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곽준빈의 세계기사식당’ 송준섭PD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결국 일상의 소중함”[스경X인터뷰]
우리가 흔히 ‘교육방송’이라고 뭉뚱그리는 EBS라는 방송사. 다소 답답할 것 같고, 다소 고지식할 것 같고 또 어떨 때는 바른 태도로 일관할 것 같은 그 이미지 안에서도 변화의 강물은 도도하게 흐르고 있었다.
‘곽준빈의 세계기사식당’(이하 기사식당)을 연출한 송준섭PD는 이러한 EBS 안 새로운 흐름을 이끄는 연출자다. 2018년 입사한 이후 EBS의 장점인 캐릭터와 크리에이터의 삶을 접목한 웹 콘텐츠 ‘자이언트 펭 TV’를 연출하면서 EBS 콘텐츠의 패러다임을 극적으로 바꿨다. 장난스럽고 힙하지만, 공감도 되는 EBS는 이제 성인들에게도 팬덤이 있는 캐릭터를 다수 보유한 콘텐츠 제작사가 됐다.
그는 최근 열린 ‘기사식당’ 제작발표회에서 “계급장 떼고 자유롭게 보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누구보다도 EBS 같지만, 또 EBS 같지 않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기사식당’은 그렇게 탄생했다.
“‘자이언트 펭 TV’를 할 때 처음 만났어요. ‘부산 풀코스’ 편으로 펭수가 준빈씨에게 부산여행 가이드를 해주는 에피소드였는데, 촬영하고 준빈씨의 집까지 찾게 됐죠. 그런데 ‘허영만의 백반기행’ ‘세계테마기행’ 같은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다는 거예요. 당연히 저희 입장에서는 크리에이터들과 할 수 있는 웹예능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준빈씨의 주가가 우상향하고 중장년층이 알아주시는 분이 됐죠.”
‘기사식당’은 여행 크리에이터 ‘곽튜브’로 유명한 곽준빈이 홍콩을 비롯해 태국, 일본, 키르키스스탄 등 전 세계를 다니면서 택시기사를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일단 거점을 정하고 택시를 탄 후 택시기사에게 밥을 같이 먹자고 권하고, 그들이 권해주는 여행루트를 따라간다. 3회 방송을 했지만, 반응은 빨리 오고 있다.
“본방송 말고도, 유튜브로 선공개 영상도 내보내고 OTT 플랫폼 ‘웨이브’로 공개도 합니다. 선공개 조회수가 70만회를 넘을 때도 많고, 유튜브에서는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으로 뽑히기도 했어요. 방송을 보시는 분들도 ‘EBS 같지 않다’는 말씀도 많이 하시고요. 저는 제가 봤을 때 진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결과물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곽튜브’의 여행 영상을 보는 구독자들이라면 유튜브 콘텐츠와의 차이를 크게 못 느낄 수도 있다. 곽준빈은 늘 그렇듯 남들이 안 가는 곳에 가고, 현지인들의 식당에 가고 모르는 곳을 찾는다. 하지만 방송사의 인력이 붙자 드론을 통한 항공촬영도 곧잘 하고, 마치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처럼 앵글을 차지하는 곽준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준빈씨가 택시기사분과 온천을 가는 영상이 인상 깊었어요. 그 이야기를 키워보고 싶었죠. 유튜버 중에서는 다양한 스타일이 있지만 ‘곽튜브’는 무해했어요. 그리고 주아제르바이잔 대사관 출신의 전문성과 언어 능력도 있었고요. 만나보니 정말 유튜브 안과 똑같구나. 사람들에게 거짓없고 진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연출자 입장에서 ‘기사식당’은 여러가지로 머리가 가벼워지는 프로그램이다. 크리에이터로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곽준빈이 있고, 송PD는 카메라의 위치만 상기해주고 보험처럼 여러 정보를 찾아놓은 다음 대기하면 된다. 그리고 유튜브와 달리 분량이 확보되기 어려울 때는 대안도 제시한다. 제시는 하되, 개입하지는 않는다.
“벌써 올해만 여덟 번 정도 해외를 다녀온 것 같아요. 거기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현지인이지만 현지인은 아니라고 봐요. ‘기사식당’은 진짜 현지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데 긍정적인 면만큼 부정적인 면도 있어요. 결국 이렇게 여행을 하다 보면 형태만 다를 뿐 삶의 양상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은 분명 자극이 되는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일상이 다 똑같다고 한다면 결국 우리의 일상이 더 소중하고 빛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반복되는 일상이 오히려 여행이다. 저희는 여행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방송도 비슷하다. EBS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어린시절부터 애청해왔지만, 어느 순간 나이가 들면 떠나는 채널이었다.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하면서도 그 효용을 생각해야했다. 그 효용이 처음에는 교육이었지만, 송PD는 ‘이제는 무해한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국민 모두가 웃으며 볼 수 있는 프로그램. 송준섭PD의 공영방송은 이런 모습이었다.
“저희라고 유명한 연예인을 캐스팅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에요. 다행히 지금의 방송가는 더욱 재능있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새로운 콘텐츠를 고민하는 게 저희의 생존전략이라고 생각해요.”
첫 시즌을 11회 정도로 생각한 ‘기사식당’에는 김풍, 박정민, 카더가든 등의 동료들도 합류한다. 언제 할지는 모르지만 시즌 2, 3에 대한 그림도 그려 넣고 있다. 송PD는 “꼭 택시일 필요도 없다. 현지인과 만날 수 있다면 ‘세탁소’도 할 수 있다”며 웃었다.
“지금 가장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여행을 하시는 분이 준빈씨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풍씨나 박정민씨, 차정원씨(카더가든)의 경우도 모두 준빈씨와 여행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출연하셨거든요. 많은 분들이 ‘곽튜브’로서의 인간적인 매력과 함께 잘 만들어진 촬영분을 보실 수 있게, 결국 더 생생한 여행을 함께 하실 수 있도록 애쓰고 싶어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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