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담합' 나랏돈 짬짜미 폭리...익숙해지니 눈치만으로 알아서 '척척'

공정거래위, 제약사 등 32곳 409억원 과징금

백신 자료사진

높은 가격으로 정부에 백신을 판매하기 위해 가격을 들러리를 세우고 가격을 담합한 제약사 등 관련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백신제조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을 비롯해 광동제약㈜,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에스케이디스커버리㈜, 유한양행㈜, 한국백신판매㈜ 등 백신총판 6곳, 의약품도매상 25곳 등 32개 백신 관련 사업자들은 지난 2013년 2월부터 2019년 10월 사이 조달청이 발주한 170건의 백신 입찰에서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업체들이 담함한 백신은 모두 정부 예산으로 실시되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대상 백신으로, 인플루엔자 백신, 간염 백신, 결핵 백신, 파상풍 백신, 자궁경부암 백신(서바릭스, 가다실), 폐렴구균 백신(신플로릭스, 프리베나) 등 모두 24개 품목으로 광범위했습니다.

낙찰 예정자는 최대한 높은 금액으로 낙찰받기 위해 '기초금액'의 100%에 가깝게 투찰하고, 들러리 업체는 이보다 몇 퍼센트(%) 높은 가격을 써내 사업을 몰아주는 수법으로 사용했습니다.

장기간에 걸친 이들의 행각은 관행처럼 굳어져 담합을 더욱 용이하게 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낙찰예정자는 전화 한 통으로도 쉽게 들러리를 섭외할 수 있었고,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역할을 반복적으로 수행함에 따른 학습효과로 각자의 역할이 정해지면 굳이 투찰가격을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투찰함으로써 이들이 의도한 입찰담합을 용이하게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사업자들은 이러한 수법으로 170건의 입찰 중 147건을 낙찰받았습니다. 낙찰받은 사업 가운데 117건은 이례적으로 높은 가격대로 거래가 성사되면서 결과적으로 정부가 비싼 가격에 백심을 사들이게 됐습니다.

공정위는 담합 이후 이들 업체가 올린 매출이 약 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해당 사업자들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09억 원(잠정금액)을 부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백신제조사, 백신총판 그리고 의약품도매상 등 국내 백신 시장에서 수입, 판매 및 공급을 맡은 사업자들이 대부분 가담한 장기간에 걸친 입찰담합의 실태를 확인하고 백신입찰 시장에서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제재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