에서도 얼굴을 비춘다.
"연기는 스스로를 엄청나게 괴롭혀야 하고, 고통스럽게 본인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확실한 쾌감이 있죠,"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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