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곡물 수출항’ 오데사 사흘 연속 포격···中 영사관까지 피해
최근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출항인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 사흘 연속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러시아의 포격으로 오데사에 있는 중국 영사관 건물이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가 우방국인 중국의 외교 시설까지 피해를 입힐 정도로 무차별 포격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오데사 군정 책임자인 올레흐 키페르는 20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밤새 이어진 러시아의 공격으로 중국 영사관 건물이 손상됐다며 창문이 깨진 건물 사진을 올렸다.
키페르는 “침략자(러시아)는 의도적으로 항구 인프라를 공격하고 있다. 인근의 행정 및 주거용 건물뿐만 아니라 중국 영사관도 손상됐다”며 “이는 적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발사한 순항 미사일 19기와 드론 19기 중 순항 미사일 5기, 드론 13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18일부터 사흘 연속 우크라이나의 최대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와 미콜라이우에 대규모 공습을 퍼붓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7일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름대교(케르치대교)가 공격을 받아 파손되자 이를 우크라이나의 ‘테러’로 규정, 보복 공격을 예고한 바 있다. 이어진 러시아의 공격으로 두 도시에서 최소 2명이 사망하고 27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은 두 도시의 군사 시설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이날 “밤사이 오데사 지역의 무인 선박 생산 및 저장 시설에 대해 해상 및 공중 기반 무기로 보복 공격을 계속했다”며 “미콜라이우 인근 우크라이나 군대의 연료 및 탄약 저장소 인프라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을 종료한 뒤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로를 공격했다고 비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야간 연설에서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중국에 수출할 예정이었던 곡물 약 6만t이 소실됐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을 내고 “오데사와 그 밖의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시설을 상대로 한 러시아의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민간 인프라의 파괴는 국제 인도주의 법률 위반”이라며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 밀과 옥수수 가격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이미 목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 후 국제 곡물가격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밀 가격은 러시아가 협정 중단을 선언한 지난 17일보다 13% 상승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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